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파리에서의 일주일 여행을 마치고- 8월 14일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프라하로 넘어갔다.
파리에서 프라하까지의 비행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오전부터 여행일정을 소화한 아이들은 그 길지 않은 시간에 깊은 잠에 들었다. 프라하에 도착했지만, 피곤해서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5세는 품에 안아들고, 이제 더이상 안아줄 수 없이 커버린 10세 딸은 흔들어 깨워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굉장히 빠듯한 일정에 피곤했을만도한데, 군말없이 잘 동행해주고 즐겨준 체력짱 10세가 새삼 고맙다.) 공항에 내리니, 이곳에도 저녁에 비가와서인지, 날씨는 부쩍 서늘해져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프라하의 공기가 런던, 파리와는 또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남편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도시여서인지,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기분마저 들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도시였다.
유럽 간 짧은 노선이라 그런지 이번엔 어렵지 않게 짐을 찾아서 우버를 불러탔다. 그래도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때도 민찬이는 유모차에 앉아 계속 잠에 빠져있었다. 그랬던 민찬이가 우버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잠든 상태에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짜증이 묻어나는 긴 울음이었다. 이유를 알수없었다. 강행군 일정에 병이났나... 걱정이 들었다.
..... 그러다 갑자기 생각났다. 집에서도 잠을 자는 상태에서 짜증을 내며 울 때가 종종 있는데, 이건 백프로 쉬야가 마려워서!! 잠은 자야겠는데 화장실은 가야겠고... 수면 욕구와 배설 욕구가 충돌하면서 나오는 짜증이었다. 그럴 때면 아이를 세워들고 변기 앞으로 데려가주면 비몽사몽 쉬야를 하고, 잠자리로 돌아가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들곤 했다. 비행시간동안, 그리고 나와서도 자느라 화장실 타임을 놓친 터였다. "쉬야 마려워?"라고 물으니,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울음 소리에서 '응!'이라고 의사표현하는 걸 캐치할 수 있었다.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갓길에 차를 정차했다. 내려서 볼일을 보게 해주고 다시 차를 타니 그때부터 다시 안정적인 취침에 들어갔다. 휴... 아픈게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우는 아이 달래느라 쩔쩔 맸던 그 짧은 몇분의 고생을 그렇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
마침내 남편의 프라하 숙소에 도착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레지던스 호텔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층과 층 사이에 멈춰서서, 몇 계단 정도는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구조였다. 아담하지만 거실과 주방이 있고, 침실이 분리되어 있는 나름 살기 좋아보이는 호텔이었다. 거실에 있는 소파를 침대로 변형해서 쓸 수 있는 트랜스포머형 침대였기에, 투룸처럼 우리 네 명이 둘둘씩 나눠서 자기에도 알맞았다. 냉장고도 있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 나름 생존(?)을 위한 조리 도구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남편이 외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일하고 있는것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었는데, 그래도 나쁘지 않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걸 두눈으로 확인하니 안심도 되고 기분도 좋아졌다.
남편은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프라하 사무소로 월요일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프라하 일정 첫날인 8월 15일 월요일은 우리나라 광복절! 대한독립 만세!!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다보니, 8월 15일 프라하 사무소도 쉬기로 급 결정되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평일 휴가에 프라하에서 가족 여행을 하루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우리는 주말에 가려고 생각했던 워터파크에 가기로 급 결정했다. 그동안 아이들과 물놀이 한 번 제대로 못해준 상태였다. 다인이는 민찬이 태어나기 전에 워터파크 연간회원권을 끊고 주말마다 갈만큼 물놀이를 엄청 자주 다녔는데, 3살에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민찬이는 제대로 된 워터파크 한 번 가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 때문인 것도 있고, 아빠가 외국에 있으니,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워터파크나 물놀이를 가는 게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쿠아 플레이스 프라하'라는 워터파크를 가기로 했다. 프라하가 워터파크로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라, 현지인들이 가는 곳을 서치해야 했다. 프라하에서 가족들과 함께살고 있는 주재원 지인 분들에게 워터파크 몇군데를 추천을 받았는데, 아쿠아 플레이스가 이곳에서 제일 규모가 큰 워터파크인것 같다.
프라하 중심가에서 30분 정도 차로 이동했다. (아! 프라하가 편하게 느껴졌던 이유 또 하나! 여기는 차가 있어 남편이 직접 운전! 이동이 더욱더 편했다.)
입장부터 우리나라와는 시스템이 좀 달라서 어리바리 잠시 혼란했지만, 안내해주는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좋다고 생각한 건!! 탈의실이 여자, 남자 따로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빠&아들, 엄마&딸로 나눠져 "바이바이~ 이따 만나"할 필요가 없다. 남녀 구별 없이 사물함이 쭉 있고, 옷을 갈아입는 곳이 피팅룸 칸막이처럼 쭉 늘어져있어서, 들어가서 프라이빗하게 옷을 갈아입고, 사물함에 갈아입은 옷을 넣으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와~~ 우리나라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아빠가 딸을 데리고, 엄마가 아들을 데리고 워터파크에 가서 생기는 난감함도 없을 것이고, 혹여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강제로 몸을 터야(?)하는 민망함도 없을 텐데...
(우리 동네 워터파크도 탈의실 시스템 전격 개편해주세요~~~~~~!!)
본격. 워터파크 입장이다.
우리나라 보통의 대형 워터파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기자기하면서 있을 거 다 있는 유아용 풀, 대형 슬라이드, 유수풀, 파도풀, 야외풀, 온수풀 등등...!
다인이는 자기 턱까지 물이 차오르는 유수풀에서 통통통 뛰어다니며 뱅뱅 도는 곳을 너~~무 좋아했다.
워터파크 전체를 돌아다니며 탐색하며 놀다가 마지막 2-3시간은 그곳에서만 놀았다. 수심이 깊어서 처음엔 같이 붙어서 놀았는데, 나는 이게 30분이 넘어가니 슬슬 어지러워졌다. 지칠줄 모르는 따님을 두고 물밖에 나와서 그저 아이가 안전하게 놀고 있는지만 지켜보았다. 워낙 깊은 물이라 불안하긴 했다. 다인이는 여기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말하곤 한다. "우리나라 유수풀은 왜 이렇게 얕아?" 깊은 유수풀의 재미를 맛본 아이는, 체코에 또 가게 된다면 여기를 꼭 다시 가겠노라고 했다!
앞서 언급한 탈의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워터파크와 크게 다른 점은, 당연하게도 먹거리 메뉴였다. 먹거리 메뉴가 다양한 우리나라 워터파크와 달리, 엄청 맛없어 보이는 샌드위치와 빵들을 골라서 뽑아먹는 자판기가 있었고, 야외풀 레스토랑에서는 술과 음료, 그리고 거기에 간단히 곁들일 칩스들만 있었다. 야외풀에는 아이스크림을 뽑아먹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픽은 당연히 아이스크림!! 워터파크 팔찌를 찍어서 사먹고, 나갈 때 결제하는 건, 우리나라와 동일했다. 그런데, 결제했더니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 컵만 달랑 나왔다. 엥?? 당황해서 어리바리 설명이 써져있는 기계를 뚫어져라 처다보고 있으니, 그 빈컵에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받는지 옆에 있는 사람이 알려주었다. 고장난 줄~ ;; (따로 아이들 먹을만한 간식들을 챙겨가서 그나마 잘 놀면서 당 충전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
파도풀에서는 30분마다 이벤트가 열렸다. 멕시코 여자분 셋이서 신나는 레크레이션을 진행해주셨다. 멕시코 음악에맞춰 춤도추고, 말튜브를 타고 오래버티기 게임도 했다. 다인이도 줄서서 그 게임에 출전했는데, 좀 버티나싶다가 금새 탈락했다! 짧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유럽여행까지와서 굳이 한국에서도 갈수있는 워터파크를?! 싶지만... (심지어 한국워터파크는 얼마나 더 좋게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타국의 워터파크를 경험해보는 것도, 피부색 다른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날 동양인 가족은 우리뿐이었다.) 인종차별 없이, 이질감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즐겁게 놀다온 것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날의 사진을 보다보니, 온몸을 감싸는 래쉬가드를 입은 건, 동방예의지국의 우리뿐이네- ;;
남편은 체코에서 가족과 함께해보고 싶은 일을 우리 여행 계획표에 적어놓았는데,
아빠의 체코 여행 위시리스트
1. 워터파크 가기.
2. 키즈카페 가기.
3. 볼타바강에서 패달보트 타기.
4. 카를교에서 초상화 그리기.
5. Bobova Draha Prosek-루지 타보기
6. 프라하 근교, 까를로비바리 여행하기
... 이렇게 위시리스트 중 하나를 즐겁게 미션 컴플릿!!
워터파크 문닫을 때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숙소 옆 남편의 단골 한식당(비원)에서 제육볶음, 돈까스 등 저녁식사를 포장해다가 맛있게 먹었다. (여기는 한국인가 체코인가)
다음날부터, 남편은 출근을 해야하므로, 나홀로 아이둘과 남편의 퇴근 시간까지 알차게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여독을 풀겸,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늘어지게 잠자면서, 체력을 다시 풀충전하고! 천천히 아점을 먹고, 일정을 소화해보기로 했다.
세상에 이런 인연이!! 프라하의 연인, 프라하의 지인을 만나, 우리나라 키즈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프라하의 키즈카페를 방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