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하고 싶다. 원래도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하지만 45살이 되고부터 더 싫어졌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턱살이 처졌다. 필러를 좀 맞고 리프팅을 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성형이 아니라 시술이라고 누구라도 한다며 권하는 친구는 늙어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애프터를 보고 나면 비포로 왜 그리 오래 살았나 후회할 거라고.
얼굴이 온통 주름 투성이다. 아이 둘을 낳고 나니 기미가 올라온다.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 마음은 늙어서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시술해 볼까? 그냥 살까? 고민스럽다. 비포와 애프터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돈은 없고 겁은 많아서 생각만 한다.
매일 보는 거울 앞에서는 해야지 하지만 TV에 나오는 중년의 여배우의 얼굴이 스펀지를 넣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걸 보면 안 해야지 한다. 시소처럼 널뛰는 성형수술하고 싶은 마음과 안 해도 될 것 같은 마음이다.
여름은 너무 더워서 반찬 하기 싫다는 핑계로 대충 먹고살았다. 내일은 11살 큰 아이 개학이라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했다. 불고기 양념해서 소분해 놓은 것 냉동실에서 꺼냈다. 온갖 채소를 예쁘게 썰어서 놓았다. 가운데 불고기 넣었고 물을 부었다. 육수팩과 무는 냄비밑에 미리 깔았다. 세팅된 전골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아, 맛있겠다.
전골이 끓어올랐다. 맛을 봤지만 조금 싱겁다. 간장 조금 더 넣고 국간장도 넣었다. 후추도 조금 넣었다. 간 보며 졸이니 맛있어졌다. 채소와 고기가 우러난 국물은 맛이 좋다. 저녁상을 차리고 식구들을 불렀다. 예뻤던 전골은 이미 그 미모를 상실했지만 상관없었다. 채소까지 골고루 먹으며 맛있다는 아이들이 전골보다 예뻤다. 전골의 비포와 애프터를 보며 성형을 안 하리라 마음을 굳혔다. 끓어버린 전골이 예쁘지 않아도 맛은 있듯이 늙어버린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멋은 있겠지 싶어서. 멋같은 소리 마라 그냥 못생겼다고 진실을 말하지 말라. 45살은 이미 진실을 알지만 애써 모른 척할 뿐이다. 전골을 한 숟가락 퍼 먹으며 누구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모를 소리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