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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호 Jun 16. 2019

노블레스 오블리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91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경, 하얼빈역에서 울린 총성을 알고 있다. 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등 15가지 이유로 청년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탄을 퍼부었다. 당시 한국인의 독립의식을 고양시켰던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있기까지에는 숨은 공신이 한 명 있다. 바로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이다.

왼쪽이 안중근, 오른쪽이 최재형

 최재형 선생은 1860년 8월 15일, 함경북도 경원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최흥백은 노비였으며, 어머니는 기생이었다. 당시 조선은 국정이 혼란하여 소수의 양반들이 대다수의 토지를 독점하게 되었다. 따라서 가난한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청나라 동북지방, 즉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게 된다. 1863년 함경북도 경원 출신 60여 명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 지신허 마을에 정착했다.


 형수의 심한 구박으로 굶기를 반복했던 최재형 선생은 11살이 되던  포시예트 항에 가면 굶지 않는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기진맥진하여 항구에 쓰러져 있던 최재형을  러시아 부부가 발견했고, 가엾게 여겨 거두었다.   부부는 나이가 많았고 선박으로 세계를 도는 선주였다. 최재형은 그들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았다. 선장 부인은 학식이 뛰어났다. 그녀는 최재형에게 러시아어와 서양학문을 가르쳤고, 선장은 최재형이 해외에서 견문을 넒힐  있도록 후원하였다.


  이후,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에서 군수업을 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러시아 사회에서 지위를 쌓았다. 그 막대한 부는 어떻게 쓰였을까?

신한촌 기념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고려인들을 고용하여 자력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하였고, 한인들의 교육에도 힘을 쏟아 한인들의 정교회 학교를 32개나 세웠다. 한인들은 최재형을 페치카(따뜻한 난로)라고 불렀다. 러일전쟁에 참여한 최재형 선생은 그 후 일본의 야욕을 간파하고 항일운동에 뜻을 두었다. 1907년 안중근은 해외 망명을 통해 러시아에서 최재형을 만났다. 최재형은 1908년 최초의 독립단체 동의회를 조직하여 총장이 된다.


 최재형 선생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항일투쟁을 위해 값지게 사용하였다. 비록 대한민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연해주에 정착한 수많은 고려인들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최재형 선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최재형 고택, 러시아 우수리스크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것들>을 읽고 난 후, 최재형 선생이 떠올랐다. 막대한 부를 쌓은 후로 평생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본인의 신념대로 소비했던 그의 행동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는 행복한 지출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체험을 구매하라.

2. 특별하게 만들어라.

3. 시간을 구매하라.

4.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5.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최재형 선생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 다섯 가지 원칙에 부합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의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기 위해 기억할 것!

자신에게 지출한 액수는 전반적인 행복감과 관계가 없다.

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법은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소득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면,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소득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하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행복의 측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투자한 효과는 가장 가치가 있는 것, 즉 자신이 보물처럼 여기는 것을 베풀 때 가장 높게 나타난다.

자선단체에 기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더 여유를 느꼈으며, 돈 관리도 더 잘했다.


 책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 원칙에 동의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도 괜찮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그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누군가는 단순히 물질적인 소비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거면 됐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신념에 맞춰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덧붙여, 우리 사회에는 다섯 가지 원칙을 실천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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