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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 아내가 꿈이었던 내가 워라밸을 외치는 이유

워킹맘은 육아도, 일도 다 잘 해내고 싶다.

by 날라리며느리

원래 나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놀고먹으며 내가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여행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사는 베짱이 아내가 꿈이었다. 지금의 내가 보는 그 시절의 나는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 후회는 조금 있지만 그때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해명을 해보자면 그때는 경제 상황이 좋은 편이었고 남편도 내가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집에서 내가 현모양처 역할을 해 주길 바랬고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는 좀 거리가 먼 일인데 말이다. 이렇게 글을 써보니 또 다른 나를 알게 된다. 그런데 너무 웃기게도 가끔 베짱이 아내를 다시 꿈꾸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다.



나에게 일과 삶의 균형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한창 유행어처럼 들었던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나에게 워라밸이란 일과 삶을 독립적으로 분리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일도 내 삶의 한 부분이지만 퇴근 후 집에서까지 업무의 연장선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전업 주부로서의 삶만 살다가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지금, 항상 숙제로 느껴지는 부분은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워킹맘의 고충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쏟아야 하는 시간들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퇴근하면 지쳐서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온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 하고 재잘재잘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관심과 사랑을 원한다. 한 가정에서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내 역할과 학원에서의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은 어찌 보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고 교육하는 일인데 우리 아이들보다 학원 아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할 때 조금 힘들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워라밸을 위해서 일과 가정의 경계선을 잘 그어놓고 내가 정한 우선순위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내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새벽 시간이 꼭 필요하다. 오전, 오후는 일하는 시간, 퇴근 후 8시부터는 가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 내 삶에 일, 가정, 자기 계발, 이 삼박자의 균형을 잘 맞추며 사는 것이 나에게 진정한 워라밸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일은 수단일까, 목적일까?



솔직히 처음엔 수단으로 일을 시작했다. 경제적인 형편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랬고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수단만으로 일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내 형편상 수단으로써의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젠 일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아가고 성장하면서 내 일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중요한 것이 되었다. 일에 있어서 즐거움도 느끼고 스스로의 성장도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금 내 일이 오로지 수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앞으로는 수단을 넘어 오로지 목적이 되길 바라본다. 아니면 목적만을 위한 나만의 일을 발견하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 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나?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지만 일에서 신기하게도 의미를 찾으니 나를 위한 일이 되었다. 처음엔 내가 열심히 하면 남 좋은 일 시켜주는 거 아닌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라고 하는 악마의 속삭임도 많이 들었다. 그들이 보기에 내가 월급 받는 것에 비해 많은 일을 하고 희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도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돈을 떠나 내가 맡은 일을 책임지고 제대로 하고 싶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편이다. 동료들도 말하길 뭘 굳이 그런 일까지 신경 쓰냐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일은 이제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되었고 누가 정해준 목표가 아니라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나아가고 있으니 보람이 더 크다. 여기서 나는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실력이 많이 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생긴다.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에서의 나와 가정에서의 나를 균형이 잘 맞춰진 무대에 올려놓는 것이다. 물론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우리 가정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는 학생들이 나를 통해 지식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살아가는 방법과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나와 의논하고, 나를 멘토로 삼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거리낌 없이 상담할 수 있는 상대자가 되길 원한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가정에서 아내로, 엄마로서의 역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것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역할을 잘해나가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노력들과 제대로 된 방법들을 찾는 것이 나의 숙제다. 큰 틀은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 같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마무리하는 게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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