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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Feb 28. 2023

돈 있어도 못 사는 건 샤넬백만이 아니다

샤테크 말고 다테크

"그래요. 나 샤넬백 없어요."

샤넬백이 없지만 어린이집 등원시킬 때, 학원에 데리러 갈 때 그 백을 맬 필요는 없으니 됐다고 했다. 그 백을 사려면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경차 한 대 값 정도의 그 백은 백화점 문도 열기 전 새벽부터 줄을 서서 사야 한다고 했다. 재테크 좋아해서 '주식하는 아주머니'라면서 샤테크도 모르냐고 그 백이 있는 친구는 말했다. 하나 사라고. 값이 더 오를 거라고. 중고로 팔아도 된다고.


샤넬의 시옷자도 못 꺼내본 건 가방 하나를 그 돈 주고 산다고 하면 남편은 이혼하고 사라고 할 것이다. 차라리 경차를 사라고 할 것이다. 샤넬백이 아니라 사치백이라며 꿈도 꾸지 말라던 남편이었다. 그 남편의 친구가 결혼하던 날, 오랜만에 외출이라 화장도 하고 눈썹도 힘줘서 올렸다. 구매대행으로 70% 세일한 명품백도 들었다. 샤넬 짝퉁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며 5년 전에 장만한 백을 자랑스럽게 둘러매고 아이 둘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외출했을 남편 친구의 아내들은 모두 경차 한 대씩을 들고 왔다. 모두가 샤넬은 아니었지만 경차값 정도의 백을 매고 온 그녀들을 보며 나는 가방을 크로스로 뒤로 돌려맸다. 그녀들이 신고 온 구두 한 짝의 값도 안 될 가방을 숨겨야 했다. 5년을 살던 집의 앞집 아저씨 얼굴도 기억 못 하는 무심하던 남편은 집으로 오며 한 마디 했다. "다들 잘 사는갑 보네. 와이프 가방이 뭐 그리 다 좋노. 니꺼도 명품 맞제?" 치를 보는 남편. 그래서 나도 그런 거 사줄 거냐고 물으니, " 니 돈 있으면 사라." 꿈도 꾸지 말고 이혼하자던 남편이 허락을 해준 순간이다. 그러나 남편의 허락과 상관없이 돈은 없고 샤넬은 비싸니까.


다시마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다. 식당에서 다시마채가 나오면 제일 먼저 접시가 빈다.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랑 비슷한 아줌마들은 다 다시마채를 좋아했다. 재밌는 식감에 바다냄새가 나는 다시마채는 밥도둑계의 대도로 통한다. 따끈한 밥 위에 가득 올려 먹으면 미끄덩 오도독한 식감과 맛에 밥 한 그릇은 나도 모르게 없어진다.

그런데 그 다시마채가 돈 있어도 못 사는 신세가 되었다. 대형마트에도 잘 없고 재래시장에나 가야 살 수가 있다. 동네에 오는 야채 트럭 할머니네는 아침에 가야 겨우 살 수 있다. 그것도 오전 11시 이후에는 없을 때가 더 많다. 돈 있어도 못 사는 귀한 다시마채를 우연히 발견한 날이다. 바구니 한 가득히 2000원이라고 한다. 검은 봉지를 손에 들고 오는 기분이라니. 줄을 서서 샤넬백을 사면 아마 이런 기분이겠거니 한다. 백보단 밥이라며 밥에 어울리는 다시마채 반찬이 있는 내가 더 부유하다며 라디오에 사연이라도 보내볼까 고민한다.


샤테크라니. 귀찮게 줄을 서서 거울보고 요리조리 들어보고 사 와서 중고시장에 내서 웃돈을 조금 얹어 받는 수고로움이 부럽지 않다. 우연히 발견한 싱싱한 다시마채를 사 와서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맛있게 무쳐서 밥 위에 한가득 올려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다시마채를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사진을 보면 샤넬백이 있는 여자들도 침을 흘릴 테지.

'맛있겠다며. 그거 어디 파냐며. 한 입만' 하며 부러워할 그녀들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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