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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ul 28. 2023

내가 기댈 곳은 당신뿐입니다

금요일이다. 7월의 마지막 금요일은 상반기 결산(주식하는 아주머니들요)등을 하며 술을 한잔 하기로 1월부터 예약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7월의 1일부터 마음이 들떴다. 작정하고 술을 마시기 위해 숙취해소제도 미리 사뒀다. 이제 나갈 준비만 하면 된다. 집에는 월요일부터 방학한 5살 아들과 목요일부터 방학한 11살 딸이 있다. 그들은 아침부터 잘 때까지 "엄마"를 불렀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고 나는 잠깐 나사가 풀린 것 같았다. 아들이 10분에 100번은 "엄마"를 더 부른 것 같았다. 1시간을 그렇게 불리고 나서 아들에게는 패드를 쥐어줬다. 영상을 보며 아들은 엄마를 잊어갔다. 딸은 자주 부르지 않았지만 요구가 많았다. 이것 먹고 싶다, 저것 사달라, 여기 가자며 돈 들어가는 소리만 했다.


7월의 마지막 금요일만 기다렸으니 유쾌하게 나이스하게 방학을 이겨내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지 않을 것 같던 금요일은 왔고 나는 아침부터 생각했다. 오늘은 술 마시러 갈 거라고. 시끄러운 술집에서 아줌마들 8명이 모여서 상반기 결산을 핑계로 술을 마실 상상을 하며 즐거웠다. 남편의 허락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그저 며칠 전에 통보했고 남편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 많이 늦을지 모른다고 했지만 싫은 티 안 냈다. 5살은 엄마도 잊게 하는 패드가 있으니 그녀가 잘 돌봐줄 거라 걱정 없다. 11살은 다 컸으니 이해할 줄 알고 엄마 저녁에 나간다 했다. 엄마는 왜 자꾸 술 마시러 나가냐고 짜증을 낸다. 화를 내며 나가지 말라고 한다. 술이라곤 입도 안 대는 아빠랑 비교하면 내가 많이 마시는 것 같겠지만 1달에 1번도 나갈까 말 까다.


1월부터 예약이 되어 있는 술자리는 나가야 한다. 딸에게 그럼 어떡해야 나갈 수 있는지 물었다. 먹고 싶은 거 다 해놓고 나가라는 딸. 떡볶이, 튀김, 순대, 물떡까지 요구했다. 시어머니도 이렇게는 안 할 거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밖은 35도의 폭염이라고 재난안전문자가 온다. 외출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데 불 앞에서 종종거렸다. 1시간 만에 다 만들어 대령했다. 아들은 물떡 2개 어묵 2개를 앉은자리에서 다 먹고 떡볶이는 딸이 다 먹었다. 떡볶이 맛있다며 딸은 외출을 허했다.


오늘은 금요일. 술을 마시러 나갈 참이다. 오늘 술 마시고 즐겁겠지만 오늘은 오늘로 끝이다.

방학은... 4주쯤 남아있다. 패드 그녀에게 기대고 떡볶이 그분에게 기대며 남은 방학을 슬기롭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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