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예쁘다고 하는데 예쁘다고 하지 말라니요

by 주머니

“예쁘네요.”“참 아름다우시네요.”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 말은 매우 주관적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 말은 꼭 외모만을 칭찬하는 게 아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외모 칭찬을 잘 하지 않지만 하고야 마는 순간이 있다. 바쁘게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데 주변이 환해지게 웃으며 인사 해주는 카페 알바생에게 고백하고야 말았다.

“예쁘네요.”

오랜만에 찾은 재래시장에서 미나리 2천원어치 사고 돌아서려는데 방금 방앗간에서 해온 거라며 아이 손에 떡을 쥐어주는 아주머니께도 말했다.

“참 아름다우시네요.”

이처럼 예쁘다는 말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그 말을 쉽게 하기 어렵다. 특히 유치원에서는 외모 칭찬이 유아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말이 신경 쓰인다. 단지 눈에 보이는 외적인 모습이 예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나 마음씀이 예뻐도 그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니 조심스럽다. 대신에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말이 있다.

‘멋지다’는 유치원 친구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친구를 위해 양보하는 예쁜 친구에게는

“우와, 멋진 행동이야.”

포기하고 싶었던 종이 찢어 붙이기를 다 완성한 친구에게는

“이걸 다 해내다니. 진짜 멋쟁이야.”

반 전체에게 으쌰으쌰를 해보자고 할 때는

“멋!진! 사랑반.”

그러면 다들 목소리도 멋지게 대답한다.

“네, 네 선생님.”


그날도 멋쟁이를 친구를 찾아보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척 했더니 모두들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모델 연습생처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목을 쭈욱 당기고 앉은 바른 자세로 자신의 멋짐을 뽐내는 친구들 사이 우울해 보이는 핑크공주님 발견. 수업 시간 내내 기분은 별로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핑크색 드레스 때문에 게임을 할 때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보였다. 결국 게임에도 지고만 핑크공주님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웃지 못했다. 오늘은 체육도 하고 영어도 하는 날이니 활동복 입고 가자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드레스를 입고 와서 그렇다는 담임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게임에 졌지만 잘했다고 멋쟁이라고 하기는 그랬다. 바른 자세로 앉지도 않고 입술을 쭈욱 내밀고 있는데 멋진 행동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수업 다 끝나고 공주님에게 아뢰었다.

“오늘 드레스 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쁜 드레스는 도대체 어디서 산거야?”

활동복 입은 친구들 사이에서 본인만 드레스 입고 와서 주눅 들고 눈치 보던 마음이 살살 녹기 시작했다.

“이모가 사줬어요. 생일날에 입으라고요.”

“그랬구나. 진짜 너무 예쁜 드레스야. 선생님도 한 번 빌려줘. 입어보고 싶어.”

“하하하. 선생님한테는 작아요. 선생님은 몸이 크잖아요.”

대답하며 웃었다.

“흐흐흐 맞아. 선생님은 몸이 커서 못 입어. 우리 공주님이 예쁘게 입으세요. 그런데 체육이랑 영어하는 날은 드레스 입고 오면 불편할거야. 그러니까 다음 시간에는 활동복 입고 오자. 그럴 수 있지?”

고개를 끄덕이는 공주님. 오늘 말고 내일 입자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을 뿌리친 이유는 예쁘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였겠지. 오늘 듣고 싶었던 말은 ‘멋지다’가 아니라 ‘예쁘다’라는 걸 알기에 진심을 담아 예쁘다 소리를 여러 번 해주고 교실을 나섰다.


다음 주 활동복을 입은 공주님의 머리에는 핑크색 왕 리본 핀이 꽂혀 있었다. 멋지게 수업을 다 하고 나서 내게 와서는 핀 자랑을 하는 공주님.

“선생님 이거 예쁘죠? 우리 엄마가 사줬어요.”

“응. 너무 예쁘다.”

핀도 예쁘고, 그녀도 예쁘고, 수업에 맞춰 입고 온 활동복도 예뻤다. 남들이 뭐래든 나는 예쁘다는 말이 좋다. 내가 듣는 것도 좋고 하는 것도 좋다. 그러니 좀 하면서 살아야겠다. 유아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외모만을 칭찬하는 말이 아니니까. 예쁘다는 말을 예쁘게 쓰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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