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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Jul 23. 2022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전전긍긍 애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도 필요해   

오늘이랑 매일 연락을 하다가 금요일 저녁부터 연락이 없는 오늘이

토요일은 바쁘거나 피곤해서 자나 보다 했고

일요일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연락이 안 된 적은 없었어 그래서 걱정했어


같이 요가를 하고 인사이트 받았던 영상을 공유해주던 네가 없으니 마음이 허전했어

어제는 밤에 문뜩 눈을 떴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

‘오늘이는 별일 없겠지’부터 시작해 잘 있겠지 하면서 말이야

우리가 그동안 함께한 흔적들이 하나하나 기억났어

같이 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매일 요가하고, 매일 이야기 나누고, 서로 응원해 줬던 모든 일들을 생각했어

순간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겠다 싶었어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부분이 다 영원함이 없겠지 다시 마음을 다 잡았어

주어진 시간에 지내고 있다 보면 연락이 올 거야 하고 2시간을 뒤척거리다 다시 잠들었어

사람마다 뭐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고, 내가 모르는 다른 일, 다른 감정들이 있다는 것 알아

더 이상 묻지 않았어.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거고, 아니어도 그냥 냅두기로


올해 내 가족을 잃어보고 나니

내 가족, 내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어

내 옆에서 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때론 아니겠구나 싶은 마음이 커졌어

그래서 더 현실에 집중해야 하는데 최근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아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지금 하는 것이 끝이 있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있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일어난 것처럼 난 행동하고 있었어

내 마음도 내 몸도 그걸 두려워하고 누가 날 묶어 둔 것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앞이 무서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어


그걸 본 순간 그냥 주저앉았어

아무것도 듣기도 싫었고, 아무것도 보기도 싫었어

잠깐 다 내려두고 도망가고 싶었어 회피하고 싶었어


지금 내 환경에서 날 힘들게 하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데 난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

이 감정이 날 둘러쌓고 있다 보니 나만 불행한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고


지난번에는 행복한 이야기를 썼는데 요번에는 자연스레 두려움 때문에 불행한 이야기를 쓰고 있네

내가 살면서 가장 불행하고 힘들었던 시절

30살에 결혼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준비하려고 시작하려는 순간 고비가 찾아왔어


난 30년 동안 착실하게 살아오고 어디 가도 인정받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때 내가 잘난 척이 있었겠다 싶어

처음으로 날 싫어하는 사람이 나타났지 바로 남자친구의 엄마

그때 결혼이라는 단어를 갖고 싶어서 안간힘을 다 썼어

무조건 그 타이밍에 내 손에 들어와야 내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내가 쫓아가려고 애쓰다 보니 더 멀어지고 오해는 깊어지고 대화조차 어려웠고

남자친구와 관계에 불안감이 생겼어


그때는 밤마다 산책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달라고 주문을 걸었어

이별을 해야 한다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과 타이밍을 보여 달라고 외쳤어

내려두기까지 많이 울기도 하고 내면의 소리한테 수없이 물었어

결국은 난 결혼이라는 단어를 내려뒀어


그 과정까지 진짜 어떻게 보냈는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았어

내 삶에 내 이름이 없었어

내 삶인데도 내가 갖고 싶은 걸 못 갖는다는 좌절감에 사로 잡혔어

결혼 못하면 세상 끝날 것처럼 집착을 했었어

모든 걸 다 결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6개월이 걸린 것 같아

왜 그렇게 갈망했을까?

30살에 결혼 못하면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어


결혼이 정말 하고 싶었지만 이 사람과 아니라고 인지했지만 헤어짐이 무서웠어

사람 관계에서 끝맺음을 두려워도 인정을 해야 했어

계속 갖고 있으면 그 남자친구랑 결혼을 할 수 있는 줄 알았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고 하지

이때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던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야


그때도, 지금도 내가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

하나 정도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일어나지 않아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데

그 하나가 내 가족, 내 사람에 대한 것을 자극하면 왜 모든 게 다 요동칠까?

그 하나를 자연스레 흘려보내는 연습은 아직도 어려워


내면의 소리를 들었어

별일 아닌 일에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일어날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다.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흘러간다.”를 마음에 덮었어


내가 전전긍긍하면서 살지 않아도 세상은 흘러간다는 것

내가 걱정하는 것들은 90%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오늘은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살아볼래


이날 저녁

한 달에 1번 그림 동화 모임이 있어 이 모임도 너랑 함께하지

모임에 절반 이상은 너와 함께하고 있었어

6월 그림 동화는 만난 “곰씨의 의자”

(곰씨의 의자 : 대인관계에서 곰씨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종종 있고, 함께 하고 싶은 토끼 이야기)





한 달에 그림동화 1권을 읽고 온라인에서 나누는 시간

리들의 은밀한 사이드 프로젝트 이름이 어울리는 모임이야


각자 질문을 하나씩 올리는데

오늘이 질문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잠시 끊고 싶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해주면 좋을까요?”이었어

오늘이가 연락 없었던 이유 때론 혼자 있고 싶고, 핸드폰을 멀리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어

그래서 잠수 중이었고, 난 그런 줄 모르고 걱정을 했던 것


내가 걱정하는 이유는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걱정해줬어

엄마, 아빠는 카톡방에 하루에 1번 이상 연락이 안 되면 뭐 하고 있는지, 무슨 일 있는지 카톡이 와

난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 가족들이랑 자주 연락하고 지내

내 사람들 빙구자매 그룹카톡은 거의 매일 연락하다 보니 연락이 없으면 서로 걱정해줘

이런 곳에서 서로 걱정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내 삶에 묻어났어


모임이 끝나고 우린 전화로 이야기를 했어

같이 모임을 하니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마음을 더 알기도 하고, 더 신기한 것은 이걸 통해 나를 더 알았어 나를 알수록 내 안에 새로운 내가 많아서 소름 돋아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를 때가 있어 상대방이 잘 모를 때도 있고

차별쟁이 처럼 보이지만 대인관계에서 내 울타리 사람이 아니라면 멀리하는 가치관이 생겼지 그랬을 때 내 마음이 괜찮은지 꼭 물어볼걸

내 마음이 편안한 방법을 택하고 있어 그렇게 내 울타리가 뚜렷해지고 있어


이날 나눈 대화가 우릴 더 단단하게 해 줬어

오늘이는 혼자 있고 싶을 때 “곰”이라고 카톡 보내주면 난 3일을 오늘이 연락 없어도 기다리기로 했고, 3일이 지나면 그때 연락해 달라는 오늘이 이야기에 동의했어


초등학교 때 처음 안 우리가 한 동안은 몇 년에 한 번씩 지내다

자주 연락하고 지낸 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데 이렇게 서로의 새로운 점을 알아 간다는 게 재미가 있어


오늘이야

너랑 나랑은 참 다르지만 참 비슷하기도 해

지구에서 비슷한 사람을 만나 같이 일기를 쓴다는 것은

삶에 건강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 귀한 일이야



2022.07.04 서로 다름을 배워가는 내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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