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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ife is ...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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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Jan 08. 2020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하세요?


아 벌써 점심시간이네     


나는 집 근처 도서관에 자주 들른다. 가깝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빌려 읽는 것이 꽤 재미난다. 얼마 전에도 갔다가 재미난 책을 발견했다. 아베 나오미, 아베 사토루, 『도시락의 시간』, 이은정 옮김, 인디고(2012).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양한 직업군 사람들의 도시락 사진과 간단한 인터뷰 기사라고 할 수 있다. 별 거 아닌 내용인 것 같았지만, 막상 읽어보니 푹 빠져들었다. 투박한 도시락의 아기자기한 반찬 사진은 너무 먹음직스러웠고, 그들의 인터뷰는 짧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 자기의 삶에 대한 자긍심과 의지가 확고히 엿보였다. 

문득 도시락을 싸던 나의 모습과 도란도란 함께 먹던 점심시간이 떠올랐다. 나는 아침은 대충 먹어도 점심은 챙겨먹으려고 하는 편이어서 사회생활 하면서도 자주 도시락을 싸가곤 했다. 물론 대부분은 감사하게도 엄마가 해주시긴 했지만. 요즘 직장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점심을 대충 때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하는 수 없지만, 점심은 웬만하면 다들 챙겨먹길 바래본다. 솔직히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이 하루 중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닌가. 무얼 먹을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도시락 세대     


학생 때는 ‘오늘 점심에는 뭐 먹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급식을 하기 전에는  따뜻한 보온 도시락에 싸들고 다녔으니까. 물론 국과 반찬은 엄마의 재량이었다. 한창 배고플 나이였기에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인 2교시 쉬는 시간 즈음 도시락을 미리 까먹고, 정작 점심시간에는 매점의 빵으로 때우는 일이 허다했다. 

급식이 시작된 후로는 도시락을 싸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급식도 나름 맛이 괜찮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학생 때도 급식은 제일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어떤 반찬이 나올까, 어떤 국이 나올까하고. “야, 오늘은 카레래.” 이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고 입맛을 다시게 되는 시간이었다.     


오늘 점심은 또 뭐 먹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이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사무실에서 먹고, 또 어떤 이들은 나가서 먹는다. 먹을 것을 사와 사무실에서 먹기도 하고, 배달을 시키기도 한다. 아마 각 직장 분위기에 따라 점심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 다를 것이다.

유럽은 퇴근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없는 곳이 많다고 알고 있다. 반대로 점심시간이 길어 집에서 먹고 오는 경우가 많은 나라도 있다고 들었다. 또 미국 같은 경우에는 점심시간이 30분 정도로 아주 짧기에 간단한 샐러드 같은 것으로 식사를 대신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심시간(1시간~1시간 30분)을 가진 일본은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거나 편의점 혹은 푸드코너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는다고 한다(그래서 도시락 문화가 발달했나보다). 우리나라도 점심시간이 아주 짧지도 길지도 않기 때문에 각자가 알아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내 경우만 생각해봐도 상당히 여러 형태의 점심식사를 했던 것 같다. 예전 잡지사에 다닐 적에는 거의 도시락을 싸갔었다. 마치 학생 때처럼 점심시간에 다 같이 둘러앉아 각자의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서로의 반찬도 하나씩 집어먹으며 “어머 맛있네.”라는 감탄도 해가며. 뭐 간단한 설거지를 해야 하는 귀찮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각자 먹은 것은 각자가 하자는 암묵적 룰이 있었기에 그리 하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가끔은 기분전환 삼아 나가서 맛있는 파스타를 먹기도 했던 것 같다. 미팅이 점심시간에 애매하게 걸릴 때는 아예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혼자 점심을 먹는 게 조금 쑥스러웠던 것 같다. 지금이야 혼밥하는(점심에) 직장인들이 많고, 어쩔 때는 혼자 먹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전 회사를 다닐 때는 나가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사와 탕비실에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근처에 먹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먹는 곳에서만 먹다보니 나중에는 질려버렸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다먹기도 하고, 분식집 김밥을 사다먹기도 했다. 물론 도시락을 싸오는 동료들이 많았지만, 그 때 한창 귀차니즘에 빠져있던 나는 도시락 싸기가 너무 귀찮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건강에 좀 미안해진다. 조금만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면 조금이라도 영양가 있는 점심식사를 했을 텐데 말이다. 아쉬워진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들은 항상 멋있는 곳에서 여유 있게 점심식사를 한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처음에는 나도 사회인이 되면 그렇게 멋진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이 바쁘면 시간에 쫓겨 밥을 먹기도 하고, 상사나 동료에게 기분이 상해 먹는 둥 마는 둥 하기도 한다. 별의 별 상황 속에서 그렇게 내 귀한 점심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다. 역시 드라마는 믿을 것이 못된다니까.          


점심시간 힐링타임(?!)     


나는 바리스타로써 오랜 시간 일을 했다. 몇 군데 체인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다가 한 카페브랜드의 가맹점을 오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엄마와 함께 학교 내 카페를 운영했었다. 서비스업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점심을 제대로 챙겨먹은 기억이 많지는 않다. 아마 서비스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매니저로 일할 때는 그나마 도시락을 먹던, 카페에 있는 것을 먹던, 나가서 먹던 어느 정도 결정할 수가 있었다. 물론 카페를 비롯한 서비스업은 교대로 밥을 먹어야하기 때문에(손님이 언제 올지 모르니) 혼자 먹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 가게를 운영하니 몇 배로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학기 중에는 손님이 많은 편이라 정말 바빴다. 그래서 거의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밖에 나가 먹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대충 손님이 없을 시간에 엄마와 교대로 먹어야 했기에 1시간을 꽉 채워 먹은 적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내부에 도시락을 먹을 공간은 있어 귀찮은 날에는 대충 빵으로 때우기도 했던 것 같다. 엄마는 가끔 밖에 나가 드시기도 했지만, 나는 성격이 급해서인지 그냥 안에서 먹곤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겪는 고충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다 추억인 것 같다. 짧긴 했지만, 혼자 도시락을 먹는 그 시간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앉아서 피로도 풀 수 있고, 기계의 시끄러운 소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그 시간이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물론 손님들을 대하고, 그 속에 오고가는 대화가 일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사정이 생겨 카페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에도 계속 일을 했지만, 그 때만큼 점심시간이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어떤 가게를 들어갔을 때 식사를 하고 계시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편하게 식사하셔도 되는데, 손님 왔다고 식사를 하다 말고 나오시면 괜히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영업자 분들, 화이팅입니다!!!        


그럼 점심 먹겠습니다     


요즘은 앱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은행 갈 일이 많지는 않지만, 피치 못하게 가야할 때가 종종 생긴다. 직장인들은 업무 외 시간에 가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점심시간을 많이 활용하게 된다. 다행히 은행은 점심시간이라고 업무를 보지 않는 경우는 없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신 직원들이 교대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일처리가 조금 늦어질 수는 있다. 뭐 은행의 업무도 서비스업 중의 하나라고 본다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 작은 배려 덕분에 다른 사람은 편안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대형병원만 봐도 그렇다. 치료를 원하는 많은 환자들로 넘쳐나는 병원은 끊임없이 진료와 치료가 이루어져야한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하는 응급환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의사, 간호사도 돌아가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교대로 휴식도 하는 것이다. 이들 뿐이겠는가. 많은 직종(소방관, 옷가게, 백화점 판매원 등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점심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최대한 맛있게 점심을 먹자구요. 그래야 힘도 나고, 오후업무도 실수 없이 하죠. 내 건강을 생각해 뭐라고 점심에 챙겨 먹읍시다. 건강은 있을 때 지키는 거랍니다.     


오늘 반찬은 뭐지     


티 전문 브랜드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인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티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 많지 않다. 매장은 한 백화점 내에 위치해있었다.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은 처음이었지만,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다. 대부분 첫 출근 날은 점심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다행히 구내식당(백화점 직원들을 위한 식당으로, 운영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다)에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내 차례에 가보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았다. 영양사가 있어서인지 밥, 국, 반찬 모두 골고루 있었다. 다만 오픈시간이 정해져있어 늦어지거나 미들타임 근무라 식사시간이 애매해진 경우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대신 푸드코트에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지만, 다소 가격이 있는 편이라 상황이 되면 되도록 식당에서 먹었던 것 같다. 

회사 내에 혹은 회사와 연계되어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먹다보면 예전 대학생 때 학식(학교식당)을 먹던 기억이 종종 떠오르기도 한다. 맛은 그냥 그랬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동기들, 선배들과 함께 먹으며 친목도 다지던 추억이 있다. 그 때 그 기분을 느껴보며 오늘도 맛있게 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질리는 날에는 밖에 나가 먹으며 새로운 기분을 가지는 것도 점심시간의 또 다른 즐거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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