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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Apr 23. 2023

그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녀의 사진 대신 시아버지와 아들 사진을 대신합니다

주말마다 시아버지 보러 병원에 간다. 3차 병원에는 중한 환자들이 많다. 가끔은 걸어 다니고 담배까지 피우는 환자복 입었지만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위중하고 크게 아픈 사람들이다. 시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쓰러지시고 뇌경색까지 왔다. 2022년 8월에 쓰러지신 후 몇 달을 의식 없이 누워만 계시다 지금 저렇게 휠체어 앉으신다. 기적이라고 했다. 70세의 시아버지는 주말에 우리 만나면 늘 울면서 손잡아 달라 하신다. 어눌한 말투로 우리 며느리 최고다 고맙다 하신다. 시아버지 면 따라 울던 며느리도 몇 달이 지나니 이제 눈물이 말랐다. 우셔도 그러려니 하고 만다.


주말마다 시아버지 보러 가는 시간에 만나는 가족들이 있다. 내 또래쯤 보이는 그녀의 아이는 6살쯤. 우리 둘째보다 한 살쯤 많아 보였다. 그녀는 사지를 못 쓰고 눈동자만 겨우 움직였다. 휠체어에도 본인 힘으로 앉아 있지 못해서 지지대가 필요했다. 뇌수술을 했는지 머리카락은 하나도 없고 머리에는 큰 수술자국도 있다. 병원 로비는 넓지만 생각보다 소리가 잘 들린다. 옆에 옆의 의자에서 그녀의 딸과 남편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 지 몇 주가 되었다.

"엄마 빨리 일어나서 집에 가자 그래"

아빠가 말하면 딸은 핸드폰을 보며

"엄마 일어나 집에 가자."

말했다. 그 순간 딸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눈동자만 겨우 움직이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고개를 얼른 돌려야 했다.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다행히 내 앞에 울고 있는 시아버지가 계시니 같이 우는 척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순진하고 금방 적응한다. 그녀의 딸은 울지도 않았고 한 손은 엄마손, 다른 손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얼굴도 닦아주었다. 그녀의 딸과 남편은 꾀긴 시간동안 이래왔음을 짐작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당신 이제 패딩 벗어라. 봄인데 옷이 두껍다."

"OO이 책도 많이 읽어야 되는 거 알지? 핸드폰만 보려고 하면 안 돼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들리는 것 같아서 남편과 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를 위해 무언가 해야 했다. 조용히 성호를 긋고 믿는 분께 기도했다. '저 가족을 지켜주세요. 아이 엄마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제 기도 하나 안 들어주셔도 되니까 저 가족을 위한 기도 들어주세요. 아멘'

병원 로비 기둥에 숨어 기도를 하고 돌아왔다. 시아버지가 왼손을 뻗어 내 손을 잡으시며 우신다. 70세에 혼자 휠체어에 앉으시고 왼손을 쓰시고 말씀도 하시는 시아버지가 이토록 건강해 보일 줄 몰랐다.



... 시간이 나시면 믿는 분께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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