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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Nov 23. 2022

경단녀 엄마, N잡러 되다

엄마, 서평가 되다 - 4

인플루언서라는 말보다 자주 듣는 말은 서평가였다. 어느 순간 한 달에 10권 가까이 책 리뷰 요청이 들어왔다. 출판사에서 보내는 리뷰 요청은 “서평가님 안녕하세요...”라고 시작하는 메시지가 훨씬 많았다. 서평가라니. 감히 그런 이름으로 불릴 수 있으리라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다. 집에서 아이만 키우던 경단녀가 우울증 한번 극복해보자고 시작한 책 읽기가 여기까지 와 버린 것이었다. 서평가라니, 날 서평가라고 불러주다니. 이마에는 인플루언서라고 쓰고 등에는 서평가라고 쓰고 다니고 싶었다. 차마 그렇게 동네를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계정에 그렇게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다. #서평 #책서평 #서평가      

 

더 많은 신간의 리뷰 요청이 들어왔다. 이웃도 점차 더 늘기 시작해서 100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분야의 책들도 있었다. 내 스타일 아닌데 싶어 리뷰하지 말까 하다가 공짜 책이니 받아서 친구한테 선물이라도 주자 싶어서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책들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기도 했다. 공짜로 받은 책값을 출판사로 보내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을 만나면 몇 권씩 사서 선물하기도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서평해서 책값은 안 나간다더니 어째 책은 더 많이 사고 돈은 더 많이 드는 것 같다고 핀잔을 주는 남편에게 서평가는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


서평가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책이 아니라 생활용품이었다면 생활비가 좀 굳었겠구나 싶었다. 책 리뷰만 하던 이웃들이 갑자기 일상 사진을 올리고 맛 집 사진을 올리더니 생활용품 협찬을 받고 공구를 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건 다 좋아 보이는 나의 줏대 없는 안목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짜 돈이 되는 걸해야 하나, 책은 아무리 읽어도 돈은 안 되는데, 서평이라고 해봐야 보내주는 책 한권이 다인데, 한 달에 아무리 많이 받는다고 해도 10권 이상은 어려운데 나도 일상 계정으로 바꿔서 돈 되는 협찬을 받아볼까 흔들리던 어느 날 아침 DM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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