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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Jul 24. 2022

가다보니 목적지가 생기기도 해   

가다보니 목적지가 생겼고 더 먼 바다로 나갈 수 있었어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과 가장 불행했던 시절이 언제일까?

근래 받아본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인 거 같다

내가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이지? 내가 불행했던 시절은 언제이지?


나에게 기억에 남을 만큼 불행했던 날들이 있었을까?

물론 학교에서 숙제를 안 해서 혼났을 때도 있었고, 성적이 생각한 것보다 안 좋게 나온 적도 있고,

대학 면접에서 떨어진 적도 있고,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적도 있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불행했던 날들일까?

그냥 조금 덜 기쁘고, 조금 더 속상한 날들이지 않았을까?


행복했던 시절을 꼽으라고 하면,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다니던 날들이 즐거웠고,

학교에서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은 날들, 남자친구와 잘 지내던 날들이라고 해야 될까?

물론 그날들이 다 좋은 추억이 되고 행복했던 기억이긴 하지만

그날들을 순위를 매겨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꼭 손꼽아야 하는 걸까?


행복과 불행의 척도를 측정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질문들인데,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일 텐데,

나에게는 답하는 게 쉽지 않구나


내일이가 이런 말을 해줬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내일이의 삶에서는 항상 애쓰며 살아왔기에 행복했던 시절도, 불행했던 시절도 있는 건가 싶었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애쓰며 살았던 적이 있었나?


애쓰다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는 뜻이더라


마음과 힘을 다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힘쓴 적이….

내 삶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어릴 적 장래희망을 적어내는 게 제일 어려웠고, 지금도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나인데

마음과 힘을 다해서 무언가를 갈망했던 적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애쓴 적이 없는 걸까?


갈망
간절하게 애타게 바람


간절하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결과가 좋게 나오면 정말 좋은 거고,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얻으려 애써도 나에게 오지 않는다면 내 것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만 생각하며 살아왔던 걸까?


꼭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까? 꼭 그것을 내가 이뤄야 되는 걸까?

그거 말고 다른 것들도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더 많고 다양한 것들,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것만을 고집해도 되는 걸까?

그저 로또 번호 찍는 것처럼 몇 가닥 찍어버린 길에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걸까?


그래도 내가 하는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나만의 방향을 만들고 있다 생각해

처음부터 갈망하던 길도, 애쓰기 위한 무언가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한 선택에서는 열심히 살아왔기에

다음 선택이 주어지고, 그다음 선택이 주어지고,

이렇게 방향키를 조금씩 조금씩 고쳐가며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해



진정한 열정이란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
억지로 억지로라도 조금씩 조금씩 계속 이어가는 거라고



내일이는 항상 꾸준히 열심히 해

일도 공부도 사람과의 관계도 말이야

매일매일 하는 걸 제일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그런 내일이의 모습이 가장 존경스러워

내일이는 학업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것 같아

그래서 행복했던 날들도, 불행했던 날들도 더 크게 느껴졌던 거 같아


반면 나는 그냥 흐르면 흐르는 대로 뭔가 이루고자 하는 것 없이 살아왔어

이제서야 나에게도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미약하지만 나의 삶에도 애쓰는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 해


막 엄청 행복하지도 않지만 막 엄청 불행하지도 않아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야

그때도 좋았고, 지금도 좋아

앞으로도 더 힘들 때도 있겠지만 더 행복할 날들도 있지 않을까?


그냥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으면 하고

그렇게 살아갈래

하고 싶은 건데 하기 싫을 땐 잠시 기다렸다 하지 뭐

세상살이가 마냥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되는 거 위주로 하면 되지

그러다가 아주 아주 조금씩 야망을 얹어주면 되지 않을까?


계획하고 살기보다는 나의 기분, 나의 컨디션에 따라 살아왔던 거..

라고 보기보다는 미루고 미루면서 살아왔다고 해야 하나

미루다 보면 하기 싫은 건 엄청 미루게 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부터 하게 되거든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면 어쩔 수 없이 꼭 해야 되는 것들이 있기에 그래도 이 정도 살아온 거 같다

그래도 나름 착실한 학생이고 직원이라 안 하지는 않거든


우리 인생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처음부터 내가 갈 목적지를 정해놓고 항해하는 배가 아닌 거 같아

그냥 가다 보니깐 섬이 보여서 그 섬을 향해 항해했고,

그 섬에 다다르고 나니 다른 섬에도 갈 수 있었고,

또 그렇게 넓은 바다에서 더 멀리 갈 수 있었나 봐


나는 그냥 저만큼씩만 갔기 때문에 덜 애쓰며 살아왔다고 느끼나 봐

대신 목표는 없었는데, 가다 보니깐 더 멀리 갈 수 있겠구나 하는 목표가 생긴 거지


내일이와 함께하는 길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너무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무엇을 하든 지치지 않게 차근차근 해보자 :)




2022.07.23 차근차근 인생에 야망을 얹고 싶은 오늘이가



P.S. 일기 쓰면서 느낀 건데 나는 조금씩 조금씩, 차근차근 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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