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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여행을 마무리하며...

by 지니

# 런던의 한식당!

런던 4일차, 런던에서 계획한 마지막 일정,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신나게 논 아이들은,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내 골아떨어졌다. 런던의 마지막 날 여정에선 '해리포터 스튜디오' 외에 특별한 일정을 계획해놓지 않은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며칠 동안 강행군으로 돌아다닌 아이들을 쉬게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숙소에 가기 전에 근처 또다른 한식당을 들러 우리의 뱃속을 든든히 해줄 한식 메뉴들을 포장해가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린 남편은 잠든 민찬이를 안고 역 내 벤치에서 기다리기로 했고, 피곤한 다인이도 아빠 곁에 앉아있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먹거리를 쇼핑하기 위해 구글맵을 의지해 한식당을 찾아갔다. '김치마마'(Kimchimama)라는 이름의 한식당인데, 구글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무려 별점 4.9의 식당이었다. 구글맵에서 김치마마의 리뷰를 살펴보면서 어떤 메뉴가 인기있는지 살펴보고, 신나게 메뉴를 골랐다.

전날 '라임오렌지' 한식당에서 한국어로 주문하려다가 돌아온 영어에 당황했던지라, 이곳에서는 주문을 한국말로 해도 될지, 영어로 해야될지, 먼저 분위기를 살폈다. 다행이 주인아저씨의 반가운 한국어가 들려왔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아저씨도 한국인의 모습을 한 외국인 손님을 많이 만나셨었는지, 조심스레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덕분에 주문을 하기 앞서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먼저, 순두부 찌게를 먹고 싶은데, 이것도 포장이 되는지, 포장해가면 가는 동안 냄새는 나지 않는지 물어봤는데, 냄새나지 않게 잘 포장해줄 수 있다고 하셨다. 런던 여행 마지막 날이라, 동전이 많은데, 다 털고(?)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머니 동전을 죄다 꺼내 이걸로 계산해도 되는지 여쭈었다. 주인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게 같이 동전을 세어주시면서 계산을 해주셨다. 외국에서 한국인에게 이런 친절을 받으면, 너무너무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진다. 순두부, 치킨, 만두 등등을 바리바리 포장해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역으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이동애햐 했는데, 과연 음식 냄새가 나지 않을지 긴장이 되었다. 아저씨는 냄새가 나지 않을 거라 하셨지만, 냄새가 조금도 새어나오지 않을 순 없지... 그 작은 지하철 튜브 안에서 혹시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는지 살폈는데, 다행히 불쾌한 내색을 내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암튼, 담엔 이렇게 무모한 짓은 하지 않기로....!


와, 그러고보니 런던에서만 한식당을 세군데를 갔었다. 요리, 라임오렌지, 김치마마...!

영국에서 먹는 한식의 가격은 사악했지만, 그래도 한국인은 밥심이라, 속까지 든든해지는 건 역시 한식이다. 이 3개의 식당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집은 김치마마였다. 역시 별점 4.9 식당답다. 런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포장해와서 민찬이 재워놓고, 느긋하고 맘편히 다리 쭉펴고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진 건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국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그릇을 말끔히 비웠다.


# 런던의 마지막 밤, 타워브릿지 야경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다녀와서 밥먹고 쉬었는데도, 해는 아직 지지 않은 상태였다.

낮잠을 푹자고 일어난 민찬이의 체력은 완.전.충.전. 상태였다. 이 에너지를 빼지 않으면, 시차적응을 다시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런던의 야경을 보러 나가볼까? 야경을 볼만한 곳은 우리가 런던 여행 첫코스로 갔던 '타워브릿지'였다. 타워브릿지가 보이는 템즈 강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곳엔 야경을 보며 맥주한잔하려는 젊은 남녀들이 이미 많이 모여있었다. 남편은 맥주 2잔과 아이들을 위한 감자튀김과 밀크쉐이크를 사왔다. 그렇게 강변에 앉아 해지는 런던 하늘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으니, 이게 여행의 맛이지! 싶었다.


남는 건 사진이지! 하며 불켜진 타워브릿지를 배경으로 우리 가족 넷이 다 담기게 셀카를 찍으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지나가던 한국 젊은이들(!)이 우리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말을 걸어주었다. 배낭여행 온 한국 대학생들의 눈엔, 아이들과 가족 사진 찍고 싶어서 용쓰는 우리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까! 글을 쓰면서도 나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넙죽 감사해하며, 그렇게 타워브릿지 야경을 배경으로 우리 가족 사진을 남겼다.


이날 야경을 보면서 느낀 분위기, 감성을 우리 아이들은 기억해줄까?...


다음 날은 아침 일찍 파리로 넘어가야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기분 내려고 산 맥주는 반 이상을 남기고 아이들을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캐리어 짐을 싸들고 유로스타를 타러가야하기 때문에, 미리 짐을 싸놓고 잠에 들었다. 아침 일찍 우리는 택시를 불러 타자고 했다. 런던은 유로가 아닌 파운드를 쓰기 때문에, 별도로 파운드 환전을 해갔는데, 식당에서도 대부분의 예약도 카드로 했기 때문에 파운드가 꽤 많이 남았다. 런던의 기념품들을 사고 싶었는데, 중국에서 제작한 허접한 상품들인데다가 가격도 합리적이지 않다 싶어서 패쓰했더니, 파운드가 꽤 많이 남았다. 내가 이 파운드 환전하려고, 한국에 있을때 집에서 꽤 먼 은행까지 다녀왔는데...!! (달러, 유로와 달리, 파운드는 환전해주는 은행이 많지가 않았다) 기차역까지 택시타고 남은 파운드를 좀 써보자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버나 택시를 부르려고 앱을 눌렀봤더니, 죄다 카드 등록에 카드 결제였다. 아하핫. 그렇다면 계획 변경. 그냥 지하철 타고 가자. 대중 교통을 탈 수 있는 오이스터 카드에도 아직 잔금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일~~찍 캐리어와 유모차를 끌고 또다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이미 경험해본 터라,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 런던에서 파리로.

7시 55분에 런던에서 출발해 11시 17분에 파리에 도착하는 기차였다. 국경을 넘어가는 기차여서인지, 나름의 출입국심사도 있었다. 사실 3년 전, 체코에 머물 때, 나라와 나라를 자동차로 2-3시간만에 가고, 저~기 부산가듯, 기차 타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을 다녀오곤 했어서, 옆 도시 가는 느낌으로 기차역을 갔는데,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를 한 탓인지, 꽤 꼼꼼한 출입국 심사가 있었다. 공항에서 하던 그 출입국절차를 기차역에서 하니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유로스타 티켓을 받아들었다. 유로스타 좌석을 예약할 때, 민찬이 나이를 입력하니 비용이 더 저렴했었다. 두군데를 비교하다가 같은 날 같은 시간인데도 더 저렴한 곳을 예약했는데, 이게 48개월 미만에게 자리를 주느냐 마느냐의 차이였나 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는 3자리 뿐이었다. 좌석표를 보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리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4자리 예약할 걸... 후회 했다. 결국 엄마 껌딱지 아들은 내가 안고 탈 수 밖에....; 약 2시간 20분을 그렇게 아이를 안고 기차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가지고 탄 간식을 먹으며 아이패드에 담긴 영상을 보며... 국경을 넘었고, 마침내 기대하고 기다리던 파리에 도착했다!!


# 파리의 화장실.

기차에서 내리기 전,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곧 도착이니 불편한 기차보다는 내려서 기차역 화장실을 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내리자마자 기차역 화장실을 찾았는데...!! 우린 여기가 유럽이란 걸 상기하고 있었어야 했다. 화장실이 유료다! ... 하하하하. 이럴 줄 알았으면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기차 화장실을 다녀올걸! 가지고 있던 유로 지폐를 꺼내서 동전으로 바꾸고, 우여곡절 끝에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렇게 3유로를 소비하고, 딸은 "기차에서 화장실 갔어야지~~"하며 같은 잔소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유료화장실의 장점은 넓고, 깨끗하게 관리해 쾌적하다는 점이다. (이후, 파리에서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에 있는 무.료. 화장실을 갈때마다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길거리 다닐 땐 안쓰던 마스크를 꺼내쓰면서 그날 파리 기차역의 화장실이 얼마나 좋은 화장실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비교적 치안이 안전한 런던과 달리, 파리에 대해선 약간 겁이 먹고 있는 상태였다. 소매치기도 많고, 사람들도 그리 친절하지 않고, 지하철 노선도 심플함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특히 기차역에는 소매치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파리 숙소가 지하철 역과 가깝지도 않고, 노선도 복잡했기에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택시 정류장에 줄을 서러 갔다.


그런데 남편이 대뜸 나타난 낯선 흑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괜히 경계심이 든 나는 의심부터 했다. 택시 줄에 서서 남편을 지켜보았다. 괜히 낚이지 말고 이리 오지 하는 눈빛을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은 아랑곳않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남편을 호객한 우버 기사였다. 남편은 줄서지 말고, 이리 오라고 했다. 나는 믿어도 되는 건가, 의심부터 했다. 진짜? 저 사람 차를 타고 간다고?? 대체 뭘 믿고??? 여기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바보라 여기 서있는 게 아닐텐데... 그냥 이렇게 쉽게 저분의 차를 타도 될까?! 우리 다 털리는 거 아니야? 의심에 가득차 겁을 잔뜩 먹은 나와 달리, 남편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본격 파리 스토리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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