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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Aug 21. 2020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이기적인 엄마의 끝판왕

나는 9살 아들, 7살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큰 아이가 어렸을 때는 육아에 대해 1도 몰랐던 상태였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다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에 그야말로 왕초보 그 자체였다. 아이를 별로 예뻐하진 않지만 내 아이만큼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출산부터 아이를 키우는 동안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감동이 육아의 고충을 이기지 못했다. 시간만 나면 드라마나 예능을 보느라 TV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울증이 찾아왔고 무기력해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가 방긋방긋 웃어줄 때면 온 세상이 내 것인 것 같았지만 아이 울음이 멈추지 않을 때면 내 의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아이가 잘 컸으면 하는 바람에 그 당시 유행하던 장난감, 책 등을 집이 장난감과 책 무덤이 될 때까지 계속 사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공허함과 육아 스트레스를 그런 것들로 풀었던 것이다. 아이를 위해 그런 것이라도 해야 좋은 엄마가 되는 것 같았다. 부모라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제와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아이에게 사준다고 해서 좋은 엄마가 되는 게 아니었는데 참 무지했다. 아이의 눈을 좀 더 맞추고, 더 말을 걸어주고, 그림책도 읽어주며 아이와 더 교감해야 했다.


'이제와 후회하면 뭐하나 이미 지난 일을. 지금부터라도 노력하자'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잘 되지 않는다. 지금은 내 공부, 내 할 일 하기 바빠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욕심은 많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려면 영어는 기본, 다른 외국어도 잘했으면 좋겠다. 참 이기적인 엄마다. 알면서도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외국어도 잘할까 하고 항상 고민한다.

 



말이 늦었던 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할 때 즈음 필리핀으로 갔다. 딸은 6개월이었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며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갈 때쯤 친정 부모님이 계신 필리핀으로 이사를 했다. 일종의 도피였다. 두 명의 보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갔다. 그제야 내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기적인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한국어가 아닌 영어가 늘고 있었다. 이제 겨우 한국말을 하려고 했던 아들은 언어에 혼란이 왔을 것이다. 2년 6개월 뒤에 한국으로 왔을 때는 한국말보다 영어로 아이들과 소통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국말을 잘해야 했다. 겨우 배운 영어를 놓기가 아까웠지만 영어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서서히 영어 사용을 줄이고 한국어 사용을 늘려 나갔다. 어린이집을 가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한국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모국어가 중요하다


영어를 익히려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버린다면 차라리 영어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린이 영어 몰입교육은 우리말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중략)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모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 외국 유학을 하는 경우에도 외국어를 물 흐르듯 하면서 모국어가 신통치 않은 것보다는 차라리 그 반대가 낫다. p 149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저자는 모국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국어를 제대로 해야 외국어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온 건 잘한 일이다. 또래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한국에서 다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내가 영어 선생님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직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틈틈이 노출만 시켜줄 뿐이다. 언제든지 가르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인지 한국어부터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둘 다 인 것 같다. 일단 우리 아이들(특히 아들)이 또래만큼만 이라도 의사 표현을 잘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인 내 노력이 필요하다.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르려면 책 읽기를 즐겨야 한다는데 아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부터 시작해야겠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자녀가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지기를 바란다면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적절한 언어적 자극을 넉넉하게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언어 능력이란 아는 어휘의 수, 문장 구사력, 독해력, 문제의식, 논리적 사고능력 등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중략) 시간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말보다 먼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없다.


아들이 또래들보다 언어가 늦는 이유가 나 때문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책을 더 많이 읽어주고 말도 걸어주며 언어적 자극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책감이 느껴진다. 아이의 언어 능력을 발전시키려면 부모가 우리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말을 바르고 예쁘게 쓴 동화책을 읽어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자 자기 책을 읽자고 했는데 자기 전이라도 한 권씩 읽어줘야겠다. 예전에도 이런 다짐을 한 적이 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다시 반성하고 결심해 본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라는 말이 '아이가 나보다 먼저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추천도서 목록을 무시하라


어린이 독서는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독서를 생활 습관으로 만들고 자신이 읽은 것을 활용해 무엇이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독서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재미를 붙이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나름의 독서 이력을 만들어간다. 만화, 판타지 소설, 무협소설, 추리소설, 역사소설, 잡지, 그 무엇이든 괜찮다.


어린이를 위한 추천도서 목록, 초등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등 추천 목록들이 다양하다. 그 책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한 동안 전집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고르게 하거나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할 때도 아이에게 물어보고 단행본으로 구입하는 편이다. 책을 읽어줄 때도 내가 고르기보다 아이에게 읽고 싶은 걸 골라오도록 한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특히 자기가 원하는 책을 먼저 보는 게 우선이다. 당분간 추천도서 목록은 무시하자.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책을 보았고 자기 계발을 시작했지만 정작 아이들을 위해 한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만 있었지 정작 아이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잘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기적인 엄마의 끝판왕이다. 엄마가 책을 좋아하고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아이가 책으로 교감하고 즐거운 경험이 있어야 그것도 가능하다.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내 바람은 일단 이기적인 엄마의 욕심이라 인정하자.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 권을 읽어줘야겠다는 목표보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자는 생각으로 노력해야겠다. 아이들과 빡독(빡세게 독서)하는 그 날이 얼른 오길 바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은 엄마인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상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30일 동안 매일매일 한 챕터씩 읽고 서평 쓰기 도전 Day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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