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옷, 화장품, 치약, 향수 등등 프랑스에서는 사고 싶은 게 참 많다. 사전 검색에 들어가보니, 특히 "몽쥬약국"이라는 곳에서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그리고 한국에는 없는 좋은 제품들을 득템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한국직원이 상주하면서 제품 설명을 해줄 정도라고 한다. 여행사 상품 중에는 몽쥬약국과 라발레 빌리지 아울렛이 묶어져 있는 쇼핑만을 위한 여행 상품도 있었다. 파리를 다녀온 블로거들이 몽쥬약국에서 쇼핑한 물건들을 올려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쇼핑 위시리스트를 적어놓고, 몽쥬약국은 짬을 내서 꼭 가보기로 했다. 파리에서 머무는 날은 3일 뿐이고, 다음날은 디즈니랜드를 가서 밤늦게까지 있어야 했으므로, 우리는 파리 도착 첫날 몽쥬약국을 가보기로 했다.
몽쥬약국 (Monge) 쇼핑 위시리스트
(*175유로 이상 구매시 15% 면세)
달팡크림, 라로슈포제, 눅스오일(NUXE)
유리아쥬(URIAGE) 립밤+핸드크림 세트
르네휘테르샴푸(Furterer),르봉 치약, 보토(BOTOT)치약
이미 에펠탑을 보면서 한가로이 공원 피크닉을 즐기려했던 한여름 대낮의 꿈은 와장창 깨졌고, 숙소에 무사히 체크인하고 씻고 좀 쉬다보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에펠탑 근처에 있는 몽쥬약국을 찾아가서 쇼핑을 하고, 자리 잡고 앉아 해질 무렵의 에펠탑을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몽쥬약국 문닫는 시간이 빨랐다. 몇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우리는 그날 몽쥬약국이 문닫기 30분-40분 전쯤에 도착했다. (지금 다시 구글맵을 찾아보니 클로즈 시간이 오후 8시인데, 왜 그날은 빨리 닫은 걸까?) 쇼핑을 도와줄 한국 직원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퇴근을 하셨는지 한국 직원도 없었다. 대신 입장하자마자, 손목 시계를 가르키며 30분 남았다고 문닫는 시간을 고지해주는 직원만 있을 뿐이었다.
30분의 제한 시간을 받으니, 우리는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리스트에 올린 제품들만 빠르게 찾아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이와중에 아이들은 틈틈이 있는 아이들 물건 코너에서 갖고 싶은 것들을 바구니에 담아도 되는지 물어보기 바빴다. 가격비교고 뭐고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눈에 띄는대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데, 직원이 "마담~ 마담"하면서 5분에 한번씩 시계를 가르킨다. 퇴근 시간을 1분도 늦출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반면, 우리는 위시리스트에 있는 물건들을 담아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빨리 계산하고 나가라는 듯한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시간을 쪼는 직원에게 꿋꿋하게 르봉 치약과 보토 치약의 위치를 물어봤다. 이와중에 아이들은 예쁜 캐릭터 병에 담긴 손소독제를 사고 싶다고했다. 손소독제는 비행기 탈 때마다 승무원이 1인당 하나씩 줘서 이미 많고, 집에 있는 대용량 손소독제도 안쓰는 상황이었다. 이걸 사면 예쁜쓰레기가 될게 뻔하다. 쓸데없는 거 사지 말고, 차라리 두번째로 갖고 싶어했던 보온 물병을 사라고 했다. 굳이 파리에서!!! 다인이는 일본 캐릭터인 '키티'가 그려져있는 보온물병을, 민찬이는 미국 캐릭터인 '퍼패트롤'이 그려져있는 보온물병을 골랐다. (근데 그마저도 아마 모두 메이드인 차이나겠지...;;) 남편은 짐 또 늘어나게 굳이 물병을 사냐고 중얼거렸지만, 이 선택은 옳았다. 앞으로의 무더운 여행 기간 동안 금방 찬기가 없어지는 일회용 패트병 물 대신 시원한 물온도를 지켜주는 보냉 물병 역할을 해주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잘 가지고 다니고 있다!
직원들의 성화에 결국 더 돌아보지 못하고 계산대 앞에섰다. 문닫는 시간을 5-10분 앞둔 시간쯤이었던 것 같다. 계산대에 줄을 서서.. (아마 다른 손님들도 직원들의 쪼임(?)에 못이겨 계산대에 줄을 섰을게다) 한국 같았으면 문닫는 시간 몇분 전쯤 입장을 종료하고, 매장에 남은 손님들이 쇼핑을 마칠 때까지는 기다려주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 직원들은 1분도 양보해줄 마음이 없어보였다. 덕분에(?) 클로즈 시간전에 무사히 계산을 마치고 택스 프리까지 야무지게 받을 수 있었다. 몽쥬약국은 특이하게 먼저 택스프리가 된 가격으로 결제해주었다. 출국할 때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건 같은데, 미리 택스프리된 가격으로 결제했기에, 이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을 때, 마치 벌금(?)처럼 미리 면제받은 가격을 토해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급하게 담아오느라 잘못 산 물건이 있었다. 한국에서 챙겨간 선스틱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선스틱을 하나 골라 담는다고 담았다. 좋아하는 라로슈포제 제품이었다.
그런데... 띠로리....!!
너무 생긴 모양만 보고 담았다. 겉모습만 보고 당연히 선스틱인 줄 알았던 그 제품은... 데오드랑트였다!!
저렇게 생긴게 선스틱일거라 생각한 내 잘못이다. 하긴, 유럽에선 저렇게 생긴게 대부분 데오드랑트일테다. 한국 사람들은 잘 쓰지 않고, 쓸일도 없는 데오드랑트라니...! 지금 그 물건은 우리집 화장대에서 조용히 썪어가고 있다. 아까워서 아주 가끔씩 생각날 때 쓰곤 한다. 저러다 유통기한 지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겠지... ;;;;
이렇게 파리 직원들의 등살에 밀려 매우 스피디한 쇼핑을 하고, 쇼핑한 물건은 유모차 짐칸에 싣고, 우리는해질 무렵의 에펠탑을 향해 걸었다. 에펠탑이 보이는 마르스 광장으로 향했다. 마르스 광장에는 놀이터도 있었다. 와... 에펠탑이 보이는 놀이터라니..!!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놀게 하고,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그림같았다.
이렇게 우리는 늦은 오후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가 모두 지고, 에펠탑에 불이 켜질 때까지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 여름에는, 에펠탑을 대낮에 갈 게 아니라 해질 무렵에 가서 밤까지 머물다 오는 게 옳다! 공원에는 에펠탑 모형 열쇠고리와 에펠탑 모형의 조명을 가지고 다니며 파는 아저씨들이 꽤 많았다. 우리는 그중에서 불빛이 들어오는 에펠탑 모형을 기념품으로 하나 샀다. 지금도 가끔씩 집에서, 밤에 에펠탑의 조명을 켜놓으면 그냥 좋다.
에펠탑에 불이 켜지자, 우리 아이들은 물론 그곳에 모인 수많은 여행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다인이가 파리를 꼭 가자고 한 이유! 에펠탑!! 이렇게 이날 하나의 소원성취를 이룬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