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리 2일차, 디즈니랜드 일루미네이션

by 지니

# 일루미네이션.

우리는, 두번 다시 여기에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해가 지고도 한참 동안 놀이기구를 열심히 섭렵했다. 그리하야 아이들이 타고 싶어했던 것들은 대부분 거의 다 탄 것 같다. 물론 우리가 본 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사실 반도 채 못 보고, 탄 것 보다 못타고 온 게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체력과 시간이 닿는 한, 정말 최선을 다해 불태워줬다.

밤11시.

기대하고 있던 일루미네이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늦게 가면 명당자리는 차치하고, 앉을 자리도 없을 거라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은 터라, 열심히 달려갔지만, 역시나 늦었다. 1-2시간 전부터 좋아 보이는 자리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노느라 저녁 시간을 놓친 터라, 자리 잡기 전에 식당에 들러 먹을 것을 포장하려고 했지만, 엄청난 인파를 목격하고는, 일단 자리부터 빨리 잡기로 했다. 인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지는 성의 정면은 아니지만, 좀 옆쪽에 뒤쪽 자리에 겨우겨우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나서, 남편이 오는 길에 눈으로 찍어뒀던 패스트푸드점에서 치킨과 감자튀김을 포장해오기로 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나가서 사가지고, 다시 이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엄청난 난제였지만, 이대로 자정까지 굶을수는 없지. 땀 뻘뻘 흘리며 먹거리를 무사히 사냥(?)해온 아빠는 맛있게 먹는 딸래미를 보며 흐뭇하게 또 한번의 길바닥 패스트푸드 식사를 했다.


드이어 일루미네이션 쇼가 시작됐다. 우리 어렸을 때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미키마우스, 라이언킹, 인어공주, 백설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등...! 그리고 우리 딸 세대의 겨울왕국의 올라프, 엘사, 안나까지...!! 디즈니가 어린이들 (지금은 어른이 된 어린이도 포함, 그러니까 우리 모두)에게 주는 꿈과 환상, 감동과 추억의 향연이었다. 화려한 영상과 조명, 불꽃놀이, 폭죽, 레이저, 분수, 드론까지 총동원한 화려함의 끝판왕이었다. 특히 우리가 간 그 해는 디즈니 30주년이었기에, 30이라는 숫자를 디즈니 미키마우스 형상으로 로고 디자인해 드론 조명쇼로 펼쳐보였다.

한편, 마지막 놀이기구를 타고나서, 성 앞으로 뛰어갈 때, 하루 종일 강행군으로 달린 민찬이는 유모차에 태웠는데, 역시나 유모차에 앉자마자 금새 그대로 골아떨어졌다. 런던에서 뮤지컬 <위키드> 볼 때는 오프닝곡 시작과 함께 잠에서 깨어 으앙~~~ 울음을 멈출줄 몰랐던 5세는, 일루미네이션의 엄청난 음향, 폭죽 소리에는 깨지도 않고 쿨쿨 잘도 잤다. (뻥~뚫린 야외라, 타격이 적었던 건가?!) 어쨌든, 민찬이는 이 멋지고 좋은 구경을 하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쉽다.


일루미네이션 쇼를 보면서, 디즈니가 캐리비안의 해적, 미녀와야수, 스타워즈 등등... 애니메이션 외에도 사랑 받은 실사 영화와 시리즈들이 많은 컨텐츠 부자임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다인이는 사실, 디즈니 공주과(?)는 아니다. 모든 여자 아이들이 엘사 드레스를 입고 다닐 때, 그닥 그런 아이템들에 눈을 돌리지 않는 아이였고, 공주보다는 자동차 장난감을 더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애니메이션보다 실제 사람들이 나와서 연기하는 드라마 종류의 영화를 더 좋아했다. 정말 좋은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이 아이와 같이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즐기고 싶었는데.. 다인이 태어나고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인사이드아웃, 모아나, 주토피아 등등... 제대로 끝까지 즐기면서 집중해서 보지를 못한 아이였다. 이 좋은 걸, 이 재밌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애미 마음은 모르고, 여전히 애미 눈에는 시덥잖아보이는 유투브 동영상을 더 좋아하는 십세(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벌써 시빌세)지만, 디즈니의 수많은 컨텐츠들을 이렇게 두눈으로 하이라이트로 몰아보았으니, 금요일 밤마다 다시 한편씩 섭려해보기로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 디즈니에서 다시 파리 중심가 숙소로...! 택시 기사에게 당한 썰?!

피곤함을 다 잊을 만큼, 지루할 틈 하나 없이, 눈호강 제대로 한 일루미네이션이었다. 자... 이제 시간은 자정. 이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썰물처럼 이곳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짐보관소에 짐까지 맡겨놓은 상태였기에 더 서둘러야 했다. 남편은 짐보관소가 문닫는 시간이 있으므로, 빨리 가야 한다고 쪼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고객 사정이야 나몰라라 짧없이 퇴근하는 유럽사람들을 많이 겪어봤기에, 혹여나 여기서 오늘 짐을 못찾을 거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거다.) 엄청난 인파를 뚫고 서둘러서 짐보관소에 들러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도 있고 짐도 있고 유모차도 있기에 우버를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우버콜을 했는지, 우버 예약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예약을 걸어도 자꾸 취소 알람이 뜨기를 반복. 10분 가량을 그렇게 길에서 우버를 찾기 위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저멀리 서 있던 택시 기사가 말을 걸어온다. 정확히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몇 유로 정도면 우리가 원하는 파리 시내 숙소까지 갈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가격은 예측이고, 미터기가 정확히 계산해줄거라는 부연설명까지... 우리는 기사가 말한 그 가격보다 쫌 더 나오겠거니 예상했다. 다만, 이날 우리는 이것저것 많이 사느라, 가지고 있던 현금을 거의 다 쓴 상황이었기에 카드 결제를 해야했다. (우버는 자동으로 어플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되기 때문에- 복잡한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참으로 편하다.) 택시는 이런 어플 시스템이 없기에, 남편은 기사에게 카드 결제가되는 거냐고 2번이나 물어보았다. 기사는 얼버부리며 "오케이 오케이 카드 머신~~~"이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택시에서 카드 결제가 되겠거니 했지. 그런데 웬걸. 택시 기사는 우리 숙소가 아닌, 우리 숙소 근처 다른 골목 어딘가에 차를 세웠다. 저기 카드머신(현금인출기)이 있으니 돈을 뽑아와서 택시비를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아- 그게 이 소리였어? 나는 벙쪘고, 남편은 욱했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으면, 수수료가 꽤 많이 나오는가보다. 남편은 기분 나쁜 티를 팍팍내면서 지갑을 한번 열어보고, 어쩔 수 없이 내리려고 하는데, 이 기사님...! 그 사이 화가난 남편 지갑에 들어있던 달러를 스캔하고는, 달러로 계산해도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현금인출기에서 수수료 내가며 유로를 뽑는 억울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숙소로 돌아온 우리 가족. 민찬이는 이미 아까 일루미네이션 시작하기 전부터 딥슬립이라, 쭉 누워자고, 택시에서 잠들었던 다인이도 그대로 숙소들어가서 깊은 잠에 빠졌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해야 했기에 숙소에 널어놓았던 빨래 정리와, 짐정리... 그리고 하루 종일 아이들 위주로 생고생 고생고생한 우리를 위로하며 라면 하나에 맥주한잔~ 캬 하고 매우매우 꿀잠을 잤다.


# 덧-

난, 한국에서도 아이들 데리고 가는 놀이공원은 육아난이도 초초초초초최강 수준으로 꼽는다. 어쩌다 아이들 데리고 놀이공원을 다녀오면 그 피로가 일주일은 가는 저질 체력이기 때문에, 다녀오는 길에는, 이런 데는 일년에 한번 이상은 못 가~ 라고 습관처럼 말하곤 했었다. 그럴진데, 그 더운 여름, 며칠 째 여행 강행 중인 상황에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쇼핑+놀이공원 투어를 했다니!!! 그것도 밤 11시 일루미네이션까지 꽉 채워 챙겨보고, 자정을 넘겨 숙소에 들어갔으니, 체력이 지하 10층을 뚫고 내려가야 마땅한데...!

우리는 다음 날, 또 다른 강행군을 소화했다!

이건 정말, 오랜만에 멀리까지 떠나간 여행지라 가능한 미라클이다.

...

파리의 마지막 날, 3일차, 시내 투어와 체코로 가는 비행기 탑승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keyword
이전 16화파리2일차, 디즈니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