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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Mar 06. 2023

보증을 좀 서주세요

추천할 게 없어도 좀 찾아봐 주세요.

두 번의  출판 계약을 해본 사람으로서 투고하고 계약하기는 무척 어렵고 고되다. 투고를 할 때의 기분은 내 글만 거절당하는 기분이 아니라 내가 거절당하는 기분이다. 넌 안 된다고, 니 글도 너도 별로라고 답이 오는 것 같다. 거절의 메일도 보내지 않는 출판사가 더 많으니 그들의 침묵 앞에서는 늘 초라하고 작아진다. '나 따위가 책을 쓰다니. 투고를 하다니 어리석었어.' 매일 못난 자신을 탓했다.


 자기 비하가 끝나고 자비출판이라도, 독립출판이라도 알아볼까 하던 차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계약하자고. 글이 좋다고. 책이 되겠다고 했다. 첫 번째 계약을 한 지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지만 계약금만 주고 책은 내주지 않는 북**과는 늘 대화가 끝나면 냉탕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냉탕과 탕 사이 연재 참고) 작년 12월 말에 계약한 두 번째의 출판사 태인문화사는 3월 초에 표지시안과 제목을 고르라고 하셨다. 나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표님 좋은 걸로 하시라고 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라는 임산부의 마음처럼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는 기도 같았다. 아무 표지라도 괜찮으니 그저 책을 좀 내주십사 그랬다.


출간 작가들은 책을 낼 때를 출산의 고통에 많이 비유한다. 내 자식 같은 책이라고, 자식을 낳듯 글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식이 못났든 잘났든 세상에 건강하게 나와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첫 책의 출산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참 많은 것을 감사하게 한다. 표지 따위, 제목 따위 대표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그저 나의 둘째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게만 해달라고 한다.


그런 분이, 애 잘 받아주는 산부인과 의사 같은 분이 추천사를 좀 받아오라고 한다. 마치 너의 아이의 신분을 보증해 줄 사람들을 구해오라는 말처럼 들린다. '누구한테 부탁하지. 안 해주면 어떡하지. 내가 추천을 해주기에 너와 너의  책자식은 좀 모자란 것 같다고 하면'  


어렵게 부탁한 게 무색하게 작가님들은 흔쾌히 추천사를 써준다. @오애란 @홍보라 @나날 @김지선 은 좋은 말로 멋진 문장으로 나와 내 자식의 보증을 서주신다. 보증의 끝이 어떨지는 모르면서. 너의 추천을 믿고 샀는데 이게 뭐냐고 욕을 먹을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책과 이름을 나의 책자식 뒷 표지에 올려주신다. 보증은 함부로 서는 게 아닌데 이제 그녀들은 큰일 났다. 그래도 내 알 바가 아니라며 보증세우고 야반도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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