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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Apr 06. 2023

계란집 막내아들

소녀시대의 윤아와 송중기가 살고 있는 집

5살이 된 둘째는 41살에 낳은 늦둥이다. 임신 사실을 알고 친정엄마는 다 늙어서 어쩔 거냐고 걱정했다. 갱년기를 같이 걱정하던 친구는 모유수유 가능성을 물어왔다. 남편은 좋아했다. 꼬물거리며 아기냄새 폴폴 풍길 녀석이 또 생겼다고 기대했다.


아들이었다. 딸도 상관없었지만 큰 아이가 딸이라 아들 낳으면 좋겠다고 주변에서 말했다. 큰아들인 남편은 자기편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대놓고 손자를 바라지 않으셨던 시아버지는 우리 며느리 200점이라고 좋아하셨다. 내 아들인데 남들이 기대하고 좋아했다. 사실 나도 좋았다. 아들은 안 키워봤으니까 다른 재미가 있으리라 믿었다.


41살에 낳은 아들은 얼굴이 송중기처럼 하얗고  눈은 박보검처럼 반짝였다. 오뚝한 코는 김수현 같고 밤톨 같은 얼굴형은 박서준과 같았다. 완벽한 외모를 갖춘 아들은 많이 울었고 많이 안 잤다. 내 눈에만 완벽해 보였겠지만 그 외모도 나이가 들며 자꾸 변해갔다. 눈은 옆으로 자꾸 찢어지고 코는 낮아졌다. 밤톨 같던 얼굴은 밤빵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의 피부였다. 송중기처럼 하얗던 그 피부는 변함이 없었다.

밥을 먹기 시작하며 아들은 계란을 쏙쏙 골라 먹었다.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프라이 등을 밥이랑 주면 한 그릇도, 두 그릇도 먹었다. 말도 잘하고 계란 껍데기도 잘 까는 5살이 되어도 그 식성은 변함이 없다. 달라진 것은 간장에 조린 계란 장조림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뿐이다. 찜보다 말이보다 프라이보다 좋아했다.


우리는 아들의 하얀 피부의 비결이 계란이라고 생각한다. 계란집 막내아들처럼 하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매일 그 많은 계란을 먹고 있다. 장조림 하게 계란 껍데기를 다 까고 나서는 큰 냄비를 꺼냈다. 그  자리로 쏙 들어간 계란집 막내아들의 빛나는 피부를 보며 아무래도 송중기를 닮았다고 했다. 남편은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면서 큰 아이가 소녀시대의 윤아를 닮은 건 맞다고 했다. 윤아와 송중기가 사는 집이라니.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지만 뭐? 왜? 우리 눈에 그런 걸 어쩌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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