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읽다 보니 내 원고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 것, 있었다'를 빼야 했다. 열심히 빼고 빼서 날씬한 글로 만들리라 다짐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지만 운동도 하지 않듯 날씬한 글을 원하면서 책 쓰기 책도 안 읽은 자신을 원망해도 늦었다. 바지는 작아져서 단추가 안 잠기고 글은 비대해져 줄이기가 힘들다. 그래도 이거라도 저거라도.
"대표님 안녕하세요. 원고 보냈드렸지만 너무 이상한 데가 많아서요. 제가 다시 퇴고해서 보냈어요."
"작가님, 이미 디자인 들어갔어요. 그렇더라고요. 쓸데없이 긴 문장은 제가 다 줄였어요. 초고 나오면 손 보세요. 지금은 의미 없어요. 일단 초고 나오면 그때 보고 뺄 건 빼고 하세요. 제가 손 보긴 했어요."
아... 대표님 저번에 국문학도라 그런 지 원고에 손댈 거 없다 하시더니 이러 시기예요? 하고 싶었지만 "네"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달에는 둘째가 어린이집 졸업한다. 어린이집 보내놓고 책을 2권 썼다. 책 쓰기 힘들었지만 쓰다 보니 중독되고 안 쓰고 못 배긴다. 육아는 험난했지만 한 번만 웃어주면 "사랑해" 한 마디면 없던 힘도 생겨났다. 살은 쪘지만 술 한잔 마시면 살짝 웃음이 났다. 그렇게 견디고 살았다. 책이 힘들면 아이에게 기대고 아이가 힘들면 술에 기댔다. 술이 몸을 상하게 하면 아이를 안으며 기운을 얻고 아이가 속상하게 하면 책한테 의지하며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