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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ife is ...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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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Feb 20. 2020

시티라이프


수많은 사람들이 바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나 같은 토박이도 있을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도시는 사람을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반면, 많은 스트레스와 한계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또 많은 이들이 시티라이프를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섹스 앤 더 시티’. 전형적인 도시생활을 보여주는(드라마인지라 과장된 부분이 많지만) 유명한 미국드라마다. 방영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과 멋진 차림의 사람들, 바쁘게 돌아가는 예쁜 레스토랑과 카페들. 아마 이런 모습들이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매력이지 않을까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시를 사랑한다.


나도 ‘서울’이라는 도시에 산지 오래되었다. 서울토박이니 본 투 비 시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회는 없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생활, 그 속에서 찾는 찰나의 여유로움이 싫지는 않으니까. 다만 가끔은 사람들에게 지치고, 혼자만의 좌절감에 빠져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시를 사랑한다. 내 삶의 터전이니까.     


오늘은 왠지 일이 바쁜 날이다. 늦잠을 자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지만, 점심때가 되도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 짬을 내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 근처 커피숍으로 향한다. 식사도 하고, 잠시 머리도 식힐 겸. 마침 어제 앱으로 날라 온 할인쿠폰이 있어 그걸로 결제하고 자리를 잡는다. 역시나 카페에는 사람이 많다. 여기저기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샌드위치를 한 입 물고 핸드폰을 다시 꺼내든다. 은행 볼일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깐 은행 앱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해서 시도해보려는 것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다행히 성공. 휴. 한시름 덜었다. 은행까지 직접 안가도 되니 편하긴 편하구나싶다. 벌써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빨리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야겠다. 내 짧은 점심시간이여, 안녕.     


이제는 머리가 많이 자라 지난번에 했던 염색이 지저분해보이는 지경이 되었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염색을 할 때가 되었나. 물론 예약은 필수다. 매번 해주시는 헤어디자이너에게 하려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어제 전화로 예약을 했기에 시간에 맞춰 갈 준비를 한다. 집 근처라 가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헐레벌떡 도착하니 목이 말라 미용실에서 주는 커피로 일단 목을 축인다. 염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라 핸드폰을 손에 들고 안내받은 자리로 간다. 디자이너분과 어떤 컬러로 할 것인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내 시선은 다시 핸드폰으로 향한다. 읽으라고 잡지를 주기는 하지만, 오늘은 어제 못다 본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염색작업이 끝났다. 헤어지압을 받고, 마무리로 머리를 헹구어 주시니 아주 개운하다. 거울을 보니 헤어컬러가 아주 마음에 든다. 대신 가격은 다소 사악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분 좋게 미용실을 나선다. 좋아. 내일은 또 어떤 볼일이 있더라?     


머리를 하고나니 눈썹이 마음에 걸린다. 눈썹정리 하는 손기술이 없는지라(괜히 정리했다 망칠까봐 두렵다) 보기에 거슬릴 정도가 되면 눈썹 왁싱을 받는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관리랄까. 미리 예약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한다. 실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깔끔해진 내 눈썹이 거울에 비친다. 만족감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래도 앞으로 꾸준히 다니게 될 것 같다.     


일할 때 원래 실수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뭔가 미스가 났다. 따지고 보면 100%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나니 스트레스가 좀 쌓이는 것 같다. 잠깐 메신저를 열어 친구에게 톡을 보낸다. 주저리주저리 약간의 투덜거림과 함께 저녁약속을 잡았다. 기분도 풀 겸 힐링도 할 겸. 얼른 업무 속도를 내 퇴근시간을 맞춘다. 피곤하면서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향한 곳은 우리의 아지트인 미술관. 저녁때까지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단 배가 고파 근처에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한다. 기름진 중국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몸이 슬슬 풀린다.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에는 사람이 많다.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작품을 관람하고 나니 다리가 좀 아프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맛있는 커피와 함께 신나게 수다를 떤다. 모던하면서도 아늑한 곳이라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아까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 같고, 어느새 이 장소와 하나가 되었다. 서로 찍어주었던 사진들을 주고받아 SNS에 올린다. 금방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하. 빠른 세상이구나.     


며칠 전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기사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영화가 외국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는 뿌듯한 소식이다. 연일 실시간검색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TV에서는 생방송으로 그 시상식을 중계한다고 한다. 시차가 있어 재방송으로 봐야겠지만 말이다. 기대에 부응해 상을 타게 된다면 다양한 채널에서 몇 번을 재방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간만의 기분 좋은 일이다. 일단 기사를 통해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노미네이트 되어있던 많은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바로 SNS를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올리고, 리트윗이 되어있었다. 나도 얼른 동참해 리트윗을 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올렸다. 나중에 집에 와서 TV를 켜니 역시나 시상식을 재방송하고 있었다. 이미 영상편집짤로 살짝 보긴 했지만, 제대로 다시 보니 더 대단하고, 축하할 일이다.     


오늘은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 근처 백화점으로 일정을 잡았다. 언제 가더라도 반겨주는 곳이다. 후다닥 볼일을 마친 후, 간단하게 아이쇼핑도 할 참이다. 굳이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없지만, 온 김에 겸사겸사 둘러본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보다가 홀짝 커피를 한 입 마신다. 역시 아메리카노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준다. 커피는 이제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천천히 구경하고 나서 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보니 전에 있었던 가게들이 많이 바뀌거나 없어진 느낌이다. 손님이 없지 않아 장사도 꽤 됐던 것 같은데,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겠구나.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하루하루에 식상함을 느끼는 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회사에서도 같은 일의 연속이다. 물론 그 덕분에 돈을 버는 것이지만, 정말로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답답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괜한 투정을 해본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 아마도 치열한 경쟁과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 아닐까싶다. 그래도 현대인들은 그런 환경에 적응해가며 다들 열심히 살아간다. 이런저런 생각에 괜히 여러 사이트(구인 사이트를 포함해서)만 들락날락한다. 오늘 밤은 편히 자기 글렀구나.      


얼마 전, 모바일 앱에서 피아노 독주회에 응모했었는데, 띠리릭 문자가 왔다. 당첨되었단다. 자세한 내용과 문의사항이 적힌 문자를 친구에게 토스하고,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어떤 신발을 신을지. 얼마만의 제대로 된 문화생활인지 아주 기대가 된다. 당일 날, 친구와 만나 대학교 안에 있는 홀로 자리를 옮긴다. 시작 전인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있다. 코트를 프런트에 맡기고, 홀가분한 몸으로 들어간다. 눈이 부신 조명과 멋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무대 위에 서있다. 이윽고 피아니스트가 나와 연주를 시작한다. 팜플렛을 통해 독주회 순서는 알고 있기에 피아노 소리를 즐기기에 바쁘다. 피아노 소리를 쫓다보니 어느새 끝날 시간이 되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벌써 밤이다. 조용하게 마음의 여운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1년 전부터 예약해두었던 대학 병원의 진료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대학병원이 그렇지만, 워낙 검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예약하기가 참 쉽지 않다. 특별할 건 없고, 정기적으로 받는 검진이라 어제 밤부터 금식중이다. 일찍 일어나 배가 고프지만, 조금만 참자. 도착하자마자 접수를 하고, 바로 피검사를 한다. 바늘은 끔찍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뿐이다. 건물 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몇 가지 검사를 더 하고나서야 한 숨 돌린다. 결과는 바로 알 수가 있다. 이름이 호명되고, 의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다. 이상하게 병원은 올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올해도 이렇게 넘어가는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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