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출판 계약을 해본 사람으로서 투고하고 계약하기는 무척 어렵고 고되다. 투고를 할 때의 기분은 내 글만 거절당하는 기분이 아니라 내가 거절당하는 기분이다. 넌 안 된다고, 니 글도 너도 별로라고 답이 오는 것 같다. 거절의 메일도 보내지 않는 출판사가 더 많으니 그들의 침묵 앞에서는 늘 초라하고 작아진다. '나 따위가 책을 쓰다니. 투고를 하다니 어리석었어.' 매일 못난 자신을 탓했다.
충분한 자기 비하가 끝나고 자비출판이라도, 독립출판이라도 알아볼까 하던 차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하자고. 글이 좋다고. 책이 되겠다고 했다. 첫 번째 계약을 한 지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지만 계약금만 주고 책은 내주지 않는 북**과는 늘 대화가 끝나면 냉탕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냉탕과 열탕 사이 연재 참고) 작년 12월 말에 계약한 두 번째의 출판사 태인문화사는 3월 초에 표지시안과 제목을 고르라고 하셨다. 나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표님 좋은 걸로 하시라고 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라는 임산부의 마음처럼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는 기도 같았다. 아무 표지라도 괜찮으니 그저 책을 좀 내주십사 그랬다.
출간 작가들은 책을 낼 때를 출산의 고통에 많이 비유한다. 내 자식 같은 책이라고, 자식을 낳듯 글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식이 못났든 잘났든 세상에 건강하게 나와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첫 책의 출산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참 많은 것을 감사하게 한다. 표지 따위, 제목 따위 대표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그저 나의 둘째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게만 해달라고 한다.
그런 분이, 애 잘 받아주는 산부인과 의사 같은 분이 추천사를 좀 받아오라고 한다. 마치 너의 아이의 신분을 보증해 줄 사람들을 구해오라는 말처럼 들린다. '누구한테 부탁하지. 안 해주면 어떡하지. 내가 추천을 해주기에 너와 너의 책자식은 좀 모자란 것 같다고 하면'
어렵게 부탁한 게 무색하게 작가님들은 흔쾌히 추천사를 써준다. @오애란 @홍보라 @나날 @김지선 은 좋은 말로 멋진 문장으로 나와 내 자식의 보증을 서주신다. 보증의 끝이 어떨지는 모르면서. 너의 추천을 믿고 샀는데 이게 뭐냐고 욕을 먹을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책과 이름을 나의 책자식 뒷 표지에 올려주신다. 보증은 함부로 서는 게 아닌데 이제 그녀들은 큰일 났다. 그래도 내 알 바가 아니라며 보증세우고 야반도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