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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Feb 25. 2020

미 비포 유


난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멋진 장면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개중에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바로 ‘미 비포 유’다.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내 인생영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랑, 가족, 인생, 죽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소 무거운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면 자체는 굉장히 밝고, 스토리에 코미디적인 요소도 많이 섞여있어서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TV에서도 가끔 해줘서 최소 4번 이상은 본 것 같다.     


영화는 슬픈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집안도 좋고, 촉망받던 젊은 사업가였던 윌(샘 클라플린)은 평소대로 아침에 출근하다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 사고로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환자가 되어버린 그는 점점 괴팍해진다. 한편, 6년이나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아 백수가 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새 직장을 찾던 중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윌의 6개월 임시 간병인으로 취직한다. 하지만 첫 날부터 둘의 만남은 심사치 않았다. 루이자의 우스꽝스러운 옷, 썰렁한 농담들,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이 신경 쓰이는 윌. 그리고 하는 말마다 어린애처럼 취급하고 망나니처럼 구는 윌이 치사하기만 한 루이스.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들의 관계에도 점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의 인생에 깊게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부모로부터 잠깐의 시간을 허락받았던 윌은 결국 안락사라는 자기의 선택을 강행하게 된다. 이를 알고 있었던 루이스는 자신이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것에 큰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결국 윌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한 루이스. 그녀는 나중에 윌의 당부를 편지로 읽게 된다. 용감해지고, 자신의 길을 떳떳하게 걸어가라는 그의 마지막 말을 루이스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냥 듣기에는 밝고 긍정적인 여자와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환자가 된 시크하고 부정적인 남자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영화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삶(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다. 변해버린 본인의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윌은 아주 담담하면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한다. 물론 끔찍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제3자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얼마나 심사숙고해 결정했을 것인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간은 자기의 인생을 결정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으니 말이다.      



윌의 상태와 상황이 어떻든 자신은 괜찮다는 루이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한계 때문에 어떤 반응이나 행동을 할 수 없어 마음 아픈 윌. 분명 그는 그녀가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참 눈물 나는 장면이다.

“루이스, 나중에 조금이라도 당신에게서 후회의 눈빛이 보인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아. 그러니 나의 결정을 따라줘. 그리고 마지막까지 내 옆에 있어줘.”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루이스는 윌의 확고한 생각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조차 그의 생각을 되돌리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그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같이 있어달라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결국 그 일을 그만두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들의 관계를 진지하게 만들었고, 현실 속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윌의 결정이 극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누가 그의 결정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여기서 이 영화는 사랑 뿐 아니라 삶,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아무리 상대방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해도 약간의 동정심 섞인 감정으로는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여자주인공인 루이스는 동정심 때문에 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었을 뿐이다. 참 사랑은 위대한 것 같다.     


그래도 윌은 루이스를 깊이 사랑했나보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고, 당신 곁에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으니 말이다. 그러니 가족에 얽매이지 말고, 당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라는 그의 마지막 당부에 루이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걸어갈 길(윌은 자신의 재산 조금을 루이스에게 남기고, 그 돈으로 그녀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길 원했다)을 진정으로 응원해주는 그의 사랑이 참 부러웠다.

이 글을 쓰면서 또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조만간 ‘미 피포 유’를 또 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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