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4일차에 잡아둔 일정은 단 하나였다. 페파피그 월드냐, 해리포터 스튜디오냐를 두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정한 바로 그곳! 해리포트 스튜디오다. 버스를 타고 근교를 다녀와야 하는 일정이기에, 다른 일정은 넣지 않았다. 우리는 왕복 교통권이 포함된 해리포터 스튜디오 입장권을 예약해둔 터였다. 예매 사이트에서 알려준 픽업 위치인,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의 해당 정류장 번호를 찾아 가서 버스를 타고 다녀오면 되는 일정이다. 9시 버스를 타야한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서둘러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으로 갔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은 전날 밤, <위키드> 뮤지컬을 봤던 빅토리아 아폴로 극장 근처였다. '어제 와본 곳이네...' 금방 찾을 수 있겠거니 했지만, 해당 정류장 넘버를 찾는데 한참 걸렸다. 전날 민찬이 덕분에(?) 뮤지컬 관람 대신 커피를 마셨던 기차역에 가서 코치 스테이션을 찾았다. 직원에게 물으니, 여기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스테이션이 거기 하나줄 알았지!) 나가서 길을 따라 정류장 넘버를 보며 찾아보았지만, 우리가 타야하는 해당 넘버를 찾지 못했다. 대체 어디지... 헤맬 것을 대비해 조금 일찍 나오길 잘했다. 알고보니... 건너편에, 우리나라 고속터미널처럼 시외 버스들이 드나드는 역이 따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코치 스테이션"이 괜히 "코치 스테이션"이었겠나! 무식하면 두발이 고생이지 뭐...! ;;
그래도 늦지 않게 버스정류장을 찾아냈고, 우리는 느긋하게 버스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도넛과 우유를 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탑승 시간이 다가 왔다. 연착이 되었는지, 조금 늦게 나타난 버스는, 우리가 홈페이지에서 봤던 해리포터 이미지가 랩핑된 버스가 아니었다! 여기서 1차 실망...!! 해리포터 이미지가 랩핑된 버스에서 버스 안에 설치된 TV로 해리포터를 보면서 스튜디오에 가게 될 줄 알았다! (다녀 온 다른 사람들 후기엔 그렇게 써있었다고...!!) 우리 앞에 선 해리포터 스튜디오 행 버스는, 그냥 다른 버스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외버스였다. 게다가 타려고 명단을 확인하는데...! 어라? 예약자의 이름이 없지 않은가!!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이 버스 못타는 건가.. 순간 멍~~~
바우처를 다시 확인해보니, 버스 탑승 시간을 잘못 본 아빠님!! 9시 탑승이 아니라, 10시에 탑승해야 하는 거였다. 우리 한 시간 더 자고 나올 수 있었잖아! ... 같이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 뭐...! 기왕 이렇게 된거 융통성을 발휘해 보자! 버스 기사님에게 10시 타임 예약되어 있는데, 그냥 9시 버스 타면 안되냐고 물었다. 기사님은, 탑승자 명단을 확인해보더니, 9시 탑승자가 모두 탄 이후에 자리가 남으면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9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 (이 버스를 타지 말았어야 했어!!!!!!)
이 버스는 10시가 조금 안돼서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예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기사님은 내리는 탑승자들에게 해리포터 입장권을 나눠주면서, 4시간 관람 후, 2시까지 다시 버스를 타러 오라고 했다. 기분 좋게 내려서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외관을 보니 기대감이 한층 더해졌다. 입장줄에 서서 티켓을 보여줬는데....!!
우리는 11시 입장 예약자로, 10시에 입장이 안되고, 11시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렇구나, 급 인정하고 줄에서 빠져나와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응? 우리 돌아가는 버스는 2시에 타야하는데?? 3시에 돌아가는 버스는 어디서 어떻게 타야하는지 모르는데? (우린 9시 버스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우린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과 같은 시간에 입장을 못하고, 로비에서 1시간을 쌩으로 날려야 했다! (이런 삽질이 있나! 이제 1일 1삽질은 기본이구나!) 로비 내에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미리 점심 땡겨먹는 셈 치고 영국식 브런치를 사먹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가장 맛있게 먹을만하게 생긴 메뉴를 주문했다. 소세지도 있고 달걀도 있고 빵도 있는 햄버거 같이 생긴 머핀이었다. 처음엔 잘 먹는다 싶었던 녀석들이 몇 입만 먹고 남겼다. 아이들이 먹기엔 너무 느끼하고 짰다. 실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시! 마침내 다시 입장줄에 당당히 섰다.
# 드디어 입장이닷!!
입장하자마자, 사방이 스크린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비디오 소개가 흘러나왔다. 해당 시간대 입장자들이 한 공간에 서서 그 비디오 소개를 봐야하는 형식이었다. 모든 투어가 이렇게 차례로 문이 열리면서 다같이 들어가서 보는 것인가?! 그러면 실망인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초반 몇군데만 그렇게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자유 투어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곳에서 나눠주는 해리포터 여권을 각자 하나씩 들고 투어를 시작했다. 각 컨셉의 공간마다 해당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었는데, 아이들도 물론 우리 어른들도 즐거웠다. 스탬프가 잉크로 찍히는 것이 아니라, 자국으로 문양을 새기는 거라 뭔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 여권은 우리가 앞으로 몇군데를 더 봐야 하는지, 혹시 놓치도 못본 곳은 없는지 알려주는 지도의 역할도 해주었다.
1. Grinffindor Crest
2. Quidditch
3. The Dark Mark
4. Hogwarts Express
5. Gringotts Bank
6. Diagon Alley
7. Hogwarts Crest
거의 모든 공간에서 아이들의 두눈은 휘둥그레졌고 흥분했다. 영화 속에서만 봤던 그 세계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니 말이다. 다인이는 여행오기 직전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상태라, 더할나위 없이 즐거워했고, 민찬이도 누나가 보는 영화를 옆에서 틈틈이 장면장면 띄엄띄엄 봤기 때문에 서당개(?!)였다. 영화 속에서 봤던 그 공간에 자신들이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신났을지!!
# 마법 빗자루 타보기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타는 장면을 구현해낸 세트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영화 속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 영상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런 것도 다 기념이지! 다인이는 빗자루 타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진도 남겼다! 민찬이도 찍으라니까, 무서웠는지... 거부했다. (but!! 나온 사진 퀄리티에 비하면 가격이 고가였던 것 같다;;)
이밖에도 아이들의 영화 속 마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마법 빗자루 옆에서 "UP"을 외치면 빗자루가 올라와 손에 잡히는 체험, 마법 식물 수업에서 기이한 소리를 내는 식물 뽑아보기 등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 저기 탐험하다 보니, 금새 2시가 다 되어 갔다.
이렇게 딱 맞춘 시간에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하다니...! 융통성있게 보고, 가는 버스 아무거나 타면 안되는 것인가!! 너무 즐겁게 관람을 하고 있던 터라, 나는 버스를 놓치더라도 그냥 볼 거 충분히 다 보고,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보든지 하자 했지만, 남편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 보지 않고 나갈 수도 없는 터! 결국 마지막 2군데 정도는 속도를 높여가며 빠르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와중에 다인이는 마법 지팡이를 기념품으로 사고 싶어했지만, 기념품 따위를 구경할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사가봤자, 집에가서 꺼내 보지도 않을 거잖아~~~"라며 사주지 않았다. 실용성있는 가방이나 옷이 예쁜 게 있으면 사줄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었다.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던 다양한 마법지팡이들이 전시되어 있던 곳!우리는 간신히 2시 직전에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빠져나왔고, 그와중에 아이들은 또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다. 남편은 버스 놓칠세라, 약속된 버스가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 난처한 얼굴로 돌아온 남편은, 기사님이 째려보고 있다고 빨리 가야한다고 했다. 그래도 쉬야는 해야지... ㅠㅠ 서둘러 애들을 데리고 버스에 갔더니 진짜 에누리 없이 딱 2시다! 사람들은 이미 다 타고 마지막 탑승자인 우리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작은 목소리로 연신 쏘리쏘리쏘리를 되내며 버스를 탔다. 늦은 것도 아니고 시간 딱 맞게 왔는데도, 모두들 조용히 버스에 앉아있으니, 절로 미안해졌다... ㅠㅠ 다음에 또 런던 자유여행을 하고,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방문하게 된다면, 버스 미포함 상품을 예약하던가, 버스 포함 상품을 하게 된다면, 런던 여행 마지막 날 파리로 넘어가기 전에 후딱 다녀와서 저녁 기차를 타고 파리로 넘어가는 루트로 잡으면 좋을 것 같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정이 아니었고, 우리가 체력만 된다면, 저녁 뮤지컬을 하나 더 보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사실, 전날 민찬이가 뮤지컬 위키드를 잘 봐주었다면, 우린 또 다른 뮤지컬을 찾아서 관람했을지도 모르겠다. 간신히 2시 버스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탔던 런던 빅토리아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아직도 대낮이다. 3시쯤... 아이들은 버스에서 잠이 든 상태.... 다인이는 깨워서 끌고 내리고, 기절한 민찬이는 그대로 안고 내렸다. 이 근처에 또 다른 유명한 한식집이 있었다. 아이들이 피곤해하니, 우린 그곳에서 한식을 포장해서 집에가서 쉬면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의 남은 스케줄은 아이들 컨디션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관람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며 글을 쓰고, 사진첩을 뒤적거리며 사진을 고르다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우리 이날 참 즐거웠었구나! 글을 정리하면서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찍어온 여권 기념품을 찾다가 못찾아..(이놈의 정신줄!!) 체코에 있는 남편에게 어디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프라하 사무실에 있었는데, 바로 해리포터스튜디오 여권 사진을 한장한장 찍어서 보내주었다!
"오! 사진 찍어놨었어?"
"아니, 내거 하나는 내 가방에 있었거든"
"이걸 왜 갖고 다녀 ㅋㅋ"
"해리포터 마법 기운 좀 메고 다닐까해서... 가끔 보면 기분 좋아져"
이렇게 기념품에 진심인 남편일줄이야! 반면 나는 남은 우리 셋의 해리포터 여권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분명 어디에 잘 모셔뒀을텐데...! 어느날 짠하고 보물처럼 나타나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