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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Nov 17. 2022

경단녀 엄마, N 잡러 되다

엄마, 서평가 되다 - 3

 

출판사에서 보내온 글은 신간의 홍보를 위해 서평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서평을 처음 부탁받았다는 것도 기뻤지만 인플루언서님이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글의 내용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러쿵저러쿵하니 서평을 해주십사 주소와 연락처를 보내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천 명도 안 되는 이웃과 100개도 안 되는 게시물로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드디어 SNS로 돈을 벌 수 있구나 싶었다. 서평을 해주면 책과 함께 소정의 상품을 보내주겠다니 생산적인 인간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포스트잇에 크게 인플루언서라고 써서 이마에 붙이고 다니고 싶었다. 그렇게 동네를 돌아다닐 용기는 없기에 모임 단톡방에 올렸다. 나 오늘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나는 이제 인플루언서라고 했더니 친구들은 너는 이미 우리에게 인플루언서라고 했다. 너처럼 책을 읽고 너처럼 성실하게 SNS를 키워 나갔으니 너는 이미 우리 사이에서는 인플루언서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고마웠다. 그렇게 처음 서평을 받은 출판사를 시작으로 여러 곳의 출판사에서 신간 리뷰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협찬이 들어오고 좋을 거라고 한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은 그래서 열심히 자신의 SNS를 키워나간다. 이웃을 늘리고 맞팔을 신청하고 소통을 신청하며 내 계정에 사람을 늘리고 좋아요를 더 받기 위해 노력한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이웃을 돈 주고 사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가게 홍보를 위해, 영업을 위해 이웃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반짝하고 그 계정은 빛이 난다. 협찬 문의를 해주는 곳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 없이 진심 없이 오로지 돈을 벌어보겠다는 마음이라면 그 빛은 오래가지 않는다. 2년 넘게 SNS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글을 써서 올리는 일이었다. 사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고 글에는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마음과 진심도 없이 게시물 올리기에 급급하고 이웃 늘리기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계정은 금방 들통이 났다. 아무리 이웃이 많아도 인플루언서라고 해도 정이 가지 않고 자주 들여다보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계정은 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감화시킬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처음 책 리뷰를 올릴 때 남들처럼 “이 책은...”으로 시작하는 리뷰를 올렸다면 내 글이 좋다는 찐 팬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만 찾아 읽고 올렸다면 주머니라는 이름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리뷰는 최대한 재밌게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썼다. 아줌마들은 잘 읽지 않는 주식서를 쉽게 리뷰 했다. 그렇게 모래성을 쌓을 때 나만의 색과 모양을 넣어가며 쌓아갔다. 높게만 쌓는 모래성이 금방 무너지는 이유는 자신만의 색과 모양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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