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그럼 뭘로 돈 벌어야 되나요?
오래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미디어다. 정확히는 저널리즘.
난 전공이 이쪽과는 1도 관련이 없었고, 20대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별 관심이 없었다. 30대에 들어서야 겨우 세상 돌아가는 것과, 이를 다른 이들에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주는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맹렬히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수익모델. 이런 일 해서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을까?
새로운 스타트업 미디어를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얘네는 뭘로 밥 벌어 먹고 사려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건, 결국 누군가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하고 금전적인 댓가를 얻어내는 행위다.
그럼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기업, 언론사는 무엇을 누구에게 제공하고 돈을 얻어낼 수 있을까.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돈벌이는 이렇다. 어려운 말로 하면 양면시장. 요즘 하는 말로는 플랫폼 장사.
신문사들은 최대한 독자를 끌어 모았다. 때로는 자극적인 기사로, 때로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기사로. 이 둘을 섞는 경우도 있고, 한쪽만 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튼 독자를 최대한 끌어 모았다.
그리고 그 모인 독자를, 광고주에게 팔았다. '너 광고주, 이렇게 많은 사람들 모아서 광고하려면 힘들지? 우리가 모아놨다. 그러니까 우리 신문에 광고해.'
이 방법은 지금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돈을 버는 구조와 똑같다. 무료 서비스로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은 후, 광고주에게 이 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 광고를 파는 것.
양면시장을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돈을 직접 지불하진 않지만, 팔 수 있는 무형의 가치인 독자/사용자가 핵심이다.
그래서 이들은 독자/사용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 모으고, 이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신문사라면 기사로 승부해왔다. 많은 양의 기사를 발행해 독자들을 유지시키고, 좋은 기사(혹은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새로운 독자를 불러 모은다.
그러면서도 광고주 <-> 독자 사이의 균형을 항상 생각한다. 나에게 돈을 주는 기업에게 너무 공격적인 기사만 내놓는다면, 그 어떤 광고주가 돈을 주겠나. 그렇다고 너무 친기업적인 정서로만 나간다면, 이를 볼 독자는 거의 없게 된다.
이 균형의 추를 아예 무시할 수 있으려면, 압도적인 독자/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서면 된다. 그러면 독자/사용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서비스를 쓸 것이며, 광고주는 울며 겨자먹기로 여기에 광고를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구글/페이스북이 그렇듯.
하지만 신문사는 이제 독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젠 거의 그 누구도 종이신문을 보고 있지 않다.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의 수의 증가율은 더 가속화 될 것이고.
즉, 신문사는 광고주에게 팔 재화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 모델에만 국한해, 신문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신문을 보는 독자를 늘리는건 불가능해졌다. 그럼 온라인으로 보는 독자를 늘리면 되겠네! 라는 생각은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생각이다.
왜 그렇냐 하면, 다음에 나올 이야기 때문.
이전에 양면 시장에 이야기했다면, 여기선 다면 시장에 대한 이야기.
양면 시장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을 제외하고 두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집단이 있을 때 이야기 하는 것. 그러니까 신문사의 입장에선 1)독자와 2)광고주, 이 두개만 있는 경우 이를 양면 시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2개 이상이라면? 이를 다면 시장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양면 시장은 다면 시장에 포함되는 개념. 다면 시장이 좀 더 넓은 개념이라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집단이 얽히고 섥힌 다면 시장을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케이블TV를 보자.
집에서 케이블 TV를 보고 싶으면, KT같은 곳에 전화를 하면 된다. 그럼 기사가 와서 이것 저것 뚝딱뚝딱 설치를 해주고, 짜잔~ 내 TV에서 엄청나게 많은 채널을 볼 수 있게 된다.
여기서는 플랫폼이 바로 KT. 그럼 다른 집단들은 뭐가 있을까? 일단 TV를 궁극적으로 보는 너님같은 소비자가 있다. 그리고, KT라는 케이블 TV 업자에게 콘텐츠를 공급하는 CP(Contents Provider)가 있다. 그러니까 MBC같은 것도 있고, TvN 같은 것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플랫폼을 제외하고 2개(소비자, CP)가 나왔으니 여기까진 양면시장 정도가 되겠다. 플랫폼 사업자인 KT는 월별로 소비자에게 돈을 청구하고, 그 돈을 CP랑 나눠 갖으면서 장사를 해도 된다.
하지만 소비자라는, 광고를 팔 수 있는 대상이 생겼는데 이걸 놀리면 쓰나. 그래서 KT는 광고를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CP들도 자신의 채널을 즐겨 보는 다수의 시청자들이 생겼으니 얘네도 따로 광고를 받는다. 자, 광고주라는 또다른 집단이 생겼고, 이 집단은 플랫폼에도 광고를 하고, CP에도 광고를 한다.
슬슬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또 뺄 수 없는건 바로 TV라는 기기 그 자체를 만드는 업체들이다. 그러니까 삼성이나 LG같이 TV 만드는 걔네들.
CP가 아무리 좋은 장비로 초오오오오오고화질로 영상을 내보내도 그걸 후진 브라운관으로 본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또, 내 TV는 울트라어쩌구저쩌구 슈퍼 핵짱짱 고화질 TV지만, 내가 보는 채널에선 60년대 흑백 영화만 틀어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고.
그래서 TV 제조사들도 이 커다란 생태계의 또 다른 집단으로 참여하게 된다. TV 제조사는 이 TV를 소비자에게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좋은 화질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하고, 그러려면 TV의 스펙도 좋아야 하지만 CP들이 고화질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위에 이야기한 집단 말고도 좀 더 많은 집단들이 있겠지만, 보통 시장이란 이렇게 다양한 집단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소비자의 지갑을 어떻게 털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하나의 다면 시장을 보자. 너. 나. 네이버에 올라가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네이머 메일로 이메일을 보내고 등등 네이버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가 있다.
그리고 네이버를 풍성하게 가꾸는 정말 수많은 CP가 존재한다. 개인 블로거들도 하나의 콘텐츠 제공자이고, 수많은 언론사들도 결국 CP가 되어 버린다.
여기에 모인 다수의 사용자에게 광고를 보여주고 싶은 광고주들이 모이고.
그래서 언론사는 처음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분명 인터넷 이전 세대에는 자기들이 플랫폼이었는데, 이제는 단순 CP밖에 되지 않는다니. 그러니까 종이신문 부흥시대때, 우리 신문에 기고해주는 칼럼리스트 정도의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하게 됐으니, 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진 않았을까.
더욱이 언론사는 이제 독자와의 고리가 거의 끊어져 버렸다. 독자를 모으고 이를 지렛대 삼는 전략이 불가능해져버렸다. 독자는 네이버가 모아주니까. 그리고 그 독자를 대상으로 광고도 네이버가 먹으니까. 언론사는 결국 네이버가 주는 전재료 정도만 받을 수 밖에.
그럼 네이버와 관계를 아예 끊고, 언론사가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어떨까.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뭐 포털 비스무리한 것도 만들어보고,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하지만 오로지 뉴스만 콘텐츠로 제공하는 언론사와, 뉴스 포함 오만가지 재미난 콘텐츠를 제공하는 네이버와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언론사 자체적으로 온라인의 독자를 만들어내는건 이제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미 뉴스 외에 수많은 콘텐츠를 모아 유통시키는 네이버,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들이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선점해버렸다.
이 플랫폼들은 뉴스 독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용자를 모집했고, 이들을 상대로 단순히 뉴스만을 소비할 독자를 모으는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는 구도가 되버렸다는 말.
그러니까 독자를 모아서, 많은 수의 독자를 기반으로 광고주에게 광고를 파는 이 모델은 언론사에겐 이젠 썩 그리 좋은 수익모델이 아닌게 된 셈이다.
그럼 뭘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무엇을 팔까?
이걸 이야기하기 전에 (아니 도대체 그래서 수익모델 이야기는 언제 할거냐 퍽 퍽 퍽), 일단 무엇을 강화해야할지를 알아둬야 겠다. 지금 그나마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것들. 그걸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익모델이든, 새롭게 만들 수익모델이든, 뭐가 됐든 돈을 잘 벌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부터 돌아보고 재정비를 해야하겠다.
그래서 언론사는 뭘 가지고 있을까?
독자.
독자 수가 줄어든다 하고, 이 독자수를 모집하는 건 결국 페이스북과 네이버가 되고 있지만, 어찌됐든 언론사에겐 기사를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 단, 언론사는 독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래서 독자를 먼저 알아가야 한다.
연애를 예로 들어보자.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파악하고, 그걸 해주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파악해, 그걸 피하고. 이건 연애의 기본 중 기본이다. 내 애인이 케이크를 싫어하는데, 생일이라고 맛있는 케이크를 사주는 건 좋은 전략일까?
아니 내 애인이 케이크를 싫어한다고 말을 했는데, 이게 과연 내가 비싼 케이크를 사올까봐 걱정되서,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싫어하는걸까? 이것부터 제대로 파악을 해야겠지.
독자도 마찬가지다. 뭘 싫어하고, 뭘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분석을 하고 또 해서, 어떤 기사를 좋아하고, 어떤 기사는 싫어하는지. 어떤 광고는 좋아하고 어떤 광고는 싫어하는지 등을 알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매번 헐벗은 여자 사람 사진들만 독자들이 찾는다고 착각하고, 그런 기사들만 주구장창 쓰라는 소리가 아니다. 내 언론사에서 어떤 글을 읽고 싶은지를 제대로 파악하라는 말이다. 그런 야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독자가 아니라, 그냥 야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인거다. 내 독자가, 내 언론사에서 어떤 글을 읽고 싶어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기사가 누구에게 읽히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네이버에도,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계속 압박해야 된다. (아마 지금은 안주는 걸로 알고 있음). 단순 조회수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 연령/성별/지역 정보는 달라고 해야된다.
당연히 내 웹사이트에 직접 방문해 어떤 기사들을 읽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고.
이런 정보를 토대로, 어떤 기사를, 어떤 시간에, 누가, 어디에서 읽는지를 상세히 분석해보자. 겨우 독자에 대한 파악이 어렴풋이 된다.
그 이후에는, 독자를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케이크를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 진짜 케이크를 안 좋아하는지 한번 쯤은 선물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분석한 독자들은 아침 9시에 시사관련 기사를 많이 읽는 것으로 보였는데, 진짜 그런지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계속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해보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 수익모델로 들어가기 전에,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귀중한 자산에 대해 좀만 더 알아보자. (수익모델 이야기는 내년쯤 가능하려나)
(이야기 계속 이어짐)
(2017.09.2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