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에게 자신의 머리를 맡긴 친구와 그 뒤에 줄 지어 앉은 여자 친구들.
“어머, 영어 선생님이 오셨다. 얘들아 영어 끝나고 마저 하자.”
그러면 줄 지어 앉아 있던 여자 친구들은 자리로 돌아온다. 자신의 머리를 맡겼던 친구는 정확하게 반으로 타진 가르마의 오른쪽 머리만 묶인 채로 자리에 앉는다. 완성되지 않은 머리로 대중 사이에 앉아야 하는 친구의 기분이 좋지 않다. 한쪽은 풀고 한쪽은 눈썹보다 높은 위치에 묶은 머리를 보는 나도 웃음을 참기 힘들다.
“**아, 선생님한테 가서 다 묶고 와. 괜찮아.”
그제야 얼굴이 환해진 친구는 다시 담임선생님께 자신의 머리를 맡긴다. 담임선생님은 감사하다는 눈빛 인사를 내게 보낸다. 그쪽으로는 전문가니 분무기를 빠르게 뿌리고 꼬리 빗을 들고 영혼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남아 있는 머리를 묶어준다. 양갈래 포니테일이 완성되자 흡족해진 고객님은 자리로 돌아왔다. 노래하며 율동할 때는 머리카락이 춤을 췄다.
긴 생머리 하고 다니던 20대 후반에 유치원 출강 강사 면접을 보는데 선배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설마 수업하러 갈 때도 머리 풀고 갈 건 아니죠? 긴 머리는 묶거나 핀으로 고정해서 앞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성인 여성에서 외모까지 지적 하는 게 불쾌했다. 커튼처럼 내린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던 나는 다음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이 머리카락 넘기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가려져 아이들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그러고 오면 아이들도 따라서 그렇게 와요.”
이후 유치원생들의 취향에 맞는 핀과 머리띠를 샀다. 수업하러 갈 때는 번갈아가며 했다. 현장에 가보고 선배 선생님의 말을 이해했다. 긴 머리카락 선생님들은 앞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하나로 질끈 묶어 시야 확보를 했다. 다행히 여자 친구들은 내가 하고 간 왕리본핀과 색색의 머리띠를 만져보며 구매처를 묻기도 했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나 할까.
20대 후반의 나처럼 긴 머리카락을 커튼처럼 내리고 있는 7세 여자 친구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담임선생님께는 이미 혼이 났단다. 바깥놀이 하러 가려면 머리카락 좀 묶자고 했더니 그런다다는 정보를 담임선생님께 받았다. 선생님에게도 커튼머리 친구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졌다.
“@@아, 머리 묶으면 더 예쁠 것 같은데 묶어보자. 오늘 영어 시간에 점프놀이 있어서 묶고 하면 더 편할 텐데.”
영어선생님마저 자신의 취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였다. 왜 묶지 않으려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어 물었더니 묶으면 너무 어린애 같다나 뭐래나.
‘저기요, 어린애 맞으신데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라는 속마음이 튀어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유치원에서 가장 언니라 동생들이 하는 땋는 머리, 포니테일이 싫다는 말인 것 같았다. 어린애 같지 않게 머리카락을 반 정도만 살짝 잡고 요렇게 묶는 건 어떠시냐 물으며 거울을 보여주니 OK 사인이 떨어진다. 전문가 담임선생님은 분무기와 꼬리 빗으로 30초도 안 걸려 반 머리 스타일을 완성했다. 거울을 보고 온 만족스러운 표정의 고객님은 자리에 앉아 혼잣말처럼 말했다.
“영어 선생님 머리랑 똑같네.”
마음에 드는 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움직이기까지.
여자들은 미용실에 가서 새로운 스타일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고객님들도 마찬가지다. 위험하다, 다치니까 머리 묶자 대신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을 추천해 보자. 긴 머리카락 커튼 고객님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나저나 고객님! 계산은 좀 하고 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