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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Feb 19. 2022

나의 말과 글에서는 나의 냄새가 난다

나는 그저 말을 하고 글을 쓸 뿐인데 사람들은 특이하다고 한다 

로리야. 무기력한 한 주를 보내고 다시 새로운 주가 시작되었어

하는 것도 별거 없는 거 같은데 한 주 한 주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지난주는 스터디하기로 만나서 스터디 안 하고 놀았어

그래도 그냥 애매하게 논거 아니고, 크루즈(작은 배) 타고 시원하게 바다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밤바다 야경도 구경하고

나름 동네에서 알차게 구경 다니고 놀아서 만족스러웠어

방학이니깐 하루 정도는 워크숍 간걸로 했어


나중에 우리도 만나서 더 멋지고 좋은 여행 하자



회사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야

예전보다 회사에 직원들이 많아져서 편해지긴 했는데, 아직은 이리저리 신경 써야 될게 많네


회사에서 비교적 일이 덜 바쁜 연 초에 다양한 교육을 듣도록 권장하는데,

이번에는 창의적인 기술문서 글쓰기 수업이 있어서 신청해봤어


이틀 동안 진행했는데, 엔지니어로써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글을 써야 하는지

실습도 하면서 나름 재미나게 수업을 했어


[실습] 관찰하기
지금 내 주위에서 관찰한 5개의 행동을 5개의 문장으로 표현하시오


나는 내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나는 대로 다섯 문장을 만들었어   


1. 핸드폰이 누워서 충전기를 꽂은 채 충전하고 있다
2. 핸드크림과 로션이 나란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3. 커다란 모니터 두 개가 책상 위에서 나를 가려주고 있다
4. 가방 문이 활짝 열린 채로 여러 물건들을 감싸주고 있다
5. 아침에 먹다 버린 젤리 껍데기가 모니터 아래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결과물을 보였어

어떤 분들은 사람에만 집중하기도, 어떤 분들은 반대로 사물에 초점을 맞추기도,

소리에 더 집중하는 사람, 시각적인 것에 더 집중하는 사람

또 어떤 분들은 사실적인 사항만 표현하신 분들도 있었어. 마치 뉴스처럼

사람들의 관심사, 더 중요시 여기는 것들이 다섯 문장 안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게 놀라웠어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내가 쓴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야.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써낸 다섯 문장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이하게 느껴졌나 봐

사물을 의인화해서 쓰는 게 평범하지 않다고, 글을 재미나게 잘 쓸 거 같다고 칭찬도 해주셨어.


내 옆에서 관심을 보이던 직원은 내가 쓴 글인지 모르고,

저분은 되게 특이하시네요. 이러는 거야. 그것도 채팅창에 살짝 비친 마지막 한 문장을 보고 말이야


글 한 문장으로도 그 사람이 특이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


나의 모습, 나의 성향, 나의 생각이 아무렇지 않게 써낸
글 한 문장에 반영될 수도 있구나 싶어


지난번 처음 만난 선배님과 밥을 먹은 적이 있었어.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나에게 그러시는 거야. 참 특이하다고


나는 단지 내가 궁금했던걸 질문했고, 답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특이하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평범하다는 말보다는 특이하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좋아, 남들과 같지 않다는 거니깐


다른 이들이 나를 특이하게 느낄 수 있게 글로 표현하고 말을 한다는 것
그것도 특별한 능력이 아닐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거 같아


인생에 답은 없데. 내가 하는 말과 글에서 나만의 냄새가 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답이지 않을까 싶어


세상에는 특이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과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나 봐


2022.02.13 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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