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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3일차, 와장창깨진 온가족 뮤지컬 관람의 꿈

5세의 컨디션을 헤어렸어야 했어!

by 지니

이번 유럽 여행 위시리스트 중 하나는, 우리 가족 다같이 뮤지컬을 관람하는 거였다.

4식구 모두 나란히 앉아 단란하게 뮤지컬을 관람하는 꿈!!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찬이가 체력만 더 좋았어도..

혹은 2살만 더 많았어도!!!!!


<라이온킹> 예약에 실패한 이후, 우리가 찾은 만 3세 이상 관람 가능, 4명의 자리가 있는 뮤지컬은 <위키드>였다. 4명의 티켓을 사야했으므로, 좋고 비싼 자리는 예약하지 못했고, 저멀리 2층에 비교적 저렴한 자리를 예약한 터였다. 극장에 엘레베이터는 없었기에, 나는 잠든 민찬이를 들어 안고, 아빠는 유모차를 고이 접어 가지고 올라가서 착석했다.


남편과 나는 신혼 초에, 2012년 호주팀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관람한 바 있다. (어우, 벌써 10년 전이네?!) 그때 좋은 자리에서 무척 흥미롭게 봤는데, 애석하게도 남편도 나도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 때문이지? 오리지널 공연이었지만, 분명 자막도 있었고, 당시엔 진짜 재밌게 봤는데...)

암튼, 오늘 제대로 다시 한 번 보자 했는데...

두둥...!! 대반전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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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차게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울려퍼지자, 민찬이가 깼다! 갑작스레 공연장을 울리는 사운드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는 표정으로 어리둥절하였다. 극장 천장에 거대 용이 매달려 있었기에(딱 아들 취향!!), "저거봐 멋지지!" 아무리 주위를 환기시켜줘도, 잠을 더 자야겠는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곧이어 울려퍼진 뮤지컬의 웅장하고 멋진 오프닝 곡은 아이에게 그저 자기의 잠을 깨우는 소음일 뿐이었다. 극장에서 우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건 아주 매우 대단히 큰 민폐이므로, 남편은 곧바로 아이를 안고 밖으로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결국 뮤지컬 1부는 우리가 예약한 4자리에서 다인이와 나, 또 다시 둘이서 관람할 수 밖에 없었다.


뮤지컬을 보면서도, 밖에 나간 민찬이와 남편이 걱정되었다. 뮤지컬 극장 안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았다. 이건 전날 마틸다 극장도 마찬가지였다. 여기는 지하철도, 극장도 휴대폰이 먹통되는 게 당연한 일인듯 하다. 간간히 어쩌다 문자만 전달될 뿐.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아이가 갑자기 깨서 우는 바람에 당황한 남편은, 아이를 안고 나가면서 휴대폰도 안챙겨 나가셨다 ;;;


눈과 귀는 뮤지컬을 보고 들으면서도, 마음은 저 밖에 부자에게로 쏠려있었다. 드디어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이 왔다. 다인이는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핸드폰을 안가져 나갔으니, 이대로 나가면 왠지 길이 엇갈릴 것 같았다. 공연 전에 다인이는 화장실을 다녀왔기에 이동 동선을 알고있었다. 어쩔수 없이 다인이에게 핸드폰을 꼭 쥐어주며, 혼자 화장실을 갔다가 우리의 자리로 다시 잘 찾아오라고 당부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고 전화기를 들려보냈는데, 전화가 잘 안터지는 곳이었어. 와, 잘 찾아왔으니 망정이지, 딸마저 길잃고 안왔으면 어쩔 뻔...;;)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온몸이 땀에 젖어 가방과 핸드폰을 찾으러 민찬이를 안고 들어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엄청난 사운드에 잠이 깬 민찬이는 로비에서도 약 40분 가량을 울다가 겨우 다시 잠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인터미션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사람들 소리에 또 깨서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우 짠해... 땀에 찌들어 멘탈까지 탈탈 털린 남편을 보고 있자니 미안함이 밀려왔다.


자, 2부는 그대가 보시게... 내가 데리고 나가서 산책을 하던가, 집에 먼저 가던가 하겠네...

어제도 오늘도 나만 공연을 보는 게 미안해서, 2부라도 쉬면서 공연을 보라고 남편을 들여보냈다.

남편은 "어차피 1부도 못본 걸, 한명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앞 부분 내용 몰라도 그냥 봐... 앉아서 좀 쉬어..." 하는 마음으로 나는 민찬이와 극장 밖으로 나왔다.


(2명 값으로 4명이 보자 해서 저렴한 좌석으로 예매했는데... 결국 2명이 봤네?!)

<라이온킹>을 예매 못한 게 못내 아쉽고 후회가 됐었는데, 이건 뭐...

그게 <라이온킹>이었든 <위키드>였든, 아이는 시작과 함께 우리에게 고난을 안겨줄 게 뻔했다.

한자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자리로 예약했음 배아파서 잠도 못잤을 듯..;;이라고 애써 위안해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낮 공연을 예약할 걸 그랬다. 대부분의 뮤지컬들이 낮2시 공연이 있는 요일들이 있다. 나는 단순히 낮에는 여기저기 다녀야 할 곳이 많으니, 해진 저녁에 쉬며서 뮤지컬을 보는 게 시간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버 네버! 어차피 9시가 되야 해가 지는 유럽의 여름이다. 뜨거운 대낮 보다는, 차라리 해질 무렵이 돌아다니기에 딱 좋다. 낮에는 공연을 보든, 문닫는 시간이 정해져있는 박물관에서 여러 체험이나 가이드를 받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코스 위주로 짜고, 해질 무렵 나가 돌아다니며 야경까지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2부 시작과 함께 짐과 유모차를 챙겨 밖으로 나온 나는, 극장 앞에서 유모차에 누워 잠든 민찬이를 내려다보며 고민을 시작했다. 이대로 먼저 집에 가버릴까, 기다렸다가 같이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버스를 타고 갈까... 고민을 하면서 주변을 산책했는데, 바로 맞은편에 세인트 판크라스 기차역((St Pancras railway station)이 있었다. 기차역 안을 서성이며 돌아다니다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유럽 각 국경을 넘나드는 유로스타가 다니는 역 내 카페였으므로, 여행지를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며 나름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지에서 나홀로 티타임을 갖게해준 민찬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고~~오~~맙다 아들아!!!

마침내, 뮤지컬이 끝나고 다인이와 남편이 나왔다. 맨정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건 유일하게 다인이었다. 뮤지컬은 어땠냐고 묻자, "좋았는데, 뒤에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전날 본 <마틸다>는 영화를 먼저 본 터라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더 즐겁게 봤을 거다. 하지만, <위키드>는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봤다. 그나마 앞부분은 엘파바 글린다 두 인물의 관계와 대략적인 흐름을 미리 얘기해줘서 조금은 이해하며 본듯하지만 뒷부분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본 것이다. <위키드>의 이야기 구조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와, 동쪽 마녀, 착한 마녀, 겁쟁이 사자,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등의 탄생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펼쳐진다.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인 셈이다.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비튼 'Gregory Maguire의 소설 <Wicked: The Life and Times of the Wicked Witch of the West>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담에 보게 된다면, 책을 먼저 꼭 읽고 가자!


내용을 완전히 다 이해하지 못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 좋았던 건, 화려한 무대 장치와 조명, 주옥같은 넘버들, 배우들의 연기와 성량, 가창력 덕분일 것이다. 2부를 관람한 멘붕의 남편도, 화려한 무대 장치와 몇몇 장면만이 기억에 남는데, 그와중에 다인이가 공연에 집중하고 재밌어하며 보는 모습이 대견했다고 한다.


아무튼, 다음에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관람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보기를 약속하며...!

<위키드> 대략의 줄거리와 흐름을 아래에 정리해 본다.


*** 소설 <위키드> (**위키드 책 소개 글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펌))

<오즈의 마법사>를 뒤엎는 초록색 마녀의 이야기!

약자의 편에서 권력에 맞선 초록색 마녀의 모험을 그린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세트.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엎는 수정주의 판타지 문학으로, 토니상 3개와 그래미 베스트 뮤지컬쇼 앨범 상까지 휩쓴 뮤지컬 <위키드>의 원작이다. 초록색 피부를 가진 소녀 엘파바가 학교를 뛰쳐나와 지하운동에 뛰어든 아나키스트에서 서쪽 나라의 마녀가 되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적인 동물들이 인간과 동등한 시민 대접을 받는 도시 먼치킨랜드. 엘파바는 시즈 대학교에서 허영으로 가득한 금발의 글린다와 묘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독재자로 군림하여 동물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면서 시즈 대학교의 친구들은 서로 다른 운명을 택하는데….


*** 뮤지컬 <위키드>

(** 어느새 흐릿해진 관람 기억+인터넷에서 검색한 줄거리들을 읽어 보고 짜집기&정리해보았습니다-)

첫장면부터 강렬하다!

"The Witch of the west is dead!!"

무려 주인공인 "서쪽 마녀가 죽었어!"로 시작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서쪽 마녀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어떤 일을 겪는지 전개된다.


오즈의 마법사 나쁜 마녀로 알려져있는 서쪽 마녀 엘파바,

그녀는 어릴적부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초록 피부 때문에 차별당하고 놀림당한다.

(하지만 마법의 재능은 타고났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학교 룸메이트 글린다와도 처음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오해를 풀고 절친이 된다.

(글린다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착한 마녀, 인기도 많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질투도 많다.) 절친이 된 글린다가 엘파바를 인기있게 만들어준다며 꾸며주는 장면은 'Popular'라는 곡으로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럽게 표현된다. (** 나의 위키드 최애곡, 발랄한 곡이 좋더라)


어느 날, 학교에서 동물 교수이자 염소인 딜라몬드가 오즈의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염소 교수의 자리에 새로 온 교수는 동물들을 우리 안에 가두고, 이에 분노한 엘파바는 새끼 사자 (*오즈의 마법사의 겁쟁이 사자)를 구해주게 된다. 이를 본 '피에로'(학교의 인싸 인기남)가 엘파바를 돕게 되면서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를 글린다가 질투하게 되면서 둘의 우정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듯 보인다.


한편, 엘파바는 마법 능력을 인정받아 모리블 학장의 추천으로 글린다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간다. 진짜 빌런은 이 오즈의 마법사와 모리블 학장!!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의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되고, 마법책 그리머리를 가지고 도망친다. 오즈의 마법사와 모리블 학장은 능력있는 엘파바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그녀를 사악한 마녀라고 오즈의 시민들을 선동한다. 결국, 궁지에 몰린 엘파바는 자신을 찾고 싶거든 서쪽 하늘을 바라보라고 외치고 사라진다. (**위키드에서 제일 인기있고 유명한 넘버! Defying Gravity)


**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오즈의 마법사의 사악한 동쪽 마녀)는 언니의 마법책으로 좋아하는 남자 보크의 마음을 얻는 주문을 걸지만, 말 그대로 심장을 뽑아버리게 된다. 엘파바는 보크를 심장이 필요없는 양철인간으로 만들어 죽지 않게 하지만, 보크는 평생 엘파바를 원망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


** 피에로는 엘파바가 사라진 후, 글린다와 약혼 발표를 하지만... 엘파바가 에메랄드 시티로 돌아오자 함께 도망친다. 이후 위기에 처한 엘파바를 구하다 피에로가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엘파바는 피에로의 죽음을 막기 위해 주문을 건다. 그 주문으로 피에로는 허수아비로 변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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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글린다는 마법책 그리머리를 엘파바에게 물려받고,

오즈의 마법사를 몰아내고 모리블 학장을 지하 감옥에 가둬, 마침내 악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 스토리.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제대로 알고 보면 2배 더 재밌을 이야기이다.

다음에 우리 4가족 다같이!! 뮤지컬 내용 미리 예습 좀 하고, 맨 정신으로 즐겁게 보게 될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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