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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Nov 28. 2022

경단녀 엄마,  N잡러 되다

엄마, 서평가 되다 - 6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그녀들은 나의 팬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친구가 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락도 하며 지내는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되었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내 글이 좋다고 했다. 마음을 울리는 리뷰를 읽은 날은 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말해주는데 나 역시 그녀들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팬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특별히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줄 알았던 팬이 생기고 보니 뭔가 좀 괜찮은 사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내 옆으로 사람들을 모아주고 있었다. 가본 적도 없는 동네에 살고 있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웃이 되고 팬이라고 했다.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 기분. 제법 쓸모 있고 생산적인 인간이라는 새싹 같은 좋은 생각이 자라게 되었다.     


SNS로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친구의 친구는 아이들 육아용품을 협찬받다가 공구를 하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차렸다는 소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밀키트를 협찬받아 반찬값은 굳히고 있다는 옆 동의 아줌마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새로 생긴 카페의 협찬을 받아서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지인의 지인의 소식도 들어봤을 것이다.      


SNS로 집에서 돈 벌 수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협찬도 받고 공구도 할 수 있다. 신상 카페가 생기면 와서 음료를 마시고 사진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얼핏 보기에는 쉬워 보인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팔로워 수가 많아야 하고 이웃이 많아야 하는데 자신은 안 될 거라고 한다. 피드에 올릴 사진도 없고 글을 잘 쓸 자신도 없어서 못 하겠다고 한다. 안 될 거 같고 못 하겠다고 하면서 남이 하는 건 쉬워 보인다는 소리 하지 말자. 누군가 오랫동안 열심히 쌓아놓은 모래성의 모양과 높이에 이러쿵저러쿵 뒤 담화를 할 시간에 조금씩 모래를 가져다 쌓아보자. 사람들은 생각보다 착해서 잘 못하고 어설퍼도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착해서 품앗이를 잘해준다. 마음을 담아 남의 피드로 가서 칭찬을 하면 돌아오는 건 더 큰 칭찬의 댓글과 진심이다. 사람들은 놀랍도록 착해서 별 것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도 팬이라고 한다. 꾸준히 열심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 보자. 분명 반드시 당신에게도 팬이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선을 다했지만 팬이 안 생긴다면 내게 DM을 보내달라. 달려가서 당신의 팬이 되어주겠다. 진심을 담은 댓글을 달아주겠다.      


SNS로 돈을 벌 수 있지만 그전에 성실하고 꾸준하게 피드를 가꾸어야 한다. 협찬을 받고 공구를 할 수 있지만 이웃들과 돈독하게 댓글 품앗이를 하고 좋아요를 나누어야 한다. 신상 카페에 공짜 커피를 마시러 갈 수 있지만 그 사진에 좋아요와 “여기는 어딘가요?”라는 댓글을 달아 줄 팬이 있어야 한다. 높아 보이는 남의 것만 좋아 보인다고 부러워하지 말고 내 것을 가꾸어야 한다. 파랑새 찾으러 갔다가 고생만 하고 돌아왔더니 우리 집에 있던 새가 파랑새였다는 말은 여기에도 통한다. 유명해져서 팬도 생기고 돈도 벌고 싶다며 유명해지기 위해서 팬이 생기도록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매일 조금씩 자신의 피드를 쓸고 닦고 가꾸어야 한다. 여기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멋진 사진으로 자랑만 할 게 아니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누구처럼 돈 많이 벌고 싶다가 아니라 누구처럼 피드를 가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명인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따라 해 봐야 한다. 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 협찬도 공구도 공짜 커피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서평을 해야지, 도서 협찬을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SNS가 아니었다. 그저 내 독서를 기록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뻔한 책 리뷰가 지겨워 조금 재밌게 해보자 싶었다. 주식서를 읽고 공부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이렇게 어려운 주식서를 안 그래도 주식이 어려운 나 같은 주부들이 조금 쉽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식서를 쉽게 리뷰했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내 색깔을 잃지 않으며 글을 올리다 보니 협찬도 들어왔다. 서평가님이라고 불리고 팬도 생겼다. 그러니 순서를 지켜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SNS를 시작한다면 돈 벌기는 제일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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