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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ife is ...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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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Jan 29. 2020

우리의 하루


벌써 아침실화냐?     


띠리리리 띠리리리. 귓가에 알람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아. 벌써 아침이구나. 몇 시간 안 잔거 같은데, 여지없이 아침은 찾아온다. 아직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오늘따라 유난히 일어나기가 싫다. 하긴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하는 생각이긴 하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와 화장실로 향한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한다. 거울을 보니  눈이 조금 부었다. 이크. 은근히 거슬린다. 그래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기지개도 켜본다. 방에 돌아와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고, 스킨/세럼(에센스)/수분크림을 차례대로 발라준다. 습관처럼 하는 이 패턴이 어느새 평범한 하루의 아침 루틴이 되어버렸다. 눈을 감고도 저절로 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이제 아침을 먹을 시간이다. 밥과 밑반찬으로 먹을까 아니면 어제 사다놓은 빵과 잼으로 간단하게 먹을까 아침마다 고민하는 것 같다. 그래. 어제 저녁은 면을 먹었으니 오늘 아침은 든든한 밥이다. 커다란 접시에 밥을 먼저 담고, 옆에 갖가지 반찬들을 예쁘게 놓는다. 그래봤자 멸치볶음, 어묵볶음, 시금치무침, 총각김치 뿐 이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 그래도 왠지 계란프라이가 먹고 싶어 얼른 계란 하나를 꺼내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를 한다. 완벽한 아침식사다. TV를 켜고 앉아 따끈한 밥부터 먼저 한 숟갈 뜬다. 뉴스(하이라이트와 오늘의 날씨 정도?)로 채널을 돌리고 마저 밥을 먹는다. 힐끗힐끗 시계를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시간계산을 하는 중이다. ‘몇 시까지는 밥을 다 먹고, 빨리 준비해야겠구나.’하고. 멍 때리고 있다가 자칫하면 지각이다. 다 먹은 접시를 물에 담가 싱크대에 놓고, 얼른 양치를 한다.      


“ 

오늘의 코디는...

  


방에 들어와 어제 정성스레 미리 챙겨놓았던 옷을 입기 시작한다. 어제 보니 날씨가 쌀쌀하다고 되어있어서 오늘의 코디는 최대한 따듯한 옷이다. 블랙 롱 슬리브 위에 블랙 롱 니트 가디건을 입고 나니 이번에는 화장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자외선차단제(바 타입)를 꼼꼼히 바른 후, 메이크업베이스를 위에 덧바른다. 그린색이라 약간 홍조기 있는 내 얼굴에 잘 맞는다 생각한 후로는 계속 같은 제품을 사용 중이다. 약간의 색조 메이크업을 하고나니 아침의 몰골은 금세 없어졌다. 따뜻한 기모 타이즈를 신고, 블랙 울 코트를 걸친다. 그러고 보니 올 블랙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걸어 다닐 일이 좀 있으니 얼마 전에 구입한 블랙 로퍼를 신발장에서 꺼낸다. 산지 얼마 안됐지만, 발이 무지하게 편해서 올 겨울 지겹도록 신고 다닐 것 같다.

한걸음에 집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가 언제 도착하려나하고 고개를 빼고 기다리고 있다. 아침마다 익숙한 얼굴들이 꽤 있다. ‘저분 어제도 이 시간에 봤던 것 같은데.’하며, 오늘 처리할 일들을 속으로 잠깐 생각해본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탄다. 오늘은 다행히도 자리가 있어 앉았다. 휴. 다행이군. 사람들은 많지만, 버스 속은 아주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고나 할까. 다들 자기 손의 휴대폰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버스가 매 정류장에 도착할 때 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서울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살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침마다 보는 평범한 풍경이다.      


오전시간은 쏜살같다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 쪽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쪽으로 회사사람 얼굴이 보인다. 사람들에 가린 채. 인사를 하려는 순간, 또 다른 회사사람이 버스에서 내린다. 어쩌다 한데 모인 우리는 다소 피곤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며 길을 건넌다. 사무실에 도착하기 무섭게 자리의 컴퓨터를 켜고, 탕비실에 또 한 명 한 명 모인다. 어떤 사람은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어떤 사람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내린다. 가지고 다니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지고 자리로 돌아온다. 이제부터 폭풍 오전업무 시작. 울리는 전화기 소리에 잠시 손을 멈춘다. 어제 전화하셨던 분인데,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회계팀으로 전화를 돌려준다. 띠띠띠. 잘 돌아갔나 보다.

오늘따라 마무리되어야할 오전업무가 많다. 휴. 빨리 오후가 되었으면 좋겠다. 컴퓨터의 카톡 창이 깜빡깜빡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며 알려준다. 친구다. 내일이 문화의 날이니까 시간이 되면 미술관에 가자는 메시지다. 좋다. 오랜만에 문화생활 좀 해볼까 생각하며 장소와 시간을 대충 정하고 다시 업무 창을 띄운다. 오늘의 오전시간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별다른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그래도 다행이다. 벌써 점심시간 10분 전이다. 그나저나 점심은 어떻게 할까? 나가서 먹을까 아님 밖에서 사가지고 와서 먹을까? 점심시간이 가까워올수록 고민만 하고 있다.     


오늘은 나가서 먹을래요.

”      


그래. 결심했다. 오늘은 사무실 분위기도 좀 어수선하니 마음 편하게 나가서 먹어야겠다. 어느덧 1시. 주섬주섬 가방에서 지갑과 에어팟을 꺼내들고 코트를 걸친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스멀스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니 나와 있던 사람들이 점심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그냥 나가서 먹으려 한다고 하니 자기는 편의점에서 사오겠다는 사람, 나가서 먹을 거면 요 앞 중국집에 가자는 사람으로 나뉜다. 가끔은 혼자 먹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따끈한 짬뽕이 댕긴다. 자주 오는 식당이지만, 오늘은 다행히 손님이 별로 없어 금방 주문했다. 오늘 업무에 대해 잠깐 불평 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짬뽕이 나왔다. 칼칼한 국물과 쫄깃한 면 맛이 일품이다. 해물도 많이 들어있어 허기졌던 배를 시원하게 달래준다. 정신없이 먹고 나니 급격하게 졸음이 밀려온다. 식곤증인가. 이대로 퇴근하면 너무 좋겠다. 졸음도 깰 겸 커피를 사러 근처 커피숍에 또 들른다. 사무실 근처여서인지 그래도 커피 가격이 착하다. 매일 사서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은 제대로 내린 맛있는 커피가 너무 생각난다. 이럴 때는 참을 수가 없다. 갓 뽑은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쏟지 않게 조심하며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간다. 아직 오늘 일이 산더미같이 남았다.     


나른한 오후     


오후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덧 4시가 훌쩍 넘었다. 점점 몸이 나른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컴퓨터를 뚫어지게 보던 눈이 이제는 뻑뻑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당이 떨어졌나. 아까 전화를 너무 열심히 받았나. 그리고 밑에 보고 있던 프린트의 글씨가 점점 더 작게 보인다. 안되겠다. 옆의 서랍을 열어 달달한 초코과자를 몇 개 꺼내고, 근처에 앉아있는 동료들에게도 건넨다. 살찔까봐 단 간식은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좀 쌓였나보다. 달달한 게 땡긴다. 건강을 생각해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지만, 막상 지켜지지가 않는다. 내일은 집에서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좀 챙겨 와봐야겠다. 이따가 챙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초코과자가 입에 퍼지면서 기분이 확 좋아진다. 오후가 되면 역시 뭔가 입에 넣어줄 게 필요하다. 오물오물 먹으면서 스트레칭까지 잠깐 해준다. 허리를 펴고, 목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뭉친 어깨를 풀어주는 게 다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몸이 풀리는 느낌이다. 다시 힘내서 업무에 집중한다. 으쌰으쌰. 하지만 빨리 퇴근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하다 보니 오늘 꼭 끝내야하는 업무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퇴근 전에 끝낼 수는 있겠구나 싶어 속도를 더 내본다. 빨리 끝내고 칼퇴 해야겠다.      


퇴근 이후는 내 시간     


드디어 5시 30분이 되었다.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제 퇴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 30분이 정말 안 간다. 왜일까. 애써 집중해 자투리 일을 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10분밖에 안 지났다. 속으로 또 생각한다. ‘시간아. 시간아. 빨리 좀 가라.’ 어느덧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아직 컴퓨터 타자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하나 둘 사람들이 컴퓨터를 끄고, 슬슬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정류장에서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지.’ 생각하며, 버스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전광판의 도착시간을 몇 번이나 체크해가며 괜한 조바심을 낸다. 급한 일도 없으면서. 그냥 회사 근처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이내 버스가 오고, 버스 속은 역시나 사람이 많다. 에어팟을 끼고, 어제 보다만 예능프로를 연이어서 본다. 속으로 몇 번 킥킥거리며 웃다가 중간 중간 어디쯤인지 확인한다. 이러다 내릴 정거장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고. 드디어 집 근처에 도착. 횡단보도를 건너 가다가 슬슬 배가 고픈 것을 깨닫는다. 길가에 있는 햄버거집 POP가 너무 맛있어 보여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간단하게 사들고 나와 이번에는 바로 옆 슈퍼를 향한다. 필요한 것만 후다닥 사가지고 집으로 고고. 

번호키가 오래되어서인지 인제 잘 안 먹힌다. 이럴 때를 대비해 가지고 다니던 열쇠를 꺼내 문을 연다. 똥고발랄한 반려견이나 개냥이 같은 반려묘를 키운다면 아마 현관에서부터 꼬리를 치며 반기겠지만, 몇 년 전 하늘로 떠나보낸 기억 때문에 다시 키울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잘 다녀왔냐며 반겨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이 시간이 행복하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얼른 손을 씻는다. 사온 햄버거를 꺼내보니 아직 따끈해서 바로 우걱우걱 먹는다. 배가 고팠나보다. 사과 두 쪽을 디저트로 먹고 나니 꼼짝하기가 싫다. 한 20분정도 멍 때리고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그래도 칼로리 높은 것을 먹었으니 조금이라도 움직여보겠다는 의지다. 양치를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집 앞 산책코스를 따라 걷다보니 추운지 길냥이들이 한데 모여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아기자기 귀엽다. 그리고 에어팟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마음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준다. 아주 릴렉스되는 기분이다. 40분쯤 걷고 나니 다리가 슬슬 아파온다.

집에 돌아와 잠깐 숨을 고르고 샤워하기 시작한다. 따뜻한 물 때문인지 차가웠던 몸이 풀린다. 이렇게 오늘 하루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내고, 침대에 걸터앉아 기분 좋게 노트북을 켠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자판을 두들긴다. 개인적인 업무도 보고, 인터넷 서핑도 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가끔은 아이패드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다운받아 보기도 하지만, 오늘은 왠지 고요한 게 좋다. 조용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요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야 내일을 살아갈 새로운 힘이 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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