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삶보다는 조화로운 삶을 살자
워킹맘으로서 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안일, 아이들, 그리고 내 커리어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며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내 일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떠올리며 답을 생각하는데 바로 떠오른 것이 우리 아이들이다. 엄마라는 사람이 아이들이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다니!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정확하게 이 질문에 답하자면 '아이들에 대한 나의 미안한 마음'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해야 할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항상 문제가 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가 장애물이라니 말이다. 내가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1순위가 안 되는 것이 미안하다. 이 문제는 시간 배분을 잘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시간 배분과는 별개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는 나의 모든 일과 일정이 한 번에 꼬여 버릴 수 있는 아이들의 건강 문제이다. 다행히 아이들이 아파도 지금까지는 이래저래 잘 대처해 왔지만 항상 걱정되는 일이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다.
내가 일을 함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인정받으려는 욕구'이다. 누구든 실수를 하고,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는 걸 알면서도 실수하기를 두려워한다는 점이 가장 큰 실수인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하고 망설이는 시간이 많이 줄었고, 되도록이면 많은 걸 도전하려 한다. 일단 시작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간다. 물론 완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기준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완벽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꼭 한번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이다.
나는 혹시 '중력 문제'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을까?
중력 때문에 삶을 바꿀 수 없다면 사고방식을 바꾸면 된다 . < DESIGN YOUR LIFE p 55 >
처음 내가 언급한 문제가 나의 '중력 문제'라고 본다. 항상 고민하는 문제,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문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들 말이다. 이제 아이들 없는 삶은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주로 내가 글을 쓰며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문제가 바로 아이들과 일 사이의 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 문제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를 다짐한다. 바꿀 수 없는 내 상황을 마주하는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이상 고민하지도 말고 죄책감도 느끼지 말자.
내가 이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얻어지는 장점을 무엇일까?
모든 일을 하되, 영리하게 하라. < DESIGN YOUR LIFE p 56 >
아이들 때문에 내가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컸고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가끔 아이들이 내가 일하러 안 가고 집에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곤 하지만 아이들도 엄마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이제 알고 있다. 오히려 응원도 해준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엄마가 일을 하는 게 좋은지, 하지 않는 게 좋은지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들은 엄마가 일을 하는 게 멋있다고 한다. 공부도, 독서도 열심히 하는 엄마가 좋다고 한다. 딸은 유치원에 엄마가 영어를 가르쳐주러 와줘서 좋다고 한다(나는 딸아이 유치원에서 파견 강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기만 보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 웃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걸 잘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젠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 같은 반 친구가 말했다고 한다.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어서 좋겠다고. 그 말을 듣는데 뿌듯했다. 그동안 했던 걱정들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내가 일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은 우선 아이들에게 내가 열심히 사는 사람, 일 잘하는 엄마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활동을 함으로 해서 얻어지는 수입과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집안일은 엄마에게 도움을 받고 있으니 퇴근 후에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부족한 엄마 역할을 채워 가고자 한다. 엄마로서도 완벽하고 일에서도 완벽하려고 하는 이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해야겠다 다짐한다.
완벽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나의 욕심이 아이들과 일 사이의 문제를 항상 갈등하게 한다는 것을 글로 써보니 알게 되었다. 엄청난 깨달음이다. 완벽한 엄마이고 싶고, 업무에 있어서도 완벽한 부원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태 나를 짓누르고 있었음을 알았다. 일도 잘하면서 엄마 역할도 완벽하게 한다는 말을 들으며 인정받고 싶었던 거다. 오늘 글을 쓰며 여태껏 워킹맘으로서 고민했던 시간들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 기분이다.
엄마인 나, 부원장인 나, 자기 계발을 하는 나로 균형 있게 살기 위해 지혜롭고 영리한 강예나가 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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