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커피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직장인 중 커피에 중독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루에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것이 당연해진지 오래다. 물론 커피가 몸에 맞지 않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내 친한 친구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해 티를 즐겨 마신다. 그래서 카페에 가면 나는 커피, 그 친구는 홍차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카페. 커피의 맛도 맛이지만, 요즘에는 만남의 장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장소의 의미가 더 커진 것 같다. 멋있는 카페의 분위기와 향기로운 커피의 만남.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중에서 지금 내가 마시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아메리카노? 라떼? 그때그때 마시고 싶은 게 달라지듯이 커피마다의 향과 맛, 느낌은 다 다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각각의 의미를 한 번 부여해봤다. 부디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여기 커피 맛있다.”, “난 000 커피가 좋던데.” 커피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라 할 수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그냥 맛있는 커피인 것이다.
에스프레소(Espresso)란 영어로 빠르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강하게 볶은 커피원두를 곱게 분쇄하여 에스프레소 전용 커피 머신으로 빠른 시간 내에 추출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커피의 엑기스, 본질이라고들 흔히 이야기한다. 그만큼 에스프레소는 맛이 쓰고, 양도 적다. 특히 커피를 대중적으로 알린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신다. 실제로 유럽을 가면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후루룩 들이키고 나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경우를 가끔 보곤 한다. 아. 그 쓴맛이여. 마치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는 있는 것 같은 진한 맛이다. 하지만 재미난 점이 있다. 계속 마시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쓴맛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인생의 쓴맛을 다 겪어보고도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즐기고 있는 것처럼.
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어 만든 것이 바로 아메리카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갔던 미군 병사들이 즐겨마시던 묽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진한 에스프레소를 물로 희석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후 미국의 대형 커피전문 업체들이 판매를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개화기 당시 미국과 러시아를 통해 국내에 커피가 들어왔다. 가비, 가배, 혹은 양탕국이라 불렸는데,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고종이 이 가배를 즐겨 마셨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아마 당시의 불안했던 국내정세와 착잡한 자신의 마음이 이 쓰디쓴 커피의 맛과 비슷하다고 느끼셨던 게 아닐까. 하루에도 몇 잔씩 드셔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커피는 한 나라의 힘없던 왕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매개체였을 것이다. 안타깝다.
예나 지금이나 아메리카노는 제일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당히 쓰고, 적절한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더 중독성 있다. 오늘도 나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벌써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아마 평생을 마시게 될 것 같다.
√ 카페라떼 VS. 카푸치노
나는 카페에 갔는데, 살짝 출출하다 싶으면 무조건 라떼를 마신다. 여름에는 고소한 우유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 겨울에는 얼은 몸도 녹이고 배도 채우기 위해서.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커피 종류를 말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1:2 또는 1:3의 비율로 섞어 내놓는다. 그러면 우유가 5mm정도 맨 위에 층을 이루며, 그 고소함이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든다. 이때, 에스프레소 특유의 씁쓸함과 우유의 적절한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다. 그 부드러움이란.
카푸치노는 라떼와 거의 흡사하다. 다만 에스프레소와 우유와 우유거품의 비율이 1:1:1이 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즉, 라떼보다 우유양은 적게, 거품양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식 커피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위에 계피가루를 뿌려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달콤 쌉싸름한 맛을 원할 때는 딱이다. 위에 올라가는 우유거품이 얼마나 부드럽냐에 따라 카푸치노의 맛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좋은 우유거품이 필수라는 얘기이다. 그래서인지 그 거품을 ‘벨벳거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얼마나 부드러우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크림 같은 거품과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를 한 번에 머금으면 그야말로 입안은 난리가 난다. 와. 파티로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다.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실 때에는 에스프레소, 우유, 거품의 조화를 음미하며 천천히 마셔보는 게 어떨까하고 말이다. 아메리카노와 달리 거품까지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을 주는 것이 이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치 앞만 보고 달려온 날들을 이들에게 보상이라도 받듯이 말이다. 지금 이 시간, 누군가와 함께 입안 가득히 풍미가 느껴지는 맛있는 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내일의 커피는 이미 정해졌다. 라떼다.
√ 다크/화이트 카페모카
스트레스를 받거나 체력고갈(흔히 당 떨어졌다고 한다)로 인해 달달한 것이 생각날 때가 있다. 평소에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카페에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단 메뉴에 눈이 가고 마는 것이다. 그럴 때는 신중하게 생각해본 후, 당당하게 외친다. “모카 한잔이요. 휘핑 잔뜩 올려주세요.”
카페모카의 ‘모카(Mocha)’는 예멘 지역의 항구 이름으로 모카 항구에서 커피 수출이 원활했다고 한다. 고퀄리티의 커피들이 많이 수출되었고, 그 커피에서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해서 모카커피라 불렸단다. 그리고 그 후에 초콜릿 맛이 나는 커피음료를 카페모카라 불렀다니 어원의 역사는 참 재미난다.
그래서 ‘카페모카’하면 보통 에스프레소에 초콜릿 시럽이나 초코가루를 넣어 인위적으로 초콜릿 맛을 강조한 커피가 떠오른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달달한 맛이 나는 음료라는 것 정도는 알 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위에 토핑으로 휘핑과 초콜릿 시럽까지 뿌려주니 그야말로 칼로리 끝판 왕이다.
달다. 모카를 마시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씁쓸함도 함께 느껴지는 건 나만의 느낌인가.
초콜릿의 주원료가 카카오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카카오의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단맛보다는 쓴맛이 도드라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카카오 80~90%의 초콜릿을 먹어보면 엄청나게 쓰다. 그래서인지 단맛과 씁쓸한 맛의 적절한 조합이 또 모카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에스프레소와 초코의 만남이라. 참 멋지지 않은가. 인생에 좋고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살다보면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오는 법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그리고 모카의 달달하면서도 씁쓸한 맛처럼.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좋은 일이 있으면 또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라는 옛 선조의 지혜다.
√ 카라멜 마끼야또
내가 커피를 마셔볼까 했을 때, 제일 먼저 도전했던 메뉴가 바로 카라멜 마끼야또다. 발음하기도 참 어렵다. 친구가 시켜서 따라 마셔본 게 커피 입문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제일 선호하기 때문에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 마실 때마다 처음 그 때가 생각난다. ‘오, 이런 맛이 있구나. 커피에도 이렇게 맛있는 종류가 있구나.’했다. 위에 언급한 모카와는 또 다른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음료다.
라떼 마끼야또에 카라멜 소스를 첨가한 것으로,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마끼야또라는 이름으로 팔리기 때문에 아주 유명해졌다. 여기에서 마끼야또(Macchiato)는 이탈리아어로 “표시한”, “얼룩진”, 또는 “낙서”라는 뜻이다. 그래서 라떼 마끼야또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로 모양을 낸 거품우유를 가리킨다. 카라멜 마끼야또는 그래서 다른 음료와 레시피가 살짝 다르다. 다른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먼저 넣고 만드는 반면, 마끼야또는 에스프레소를 맨 마지막에 부어준다. 이 미묘한 차이가 음료의 맛을 또 색다르게 해주는 것이다.
아래에 두껍게 깔리는 카라멜 소스 때문에 커피의 쓴맛, 신맛을 바로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깔려있는 달달한 소스가 확 빨려 올라오면서 안 좋았던 기분마저 좋아지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이라도 찾게 되나보다.
달콤함으로 승부하는 마끼야또처럼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매력이 발현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직 발현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가 정해 놓은 것도 아닌 객관적 지표에 매달리지 말고, 나만의 매력을 한번 발휘해보자. 가끔 자신의 콤플렉스조차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 과정이 힘들고 지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자신을 제일 사랑하고 잘 아는 것은 본인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사람들은 나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해줄 것이다.
√ 프라푸치노? 플랫치노?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음료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때문에 근래 들어 여름이 더 덥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맛이 더 깔끔하다는 이유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얼음가득 투명 컵에 담긴 아메리카노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니까.
하지만 한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얼음이랑 같이 간 시원한 프라푸치노가 답이다. 마시다보면 시원하다 못해 나중에는 골이 다 띵하다. 사실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의 등록상표로 차가운 음료의 종류와 상품명을 말한다. 에스프레소와 우유, 시럽, 얼음 등을 함께 넣고 블렌더로 갈아 만든 음료로 프라페(프랑스어, 얼음을 넣어 차게 한 음료수)와 카푸치노에서 만든 조어(새로 만든 말)라 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플랫치노’라 일컫기도 한다. 많은 커피 브랜드에서 이러한 레시피의 음료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도 다르고, 레시피도 다 다르다.
이 프라푸치노는 달콤해서 맛있을 뿐 아니라 얼음이랑 같이 갈은 음료이기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시원하다. 특히 무더운 한여름에 먹으면 갈증이 싹 달아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시원하다고, 맛있다고 욕심내서 너무 많이 먹으면 꼭 배탈이 나곤 한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지금도 충분한데, 무리하게 욕심을 내는 바람에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경우를 참 많이 본다. 혹은 겪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며 ‘아, 내가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을까. 굳이 안 그랬어도 되는데.’하는 걸 깨달으면서 후회를 할 때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나의 괜한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점검해볼 때다. 쓸데없는 고집과 욕심은 나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 핸드드립커피
한 때, 핸드드립커피가 아주 유행했었다. 전문점이 생길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좋은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커피여서인지 핸드드립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다.
핸드드립은 말 그대로 손으로 내리는 커피를 말한다. 즉, 잘게 빻은 원두에 직접 뜨거운 물을 부어서 내려먹는 것으로 음미하면서 마시기에 딱 좋다.
커피를 내리기전에 일단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순서를 지켜줘야 더 맛있는 커피가 완성된다. 먼저 드립 전용 주전자가 필요하다. 주전자 아래쪽에서부터 주둥이가 길게 나와 있는 것이면 되는데, 일반 포트나 주전자는 입구가 넓어 물줄기를 가늘게 조절하기가 다소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전용 주전자가 당장 없다면 일반 주전자를 사용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리고 드리퍼와 페이퍼 필터가 있어야한다. 사이즈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드리퍼의 사이즈에 맞는 필터를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원두, 주전자, 드리퍼, 사이즈에 맞는 필터까지 준비되었다면 이제 맛있는 커피를 한 번 내려 보자.
원두는 일반 에스프레소용 원두보다 약간 굵게 분쇄를 해줘야한다. 요즘에는 핸드그라인더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집에서도 쉽게 원두를 갈 수 있다. 그리고 머그잔(나는 주로 머그잔을 사용하지만, 제대로 내리려면 서버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 필터를 올려준다. 몇 명이 마실 건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적당한 양의 원두(g)를 필터에 담아주고,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끝이다. 원형을 그리며 천천히 조금씩 부어주면 원두가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밑으로 똑똑똑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그 향기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기호에 따라 물을 넣어 연하게 마셔도 되고, 진하게 마셔도 된다. 커피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핸드드립커피는 정성이 매우 들어가는 커피다. 정확한 원두의 양과 물의 온도, 추출시간이 맞아 떨어져야 맛있는 커피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커피보다 더 부드럽고,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뭐 가격도 살짝 더 나가지만. 그만큼 핸드드립만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번 생각해봤다. 내가 매 순간마다, 매 상황마다 핸드드립을 내리듯이 최선을 다했는지 말이다. 솔직히 그렇다고 보기에 힘들 것 같다. 물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남들은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으니까. 지난날들이 반성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나는 나고, 그들은 그들이니까.’하며 애써 오늘도 나를 위로해본다.
√ 차(Tea) / 더치커피
차는 수천 년 전에 인도에서 경작되기 시작해 오늘날 전 세계인이 마시고 있는 음료다. 참고로 가장 먼저 차를 마신 나라는 중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가 네덜란드의 무역상에 의해 서양에 전파되면서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에서 일찍이 발전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영국에 가보면 티 문화가 굉장히 발달되어있다. 애프터눈 티타임을 꼭 가지며, 1인당 하루에 예닐곱 잔의 홍차를 마신다고 한다. 나도 커피가 질릴 때는 차를 마시곤 한다. 홍차, 녹차, 허브차 등등. 그 종류도 무지하게 많다.
이들에게도 특징이 있다. 커피는 주문하면 완성된 형태로 금방 나오는 반면, 차는 티백이나 가루를 충분히 우리지 못한 상태로 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 기다렸다가 완전히 우려진 다음 마셔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기다림. 아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한 사람한테는 이 시간조차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성미가 조금 급한 편이다. 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끝내야하고, 내일까지 잘 기다리지 못한다. 인내심이 살짝 부족하다고나 할까.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참지 못해 일을 그르칠 때도 있다. 그래서 티를 우릴 때, 나의 이런 면이 생각났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인내의 고수들이 떠올랐다. 버티고 버티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티백만 있으면 한 번 우린 차는 언제든지 뜨거운 물을 부어 또 우려서 마실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만 바르고 확고하다면 언제고 또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새로운 날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니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도 이렇게 말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더치커피의 방식도 비슷하다. 커피가루에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부어 장시간에 걸쳐 우려내는 것인데, 최소 몇 시간 이상을 우려내야 한다. 아.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가. 하지만 그만큼 카페인도 거의 없고, 퓨어한 성분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나를 반성해본다. ‘조금 더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자.’ 생각하면서. 그리고 오늘도 뚝심 있게 버티면서 살아보자는 각오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