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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몸에 좋은 시간 - 2

by 주머니

“미안해.”

“괜찮아.”

그러나 담임선생님이 영어선생님께도 사과하라니 꿈쩍도 안했다.

“싫어요. 영어 선생님이 이상한 게임 가져와서 그래요. 안 할 거야.”

다시 손을 잡고 뒤로 가려는 담임선생님께 나는 그냥 두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와 눈도 안 맞추려는 친구에게 말했다.

“@@아, 선생님한테 안 미안해? 선생님 다칠 뻔 했어.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영어 배우려고 가져온 게임이야. 이상한 거 아니야. 우리 다 이기고 싶지만 매번 이길 수는 없어. 지면 속상하지만 그런 행동은 안 되는 거야. 사과를 지금 못 하겠으면 수업하는 동안 생각해 봐.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와서 해.”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여전히 씩씩거리는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게임을 진행했다. 모두들 즐기며 즐거워했다. 친구들이 꺄르르 거리며 웃는 걸 보며 그 친구는 엉덩이에 털 날 걱정은 않고 울다가 웃었다. 그렇게 30분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가려는데 달려와서 뚱뚱한 나의 배를 안으며 말했다.

“선생님. 미안해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발길질을 당할 때는 자괴감이 들었다. 7살이면 나쁜 행동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이러나 싶어 화가 났다. 나이 많은 선생님이라 체력이 딸렸지만 웃어주는 친구들이 있어 일할 수 있었다. ‘예쁘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매일 들을 수 있는데, 대기업 이 뭐가 대수냐며 출근을 기다렸는데 그날의 발길질은 너무 아팠다. 천직이라 생각했던 일을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속상했다. 그러나 몸에 좋은 사과에 진심이 담기자 마음은 금세 풀어졌다. 치마위로 뱃살이 튀어 올라올 정도로 꼭 안고 있는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진심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눈을 맞추고 안아주며 귓속말 했다.

“@@아, 아까는 선생님이 진짜 속상했어. 다음에는 그러지 마. @@이 영어선생님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사람은 다치게 하는 거 아니야. 나쁜 말로도 사람은 다치는 거야.”

“네에. 다시 안 그럴게요.”

적당한 때의 사과는 이토록 몸에 좋다. 속상했던 마음이 아침에 사과 한쪽을 먹은 듯이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늦지 않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래 걸리지 않아서 고마워.’

사과를 오래오래 씹어 먹듯이 혼잣말을 하며 안도했다. 아직은 더 일할 수 있겠다 싶어 다행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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