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지기 전, 2019년 10월-12월, 3개월간, 무비자가 허락하는 기간인 90일 동안! 딱 90일 동안 체코 살이를 했었다. 당시 민찬이는 2살이었고, 다인이는 7살이었다. 다인이는 근처 국제학교에 입학시켰는데, 아침 7시반쯤 집앞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가면, 오후4시 반쯤 집에 왔다. (버스에서도 거의 맨 마지막에 내려서, 버스기사님이 "아이가 미드나잇-"이라고 ㅋㅋ 들어와서 깨우라고 할 때도 있었다. ;; 7세 그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스쿨버스 타고 장거리를 다닌 너란 아이 정말 칭찬해-) 그렇게 딸을 학교에 보내놓고 나면 나와 2살 아이는 집에 남아 그닥 할 게 없었다. 유모차 끌고 관광지 다녀보는 것도 한두번이지... 심심해서 집 근처 놀이터를 배회하거나, 당시 숙소 근처인 비셰흐라드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땐 왜!! 여기에도 아이들이 갈만한 키즈카페가 있을거란 생각을 못했을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데...!
구글맵에서 키즈카페를 검색해보았다. 다녀온 사람들이 후기도 남겨놓았고, 사진도 올려놓았기에 대충 어떤 규모인지, 서비스가 좋은지 나쁜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 구글맵에서 찾아 저장해놓은 키즈카페 'Funpark Giraffe'였다.
키카 후보1. Funpark Giraffe https://maps.app.goo.gl/gWsYqwTKgx7UPUwcA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키즈카페였다. 구글평점은 4.2인데, 점수가 깎인 요인을 보아하니, 입장료 외에도 몇몇의 어트랙션이 별도의 비용을 내야한다는 점과,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다는 점이었다. 프라하 중심지에서는 거리가 꽤 있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안사먹으면 되니까... 우버타고 가서 놀고 있다가, 아빠한테 퇴근하고 데리러 오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프라하에 가면 만나기로 한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어떤 인연인고 하니... 한국에서 같은 동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집사님이셨다. 교회에서 친분을 쌓을 기회는 없었던 분이었는데, 딸이 9살에 책을 너~~~무 안읽어서, 일주일에 한권이라도 독서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 한우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분이 한우리 독서토론논술 선생님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건너건너 소개를 받아 연락을 드렸고, 선생님께 우리 아이를 맡기게 되었다.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수업이다보니, 아이가 가서 은근 속이야기를 많이 하고, 내추럴한 본인의 모습(엄마로서, 딸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까지)을 많이 들키고(?) 왔었더라..;; 그렇게 선생님과 라포를 쌓아가며 수업을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공지 문자가 왔다. 남편의 해외주재원 발령으로 한달만 더 수업하고 다른 선생님을 소개해주시겠다는 연락이었다.
선생님께 어디로 가시게 되었냐고 여쭤보자, 다름 아닌 '체코 프라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도 남편이 체코에서 근무하고 있던 때라, 반갑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선생님 둘째 딸이 다인이가 체코에서 다녔던 그 국제학교에 입학 예정이라고 해서, 다인이가 3달 정도 입었던 교복을 물려주기도 했다. 어쩜 이런 우연과 인연이... 반갑고도 신기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우리가 프라하에 가서 시간이 맞으면 한번 꼭 보자고 연락을 했던 터였다.
프라하 워터파크를 다녀온 날, 남은 프라하 일정의 계획을 짜면서 연락을 드렸다. 프라하에 일주일간 머물 건데, 시간 되시면 보자고... 그리곤 다가오는 금요일 저녁에 가족 다같이 놀러오라고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아빠들이 각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주재원 모임같은 게 있나보다. 아빠들도 겸사겸사 이기회에 얼굴도 트고,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았다. 금요일로 약속을 잡고, 아이들 데리고 갈만한 곳도 추천을 부탁드렸다. 곧바로 아이들과 갈만한 곳 링크들을 보내주셨다. 역시 현지인, 주재원 정보가 짱짱!!
키카후보2. Toboga Fantasy Praha https://www.toboga.cz/praha
키카후보3. Majaland Praha https://pop.cz/majaland/
키카후보4. Superland Praha https://maps.app.goo.gl/d3uJMvq6aAkNvbnv5
감격하며 링크에 들어가서 사진과 후기를 살펴보았다. 10세와 5세가 같이 놀기에는 Superland가 좋아보였다. 심지어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Superland를 가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급 변경하고, 연락드렸더니, "같이가요" 라는 답이왔다.
이렇게 금요일 저녁의 약속과는 별개로, 급 키카 회동이 결정되었다.
아이들과 홀로 다니는 첫날이었는데,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다인이도 오랜만에 좋아했던 한우리 선생님도 만나고, 키즈카페도 간다니 들떠있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시간도 많고, 그 나라의 교통수단을 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듯하여, 트램 타고 버스 타고 가려고 노선까지 다 확인해놨는데... 결정적으로 교통수단을 결제하는 앱의 카드 등록에 실패했다. ;; 미리 미리 해놓을 걸... 타기 전에 하려니까 자꾸 버퍼링 걸리고 계속 실패가 뜨고, 남편 카드여서 별도의 인증까지 받아야했다.
결국 우버로 선회. 편하게 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 괜히 사서 고생하지 말자-)
키즈카페는 어느 한 쇼핑몰의 1층에 있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나 바로 입장했다. 평일 낮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시설도 깔끔했다. 5살 민찬이도, 10살 다인이도, 딱 나잇대에 맞은 놀이들을 잔뜩 할 수 있는 딱 좋은 키즈카페였다. 키즈카페 시설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형 미끄럽틀, 튜브 미끄럼틀, 정글짐, 탁구대, 축구장, 농구장, 볼풀장, 볼풀공 쏘기, 트램폴린, 짚라인, 암벽타기, 블록놀이 등등...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되짚어 나열하다 보니 다양한 시설이 있는, 생각보다 더 좋은 곳이었네?!)
역시 아이들의 친화력은 짱이었다. 사실 나이가 다 달라서, 한국에서도 한번 만나 논적이 없었던 아이들이었는데 말이다. 키즈카페에 가면 늘상 그렇듯,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너무 잘 놀아줘서- 나는 선생님과 그동안 못다한 수다를 실컷 나눌 수 있었다. 그분의 프라하 살이는 어떤지, 현 시국의 우리나라 살이는 어떤지 등등...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아이들만큼이나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남편이 퇴근하고, 우리를 데리러 왔다.
이렇게 금방 친해져 신나게 논 아이들은, 금요일에 또 만나- 하고 헤어졌다. 아무도 모르는 이 없는 타국에서 이렇게 지인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3년 전, 체코 3달 살이 할 때 잘 챙겨주셨던, 친하게 지냈던 분들은 어느새,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한 상태였었다.)
해가 늦게 지므로, 저녁 일정 뭔가를 하나 더 할까 했는데, 남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의 강행군을 마치고 바로 출근까지 한터라, 피곤했을만도 하다. 강에 가서 패들보트 타는 건 다음 날로 미루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프라하에서의 2일차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