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내 독서모임 만들기 ②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성향 테스트를 해보면, 난 대부분 '몽상가'라고 나온다. MBTI 검사를 하면 INFP가 나오는데 특징 중 하나가 '망상이나 잡생각을 많이 한다'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러 몽상을 펼쳤다. '많이 연락하면 두 개로 나눠서 운영해야겠다', '중고서적 장터를 열면, 오피스텔 사람 외에 근처 아파트 사람들도 올 수 있겠다' 등 행복한 상상만 ㅎㅎㅎ
아무 반응이 없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
모집 공고문을 작성하고,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게시판에 붙일 수 있는 건 광고전단뿐이라고 했다. 광고비를 내고 한 달 동안 공고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 반응이 없다. 당황스럽다. 아무 반응이 없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2월 7일,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독서모임 공고문 보고 연락드립니다. 지금도 참여할 수 있나요?' 나름 친절하고, 자세히 안내했다.
'저도 참여는 원하는데 아무래도 같은 주거공간 내 모임이다 보니까 망설여지네요^^; 조금 더 생각해보고 2월 끝나기 전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같은 공간에서 하는 게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났다. 그 이후로 연락이 하나도 오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타면 공고문은 봤는지, 같이 해볼 생각은 없는지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난 INFP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락해준 분에게 다시 연락했다. 꼭 오피스텔 거주자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지인과 함께 참여해도 된다고 ㅎㅎ 어쨌든 난 시작을 해야 했다. 다행히 혼자라도 참여를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두 명이 독서모임을 하기엔 부족하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고문을 내리기 3일 전, 영등포마을자지센터에서 공고한 '이웃만들기 지원사업'을 발견했다. 상담을 신청했고, 구구절절 내 상황을 설명했다.
구세주가 등장하다.
같이 할 만한 사람을 찾아봐 주겠다고 했다. 2월 26일, 반가운 연락이 왔다.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대학생이 있다고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지원사업을 뒤적거리다가 '이웃만들기 지원사업'을 보고 연락했다고 한다. 기특하다. 나 포함 3명이 되어 독서모임을 시작할 수 있고, 지원사업 조건인 대표 제안자 3명도 충족되었다. 독서모임을 하고, 열린 강좌를 열고, 선진지 답사를 하는 내용으로 제안서를 채웠다.
동네 친구를 만들자.
영등포는 강남지역에서 청년 인구가 적은 지역 중 하나이다. 동네에서 살며 가장 아쉬운 점은 동네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주민모임이나 마을활동은 주로 지역에서 긴 시간을 머무는 학부모,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청년들이 만날 기회가 없다.
청년이 지역에 오래 정주하기 위해선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지역 내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그 외에 문화 인프라, 안전한 거리 등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건 동네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무튼, 독서모임이 시작된다.
오피스텔 내 독서모임 만들기 ①: 오피스텔에서 독서모임을 만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