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리! 뜨거운 안녕!

로맨틱 도시 파리에서의 에펠탑 소원 성취!

by 지니

# 옛추억(?) 혹은 그날의 악몽...

20대 초반, 고딩 동창 절친이랑 유럽여행을 갔었다. 7개국을 21일 동안 도는 일정이었다. 그 여행이 내 힘으로, 내 스스로 떠난 첫 여행이자, 첫 비행이기도 했다. 친구랑 둘이 출발했는데, 우리와 같은 루트로 다니는 부산 언니 2명을 만나 넷이서 여정을 함께했었다. 비행기, 숙소, 나라와 나라를 잇는 교통편 등을 여행사에서 예약해준 패키지였지만, 가이드 없이, 우리끼리 여행사에서 준 OT자료와 여행 책자를 보면서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여행하기에 앞서 한 학기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애초에 휴학을 한 게 여행을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선 아니었다. 그냥 그맘쯤 친한 친구들이 휴학을 한번씩 하길래, 나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에 휴학을 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왜 휴학을 했었는지 뚜렷이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놀고 싶었던 걸지도...) 한학기를 쉬면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는데, 그맘때, 마음에 여행 바람이 불었던 거다. 충동적으로 친구와 유럽여행 패키지를 끊었고, 그렇게 평생 추억이 되어주고 있는 첫번째 배낭여행을 했다!

그리고 분명한 건, 여행에서 좋았던 일보다 크게 삽질했던 뼈아픈 추억이 매우 오래 길게 남는다는 점이다. 잊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는 이탈리아에서 있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막 지하철이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나는 일행과 떨어지고 말았다. 지하철에 타서 두리번두리번 일행을 찾았고, 우리 일행이 모두 다 무사히 잘 탔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내 지갑이 털려있는 상태였다. 소매치기 악당!!들이 우르르 몰려 일행들과 떨어뜨려 혼을 쏙 빼놓고, 크로스백 지퍼를 열고 너무 쉽게 지갑을 꺼내간 것이었다. 가난한 배낭여행 대학생은 혹여나 털릴까봐 그 여름에 복대까지 차고 중요한 여권과 큰돈은 옷속에 고이 모시고 다니던 때였다. 가방 속 지갑에는 딱 그날 하루동안 쓸 돈과, 각종 입장권에 할인을 더해줄 국제학생증이 있었는데 그걸 털렸다. 그거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는듯했다. 나름 하루하루 여행 경비를 아껴쓰며 알뜰하게 소비하고 있던 터였고, 국제학생증의 할인을 받아야 할 각종 박물관 입장이 꽤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털린 걸 어쩌나. 여권 안잃어버린 거에 감사해야지... 암튼 그날이 그일은 두고두고 평생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되었으며, 결정적으로 내가 이탈리아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었다!!!


1660339512935-4.jpg 파리 북역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소매치기가 많기로도 유명하지만, 지나가던 여행객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낭만도 있는 곳이었다)

# 파리 기차역에 도착해서...

가족들과 파리 여행기를 쓰기에 앞서, 20여년 전의 일이 떠오른 건, 파리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까 걱정했었기 때문이다. 여행 전에 정말 많은 검색을 했다. 아이들을 데려가기에 최대한 삽질은 피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더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했다. 런던에서 치안 걱정은 딱히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파리는 달랐다. 여행 카페나 블로그, 유투브 등을 통해 파리에서 소매치기나 삥뜯김(?)을 당한 후기들이 심심치않게 발견되었다. 특히 기차역과 몽마르뜨 언덕을 조심하라는 조언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가 딱 그 기차역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지하철 역으로 내려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택시 정류장에 줄을 서러 갔을 때, 뜬금없이 낯선 우버기사와 얘기하는 남편을 보는 내 눈빛이 곱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남편은 가격 흥정이 끝났는지, 우버기사를 따라가기로 했다. 이미 얘기를 끝냈기에, 더는 반대하지 못하고, 따라갔다. 길 한쪽에 허름한 차 한대가 세워져있었고, 우버기사님은 우리의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바가지 씌우는거 아니야?"라고 작은 목소리로 남편에게 물었지만,

"구글맵으로 제대로 가는지 같이 체크하면 돼~"라고 답했다.

나는 아이들과 뒷자리에 타서 우리의 도착지를 설정한 구글맵을 켜 기사님 몰래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켜보았다. (이놈의 의심병!)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의심한 게 매우 미안하게도, 우버기사님은 친절했다. 파리의 무더운 날씨에 대해 얘기해주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파리에서 어디를 갈건지, 파리 여행을 마치면 어디로 갈건지 등등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우리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20220812_125133.jpg

# 뜨거운 대낮에 짐 끌고 삽질...

파리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2시였다. 아침 일찍 런던에서 떠난 우리가 파리에 도착한 건 12시도 안된 시간이었다. 근처 한인마트에서 먹거리를 사서 근처 에펠탑이 보이는 공원에 가서 여유로이 앉아 먹으며 피크닉을 하다가 숙소에 들어가자고 했다. 그래서 기차역에서 택시를 탔을 때, 목적지를 에펠탑 근처 한인마트로 잡았다. 그 한인마트에서 구미 당기는 한식 도시락과 파리에 있을 동안 먹을 간식과 먹거리들까지 사고 유모차 짐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련이 시작되었다. 세상에...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때는 한여름 한낮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길은 돌길과 흙길이었다. 우리에게는 끌어야할 캐리어 2개와 유모차가 있었다.. 하하하하하...500미터가 5km 쯤으로 느껴졌다.


에펠탑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피크닉을 상상했던 그날의 나를 격하게 원망한다... 미안하다 남편아, 아이들아.. 5세는 세상 나몰라라 유모차에서 딥슬립에 들었고, 10세는 그래도 저 앞에 보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올라오는 짜증을 꾹꾹 누르며 걸었다. 다행히 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들이 꽤 많아서 눈요기를 하면서 걸을 수 있었다. 런던 M&M에서 산 에코백을 잘 들고 다녔기에, 파리에서도 에코백을 기념으로 하나 사기로 하고 걸으면서 여러가지 디자인의 에코백들을 눈여겨봤다. 남편은 캐리어 두개를 흙길 돌길에서 끄느라 땀 뻘뻘...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에펠탑 코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앞 공원에 냅따 자리를 펴고 앉아서, 한인마트에서 산 도시락을 우걱우걱 먹었다. 사실 너무 덥고 힘들었어서,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상상했던 낭만적인 피크닉은 절대 아니었다!! ^^;;

그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택시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려서 숙소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밥먹으며 천천히 체크인 시간을 기다릴거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에펠탑 볼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앞섰었다 ;;


1660339512935-26.jpg

그렇게 파리의 첫 날, 뜨거운 대낮에 에펠탑 근처에서 뜨거운 추억을 남기고, 우리는 또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에펠탑 근처의 숙소였지만, 우리가 빈손이었을 때 걸어갈만한 거리다. 정말이지 짐 끌고 걸어갈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거리를 또 택시를 잡아탈 수도 없고... 그저 걸으며 그 시간을 인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센강을 끼고 다리도 하나 건너야 했다. 다리를 건너면서 우버 기사가 얘기해준 파리의 자유의 여신상도 보았다. (미국 자유의 여신상의 짭퉁이라고 설명해주셨다. 하핫.) 나름 도보 뷰가 나쁘지 않았기에 그조차 추억으로 남았지만... (암튼 삽질은 삽질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20220812_190532.jpg
20220812_190436.jpg 그래도 이날의 사진을 보니, 그날의 더움과 짜증이 즐거운 추억으로 변질(?)된 것 같다!!

# 생각보다 훌륭했던,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

런던 숙소를 사진만 보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전적이 있었기에, 파리 숙소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파리 숙소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길가 1층에서 문을 열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없는 지상이었고, 무려 에어컨도 나오는 숙소였다. 아! 엄밀히 말하면, 에어컨은 아니고, 찬바람이 나오는 냉풍기 같은 거였다. 그치만 웬만한 숙소에 에어컨 시설이 잘 갖추어져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특히 이글이글 뜨거운 대낮에 에펠탑에서 도보로 숙소를 찾아왔기에 더없이 행복한 차가운 바람이었다!

런던 숙소는 호스트 얼굴 한 번 못보고 체크인이 셀프였는데, 파리 숙소는 알바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숙소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이드를 해주고 떠났다. 침실 위에 계단있는 복층구조로 또 침실이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했고, (아이들은 언제나 이런 다락방 같은 공간을 좋아한다.) 주방 옆 작은 창문으로 작게나마 저멀리 에펠탑도 보였다!!

20220812_150437.jpg 작지만 소중한 뷰!!


무더위에 찌든 우리는 파리 첫날의 삽질을 뒤로하고, 시원한 숙소에서 씻고 한참을 쉬었다.

그리고, 기운을 회복한 우리는 슬슬 쇼핑을 나갔다가, 공원 놀이터에서 놀고 에펠탑 야경을 보기로 했다.


40분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던, 몽쥬약국 쇼핑에서!! 칼퇴를 앞둔 칼같은 프랑스 직원들에게 쪼임당한 썰은 to be continued..!!



keyword
이전 13화런던여행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