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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를 걸려 하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by 주머니

유치원생이 보는 선생님은 절대 권력자이자 확고한 믿음을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수업 들어가기 전까지는 햄버거를 점심으로 먹고 콜라까지 다 마셨지만 아닌 척 한다.

“친구들, 정크 푸드는 몸에 나빠요. 햄버거, 피자, 콜라 같은 거 많이 먹으면 돼요? 안 돼요?”

답이 정해진 질문을 던져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도 한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믿음을 줘야 하는 선생님도 힘들 때가 있다. 이제 5월이 되었으니 적응 좀 했다는 친구가 보인다. 수업 시간에 장난치고 바른 자세 안 하는 친구가 보인다. 이럴 때는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 선생님이 가진 이 힘을 너에게 주겠다고 하면 다들 눈빛이 반짝인다.

“오늘의 작은 선생님은 누가 될까?”

작은 선생님에게 맞는 모양과 크기의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모객을 한다. 서로서로 손을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친다. 그럼 나는 흐뭇하게 말한다.

“작은 선생님은 멋진 친구가 해야 되는데... 멋진 친구는 어디 있나?”

숨어 있는 멋진 친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이마에 손바닥을 올리며 꼼꼼히 찾는 모양도 갖춘다. 그러다 산만하고 흥미 없어 하는 친구 발견. 멋짐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그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목걸이를 걸어준다. 별로 멋지지 않은 자신이 이 목걸이를 받는 것이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얼떨떨한 모습으로 나왔지만 목걸이를 걸자 눈빛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와, 오늘 **이가 작은 선생님이야. 좋겠다.”

친구들이 부러워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목이 뻣뻣해진 듯 보이는 작은 선생님은 자리로 들어가는 자세부터 멋짐이 떨어진다. 같이 장난치던 친구가 옆에서 또 하자며 손을 뻗으니 점잖게 저지했다. 시선은 나에게 맞추고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황금 목걸이라도 걸고 있다는 듯이 목에는 힘 잔뜩 들어갔다.


(오늘 작은 선생님이 할 일)

1. 수업 중 선생님의 교구를 정리 하거나 게임 준비를 도와주는 것.

2. 가장 멋진 자세로 앉아 있었던 멋쟁이 친구를 찾아 주는 것.

3. 게임을 할 때 반칙하는 친구가 없도록 살펴보는 것.


자신의 오늘 임무를 듣자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선생님. 덕분에 그 날의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선생님도 돕고, 친구의 이름을 불러주며 멋졌다는 칭찬도 했다. 게임 내내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며 반칙은 생각도 말라는 눈빛 레이저까지 쏘아주었다. 하루 선생님이 되어 봤다고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수업 마치고 나가는 내 뒤를 따라오며 큰 교구 가방을 뒤에서 손으로 바쳐주기까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작은 선생님은 누구나 앉고 싶지만 아무나 앉을 수 없는 자리다. 그러니 작은 친구들은 못난 행동을 멈추게 된다. 오늘은 누가 이걸 목에 걸고 싶은지 묻지 않아도 자세를 고쳐 앉는 작은 선생님 후보자들. 사실은 한 번씩은 다 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고 마치 우연처럼, 내 기분 따라 뽑는 것처럼 연기하며 오늘의 목걸이 주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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