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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an 29. 2023

냉탕과 열탕사이

첫 교정본을 받다

"초교 보내면 그때 바꾸세요"

대표님의 그 말을 초고라고 들었다. 초고? 초고는 내가 처음 보낸 원고를 초고라고 하지 않나? 묻고 싶었지만 그냥 "네"하고 말았다.


배지영작가님과 톡을 하다 1교 2교 3교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야 알았다. 아, 대표님이 말한 건 초교였구나. 처음 교정본이 초교였구나. 그러나 대표님에게도 작가님에게도 나는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한다. 초교 또는 1교라고. 출판계의 줄임말 되게 잘 아는 척한다.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 손 볼곳이 없어서인지, 손을 볼 수 없을 정도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참는다. 그림도 좀 들어가면 좋겠다고 하고 프롤로그도 써보네라는 대표님의 메일에 마음이 노골노골해진다. 엄마는 추운 날 목욕탕 열탕에 들어가면 그랬다.

"아이고, 노골노골하네"

노골노골해진 내 마음.

계약을 해놓고 1년 동안 출간이 미뤄진 첫 책에 대해 출판사와 이야기하면 냉탕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차갑고 두렵지만 들어가면 괜찮아질 거야, 곧 출간해 줄 거야'


냉탕 같은 출판사의 온도만 느끼던 나는 오늘 노골노골하다. 교정본을 보냈다 프롤로그를 써달라는 말이 이렇게 따뜻한 지 미처 몰랐다. 오래오래 이 탕에서 노골노골해지고 싶은데 사진속 변기에 오줌을 싼 아들이 나를 부른다.

"엄마, 쉬 다 쌌어"

노오란 오줌을 치우러 가기 위해 이제 열탕에서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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