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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Jun 07. 2022

내려놓을 수록 채워지는 것들

애쓸수록 더 채워지기 어려운 공기같은 존재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오늘만 생각하면 사는 것'

어렸을 때는 하루살이 같은 삶이라 생각했어

'사람이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야지 어떻게 오늘만 살아내'라고 생각했는데,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인생이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더 많다는 걸 알고부터,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미래를 살아내는 것이고, 그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알았어


내가 하고 싶은걸 다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지금은 내 맘대로 안 되는 영역이 늘어날수록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야

안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걸 다 못해서 그 상실감이 난 너무 커

나한테 주어진 삶이 난 가득 차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나 봐 그래서 계속 자기 계발을 반복해도 100% 채워짐이 없었나 봐


가정을 꾸리고 날 더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난 내가 꽤 괜찮은 성품인 줄 알았는데, 내로남불에 최고봉이었어 내가 하는 말이 맞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내가 잘 안 들었어 듣는 척했더라고


며칠 전에 남편이랑 1시간 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난 왜 이렇게 욕심이 많을까?" 이랬더니


 사람은 누구나 그래 단, 그걸 티 내는 사람과 티 안내는 사람이 있는 거야"



이 말이 날 엄청 위로했어

SNS에 보면 다들 자랑하는 공간이고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었는데, 그 뒷면에는 누구나 다 고민과 걱정은 있겠구나


내가 "나 집도 갖고 싶고, 전원주택에도 살고 싶고 때론 대기업 이름 있는 회사에 다니고 싶은데 난 이런 게 없어..."

이랬더니 남편이

"우리는 결혼도 했고, 매달 월급 나오고, 원하던 강의도 시작했고, 캠핑도 다니고"

이러면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다 나열해줬어


이때 아차 싶었어

내가 그토록 노래 부르던 캠핑과 아이들 앞에서 수업하고 커뮤니티 모임을 하는데 만족 못하고 없는 것만 생각했어

나한테 있는 것보다 왜 없는 걸 자꾸 갈망하게 되는 걸까?


그러면서 남편이 날 위해 기도해줬어

"아무 걱정 없이 살게 해 주세요"라고 이 한 문장에서 느껴진 남편의 마음이 고마웠어

서로 30년을 다르게 살다가 만나 한 이불을 덮는 사이가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혼은 꼭 해볼 만한 일이야


누군가 함께 산다는 게 정말 불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 찐한 내편이 한 명 생기니깐


살다 보면 종종 이해 못 할 때도 많고, 답답할 때도 있는데 그걸 내 기준에 껴맞추려고 하지 않으면 편해

서로 다르게 살아온 인생을 무조건 나한테 맞추라고 하기에는 억지였어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것은 남편이 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어 결혼 초반에는 집안일을 분담해서 적어뒀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정착됐어


난 집 청소, 빨래 개기, 화분 물 주기 담당

남편은 설거지, 화장실 청소, 빨래 돌리기 담당


이렇게 각자 잊지 않고 해 준다면 집안일로 부딪히는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거는 그때 생각할래


난 결혼하고 처음으로 친구들이랑 1박 2일 여행 다녀왔어

남편과 모든 걸 함께 하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왔어

날씨는 안 좋았지만 그래도 쉴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어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 파도 소리, 계산하지 않고 말해도 되는 편한 사람들과 수다 이 모든 게 편안했어


스파하면서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다 내려두고 하염없이 창문 밖만 바라봤어

그러다 문뜩 든 생각

나 괜찮게 살았네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이 밀려왔어, 쉼이 필요했나 봐 바쁘게 지내다 보니 채워짐을 줄 시간이 없었던 거였어



알고 지낸 지 10년째인 사람들과 이렇게 살아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인생 뭐 있어 즐기자며 돈 많이 벌어서 또 오자 이렇게 결론을 내렸어


서로 진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고, 서로 찐하게 응원해주는 관계임에 거리낌이 하나 없어


각자 있는 자리에서 차곡차곡 살다가 또 만나기로, 다시 만났을 때 또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훈훈했어


2022.06.07 비워야 채워짐을 배워가는 내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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