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사크레쾨르 대성당), 사랑해 벽, 개선문, 샹제리제 거리
2022년 8월 14일, 일요일. 파리3일차, 아이들과 함께한 파리 여행 마지막 날이다. 첫째날은 아침에 도착해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앉아 노는 것만으로 행복했고, 둘째날은 쇼핑에 디즈니랜드에 꽉채워 빡센 하루를 보냈고, 마지막 세쨋날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근처 호텔에 맡긴 후, 못다본 주요 관광지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월화수목금-런던, 금토일-파리 이렇게 꽉 채운 일주일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엔 비행기를 타고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야 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근무 중인 남편은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곧바로 출근해야했기 때문이다.
베르샤유 궁전, 루부르 박물관 등을 고민하다가... 몽마르트 언덕, 사랑해 벽, 개선문, 샹제리제 거리 등을 시간 부담없이 (변수에 변동 가능한 스케줄로) 휘~ 돌아보며 파리겉핥기 투어를 하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다녀야 하는 일정이라 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미리 알아보니, "내니백"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내니백 파트너샵으로 등록되어 있는 호텔에 유로로 짐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 에어비앤비 숙소 근처 호텔을 검색해, 그곳에 짐을 맡기고, 오후 5시쯤 짐을 찾기로 했다. 그리곤 계획한대로 투어를 하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목적지로 설정했다. 검색하다가 알게 된 건데, 몽마르트 언덕을 갈 때, 말그대로 '몽마르트 언덕'이라고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곳이 아닌, 생뚱맞은 묘지 같은 곳을 간다고 한다. 샤크레쾨르 대성당은 우리가 아는 그 몽마르트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성당이다. 보통은 대중교통을 타고 가서 계단을 한참 걸어올라가거나, 그곳에 설치된 케이블카(파리 시내 교통권으로 지불 가능)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우리가 탄 우버는 '이런 길을 차가 다녀도 되나~~' 싶은 좁은 골목 골목을 계속 올라가더니, 막다른 길에 멈춰섰다.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골목골목 차를 타고 몽마르트 언덕 꼭대기에 올라간 것이다.
샤크레쾨르 대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며 벤치에 앉아 간식먹고 놀다가, 몽마르트 언덕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 마디마디마다 앉아 쉴 수 있게 벤치들이 놓여져있었다. 계단 한텀 내려가서 앉아 쉬다가, 또 내려가는 식이었다. (온통 계단에 가파른 내리막 길이라 유모차는 고이 접어서 아빠가 열심히 들고다니는 수고를 했다.) 파리 대표 관광지답게 사람들은 꽤 많았고, 걱정했던 호객꾼들은 우리가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라 그런지, 우리에겐 접근하지 않았다. 날씨가 약간 흐렸지만, 파리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그렇게 맨 아래까지 내려갔다.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는 기념품샵들이 있었고, 회전목마가 있었다. 아이들은 이런 거 보면 못참지...!!만, 여기서는 타지말자고... 어제 디즈니랜드에서 실컷 타지 않았냐며...! 대신 기념품에서 사고 싶은 기념품을 사는걸로 합의했다.
몽마르트 언덕 아래에 있는 기념품샵에 들어가, 딸은 친구들에게 선물할 에펠탑이 달린 볼펜을 하나씩 고르고, 아들도 갖고 싶은 갖고 싶은 대형연필을 하나 골라잡았다. 우리 부부는 어딘가를 여행할 때마다 그 도시의 심볼이 있는 예쁜 자석을 모으고 있는데, 이곳에서 파리 자석을 하나 골랐다. 그리고, 런던 M&M에서 산 에코백을 잘 들고 다녔기에, 에펠탑이 그려진 에코백도 하나 골랐다. (파리에서 산 에코백은 지금 다인이가 학원가방으로 잘 들고 다니고 있다.)
# 사랑해 벽.
몽마르뜨 언덕에서 내려와 조금 걷다보면 "사랑해 벽"이 나온다. 그저 파란 벽에 흰색으로 글귀가 적혀있는 벽일 뿐이지만, 각국의 언어로 "사랑해"라고 적혀있는 의미 덕분인지, 포토스팟으로 유명하다. 역시나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어로 적혀있는 "사랑해"를 찾아보았다. 한국어로 "나는(여기서 '나는'은 위아래가 거꾸로 쓰여져있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사랑해"가 한글로 적혀있었다.
** 여행오기 전,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미드를 봤는데, 그 드라마에도 등장하는 곳이다. 광고 마케팅 일을 하는 에밀리가 마케팅 이벤트로 커플이 프러포즈 이벤트를 할 장소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몽마르트 언덕과 사랑해 벽이 등장했다 **
사랑해 벽 옆쪽 길목에서는 비눗방울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분이 계셨다. 아이들이 사랑해 벽을 보고 사진찍는 것보다 더 즐거워했던 곳이다. 엄청 큰 양동이에 비누방울을 잔뜩 담아온 아저씨가 비누방울 채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맘껏 가지고 놀게 해주셨다. 돈을 받는 건가 싶었는데, (지불의사도 있었는데) 돈을 내라는 무언의 표시인 동전통(?!)같은 것도 없었다.
# 개선문&샹제리제 거리.
사랑해 벽에서 비눗방울 가지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보니,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샹제리제 거리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시 우버를 타고 개선문까지 갔다. 말그대로 파리 시내 중심!! 샹제리제 거리에 도착했다. 개선문 앞은 온통 찻길이다. 사람들은 찻길 한가운데, 그와중에 차가 다니지 않는 중앙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데리고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고, 이렇게 사진찍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싶어서 대~충 찍고, 샹제리제 거리에서 맛집을 찾았다! 매번 한식 아니면, 패스트푸드만 먹었던 우리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식사이니 만큼, 우리는 별점 좋은 레스토랑에 가보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별점 좋은 식당, 그리고 외관상 깔끔해 보이는 식당, 사람들이 줄서 있는 식당에 대기를 걸고 줄을 섰다! 크핫, 드디어 레스토랑에서 기분한번 내보는구나~~~!! ^^;;;
식전빵부터 나오는 요리마다 다 맛이 있었다. (편식 심한 다인이는 역시나 양고기와 소고기를 아주 조금씩 맛만 보고는, 감자튀김을 집중 공략했다.)
식사를 하던 중, 옆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오다가, 백팩으로 우리 테이블에 있던 콜라를 쳐서 쓰러뜨렸다. 하하하...;;; 콜라병에 든 콜라를 컵에 따랐기에 반쯤 남아있는 병이었고, 그 병에 반만 쏟아졌으므로 1/4정도가 쏟아진 것이다. 옆 테이블 손님들은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행히 많은 양이 아니었기에 테이블 위에만 쏟아졌고, 옷에도 안 묻었기에 쿨한 척-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그분은 웨이터를 통해 우리 테이블에 새로운 콜라 하나를 보내주었다. 우리가 고맙다고 하자, 다시 한번 미안하다며 즐거운 식사를 하라고 인사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자칫 불쾌할 수 있었던 식사를 유쾌하게 마무리 하고, 우리는 스타벅스를 찾았다.
# 파리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
파리에서는 유난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파는 카페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카페 메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위는 찾을 수 없다. 스타벅스를 가야 떳떳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할 수 있었다. 나는 '와 여기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장사하면 잘 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파리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는 잘 먹지 않고, 에스프레소나 라떼를 즐긴다고 한다. 이 더운 여름에도 아이스를 찾지 않는다니...!! 커피 문화의 차이인가... 우리는 각국의 도시를 갈 때마다 커피를 마실 땐, 습관처럼 스타벅스를 찾아갔는데 (커피맛 실패 확률 제로!!), 진짜 없는 곳이 없는 스타벅스다. 내부 인테리어도 모든 도시가 다 비슷해서 고향(?)에 온 것 마냥 매우 편안하다-
# 파리에서 마스크를 꺼내 쓴 이유.
여행 내내 마스크는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다니던 우리다. 그런데 가방에 늘 예비로 마스크를 가지고 다녔는데, 마스크가 필요했던 순간은 다름 아닌, 화장실에 갈 때였다. 런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냄새에 취약한 우리 딸은
화장실에 가기 앞서 꼭 마스크를 찾곤 했다. 그나마 마스크가 냄새를 한겹 막아주기 때문이다. 파리 향수가 유명한 이유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데, 화장실을 갈 때마다 그걸 실감할 줄이야.
오히려 유료 화장실은 냄새도 안나고 깨끗한데, 샹제리제 거리에서 우리가 들린 화장실은 스타벅스 카페 화장실과 맥도날드에 있는 화장실이었다. 그곳엔 화장실 이용료를 받는 사람들이 없었고, 모두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이었기에 (그만큼 관리가 안되었기에) 엄청난 냄새파워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화장실을 갈 때마다 조용히 마스크를 꺼내쓰고 들어갔다.
#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서 마주친 반가운 한국영화-
온갖 파리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샹제리제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우리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를 발견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 때였는데, 파리에서 사랑받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이렇게 마주하니 괜시리 국뽕(?)이 차오르며 반가워서 사진으로 남겼다-
이렇게 파리 여행 마지막날 여행을 마무리했다.
파리에서의 여행은 최대한 삽질을 피하기 위해 우버를 타고 다녔기에, 큰 우여곡절 없이 안정적으로 계획대로 다녔다. 사실, 별다른 삽질 에피소드 없이 무탈하게 다닌 여행이었기에, 글을 쓸 거리가 없었다. 잘 보고 잘 놀고 잘 즐겼다. 파리 여행은 글보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더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런던 여행기를 신나게 올리다가 파리 여행기에서 두서달을 글을 못쓰고 시간을 끌었다.
(브런치는, 글을 오랫동안 발행하지 않으면, 글쓰라는 채찍(?)의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무려 3번이나 그 알람을 받았다. 아이들 방학이라 바쁘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딱히 쓸만한 에피소드도 없었기 때문에 계속 글쓰기를 미루고만 있었다-;;)
요즘 <지구마블 세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그래, 여행은 삽질도 하고 고생도 해야 기억에도 오래남고 추억도 되고 재미가 있구나!! 일부러 자발적 삽질과 고생을 할 필요는 없지만, 예상 밖의 일들을 겪고 그걸 해결해나가는 맛도 여행의 큰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 물론 여행을 다닐 때만큼은, 편안하게 좋은 거 보고, 즐겁게 놀고, 맛있는 거 먹는 게 최고지만 말이다.
다시 우버를 잡아타고, 우리가 짐을 맡겨놓은 호텔에 가서 짐을 찾았다. 짐을 찾고 또 공항에 가는 우버를 불렀는데, 샹제리제에서 호텔까지 (단거리) 운행을 해주셨던 우버 기사님이 다시 오셨다! ㅋㅋㅋ 공항에 갈거면 미리 얘기를 하지 그랬냐며... 우리는 그렇게 짧은 우연의 인연이 있었던 기사님의 우버로 파리 공항에 늦지 않게 무사히 도착했다.
파리에서 프라하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는데, 나는 당연히 비행기에서는 마스크를 필수로 써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 왈, "여기 유럽이야~"
유럽 간 노선에서는 비행기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구나! 비행기를 타니 낮에 잠깐씩 보슬보슬 오던 비가 큰비가 되어 천둥까지 치며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여행중일 때- (에펠탑을 보던 밤, 디즈니랜드에서 일루미네이션을 보던 밤)에 이런 비가 내리지 않는 것에 새삼 감사했다. 날씨가 우리의 즐거운 일정에 한몫했구나!!
앞으로 프라하에서의 일주일도 무탈히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