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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Nov 30. 2022

경단녀 엄마,  N잡러 되다

엄마, 대학생 되다 - 2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학교를 이야기를 안 할 줄 알았더니 아이 엄마들 모임에도 출신학교나 전공 이야기가 나왔다. 전문대 나왔다고 하면 무시당할까 봐 안 좋은 학교라 말하기 부끄럽다며 얼버무렸다. 집요하게 물어보는 엄마들은 없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나는 늘 불안했다. 누군가 내가 전문대 졸업했다는 걸 알면 어쩌지, 전문대 나왔다고 무시하면 어떡하지 하며 시간 아까운 걱정을 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던 어느 날 전문대 나온 게 부끄럽다고 했다. 부모님 형편 때문에 전문대 나온 내가 안쓰럽다고 했더니 “아니지, 서른이 넘어서 부모님 탓은 하면 안 돼. 당신이 진짜 하고 싶었으면 지금이라도 해. 누구 탓할 나이는 지났어. 지금이라도 대학 가. 등록금은 내가 줄게.” 어른스럽게 말하는 남편이 고마웠다. 등록금은 내가 주겠다던 남편은 며느리 등록금 좀 주라며 아버님께 말했다고 했다. 자기는 돈이 없으니 우리 아빠한테 부탁했다는 부모 탓은 하지 않지만 부모한테 잘 기대는 남편 덕분에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아버님은 내게 전화를 하셔서 네가 그렇게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줄 몰랐다고 하셨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시작해보라며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다. 누군가를 탓하며 살 때가 좋았다. 막상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자 두려웠다. 다 늙어서 뭐 하러, 애나 키우지 뭐 하러 공부를 하나 싶었지만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에는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공부를 특별히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 싫고 지겨운 공부를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필요한 공부가 생기자 열심히가 되었다. 유치원으로 영어 수업을 다니던 미혼 시절에는 유아 교육과도 나오지 않아서 아이들을 잘 모를 거라며 수업을 잘해도 이런 선생님은 곤란하다는 원장님이 계셨다. 그래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 유학도 안 다녀온 선생님이 영어를 잘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는 원장님도 계셨다. 그래서 TESOL 과정을 이수했다. 필요한 공부여서인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어서인지 그 공부들은 재미있었다. 보육교사 과정을 하는 동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같이 공부하는데 그 과목도 흥미로웠다. 이왕 시작한 김에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학사까지 하겠다는 생각은 못 해보고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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