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 씹어 먹을 나이도 지났고 물만 먹어도 살찌는 나이도 지났다. 지금 나는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는 나이 45세다. 남편과 아이들 입맛에 맞춰 반찬을 만들고 밥상을 차려준다. 그러다 보면 내 입맛은 없어져 남은 반찬에 밥을 비벼먹고 치우기 바쁘다. 10년 넘게 그렇게 남을 위해 밥상을 차리면 알게 된다.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걸
일주일에 한 번 수업 가는 유치원은 엄마네 집 위에 있다. 가끔 들러 밥을 먹기도 하고 김치를 받아가기도 한다. 연락 없이 가면 엄마가 없을 때도 있고 밥이 없거나, 반찬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미안해하며 화를 낸다.
"니는 전화를 해야지. 내 집에 없는데"
"니는 전화를 하지. 밥이 없는데"
"니는 전화를 해서 반찬 하라 해야지. 니 물거없는데"
엄마 화내는 거 듣기 싫어서 며칠 전에 전화했다. 화요일에 갈 거니까 밥이랑 반찬 해놓으라고 했다.
엄마는 김치도 해놓을 테니 들고 가라고 했다.
주차장에 차 들어오는 거 보고 밥솥에 밥 안쳤다고 했다. 된장찌개에 두부보다 조개가 더 많이 넣어 들큼했다. 다시마 쌈 싸 먹으라고 꼬리꼬리한 젓갈 있었다. 부추김치랑 배추 겉절이는 달았다. 설탕 너무 많이 들어갔다니 설탕 하나도 안 넣었다고 했다. '와. 엄마 비법은 뭐지? 과일 갈았나?' 잠깐 생각하는데 엄마가 매실액 많이 넣었다고 했다. (백종원이 그랬다. 할머니들이 설탕 쓴다고 뭐라고 하면 "매실액도 설탕이에유. 그게 다 설탕물이에유")국물 김치에 사과 들어가서 달았다 (매실액 많이 들어 갔다. 이것도.)생선 두 마리 엄마가 손으로 다 찢어줬다. 완두콩밥을 머슴이 먹어도 다 못 먹게 퍼줬다.
밥 다 먹었다. 곧 수업해야 하는데 배가 터지도록 먹어서 움직이기가 힘든데 엄마는 좀 누웠다 가라고 한다. 침대 옆으로 누워서 다방커피까지 마시니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 임금님도 안 부러웠다. 곧 일어나서 일하러 가야 하지만 수라상 차려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다. 돈 많이 벌어서 수라상 거하게 차리라고 좀 찔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