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럭으로 전국을 여행하는 부부

제 남편은 트럭운전사입니다

by 날라리며느리

언제부터 토요일은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토요일도 열심히 일하러 가는 트럭커인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은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보는 남편에게 바다 보러 가고 싶다고 했더니 강릉까지 가는 일을 잡아서 강릉에서 맛있는 회도 먹고 동해 바다도 실컷 보고 온 적도 있다. 남편은 내가 함께 하면 일이 잘 풀린다며 매일 따라다녔으면 좋겠다고 듣기 좋은 소리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해 준다.

남편은 트럭 드라이버


남편은 워낙 운전을 좋아하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항상 이야기한다. 예전부터 트럭 운전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반대했다. 운전을 하는 일이라 위험하다고도 생각했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는 '트럭을 운전하는 남편을 둔 아내'가 되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아무 거리낌 없이 '남편은 트럭 운전해요'라고 떳떳하게 말한다. 왜냐하면 난 자기 일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덕업 일치를 이룬 사람으로는 내 주위에 남편밖에 없다. 자기 일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이 부러울 때도 있다. 나도 물론 내 일을 좋아하지만 아직 남편만큼은 아닌 것 같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아내에게 동기부여까지 하게 해주는 남편이다.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는 보물

남편은 이렇게 아내와 드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되냐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기 일을 예찬(?)한다. 그걸 함께하는 나도 즐거운 건 마찬가지다. 본인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남편을 보는 것도 좋고 그동안 못 들었던 음악도 실컷 듣고 드라이브도 하며 한 주를 정리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 없이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남편도, 나도 이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남편은 투어가이드


남편 차가 크다 보니 높은 곳에서 보이는 차창 밖 풍경이 꽤나 훌륭하다. 남편은 그동안 매일 운전하면서 자기만 좋은 경치를 보는 것 같아 미안했다는 말까지 하면서 여기저기 좋은 스폿(?)들을 투어가이드 마냥 안내해주느라 바쁘다.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나는 음악 선곡을 하며 우리 부부는 한 주 동안 있었던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대화의 즐거움을 요즘 한껏 느끼고 있음에 감사하다. 각자 일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 아이들 이야기, 양가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우리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3-4시간이 걸리는 목적지까지도 금방 도착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복잡함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사는 게 요즘 내가 지향하는 미니멀 라이프라고 한다면 우리 부부는 토요일만큼은 서로에게 집중하며 제대로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평일에는 각자 하는 일에 집중하고 토요일은 우리 부부에게, 일요일은 아이들에게 오롯이 집중하면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 가족만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가치 있는 곳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충분히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마음의 부자라는 말이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이런 것을 알게 해 준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남편과 알고 지낸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시간들이 더 좋아지는 거 보면 아직은 잘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앞으로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독립을 하고 우리 둘만 남았을 때 서로에게 제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우리 부부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말이다.


#토요일은우리부부시간 #트럭커남편과함께하는아내이야기 #부부의세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이 내 인생의 장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