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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May 17. 2023

저비용 고효율

고학력 식모

요즘은 그걸 가성비라고 부른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것. 가. 성. 비. 반찬이라고 없을까? 반찬에도 가성비 높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계란 프라이(밥에 간장, 참기름 넣고 비비면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참치 김치찌개(참치 기름 넣으면 MSG가 듬뿍 들어가서 엄마 손맛 느껴진다), 그리고 어묵볶음 (그렇게 말하면 싱겁게 느껴진다. 오뎅볶음이라고 해야 달달하고 짭짜름할 것 같다.) 엄마가 자주 해주던 도시락 반찬이다. 여름에도 잘 쉬지 않고 채소를 많이 넣어도 된다고 자주 했다. 그러나 저녁 밥상에는 잘 안 올라왔다. 언니의 편식  때문에 ('사람 참 쉽게 변한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를 읽고 오세요) 아빠가 싫어했다. 도시락 반찬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넣어줬다. 매운 거 좋아하는 내 식성에 맞춰 고춧가루 가득 넣고 마늘향이 볶아도 사라지지 않을 만큼  많이 넣었다.

친구들은 맵다면서도 잘 먹었다. 이렇게 볶으니 맛있다며 너네 엄마 요리 잘한다고 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자주 하는 반찬이다. 내 도시락 반찬처럼 고춧가루 넣고 마늘 넣으면 내 입에만 맛있어 나만 먹었다. 11세와 5세를 키우는 엄마는 이기적일 수 없다. 간장 넣고 요리당을 넣고 몸에 좋은 야채를 듬뿍 넣어서 볶았다. 내 입에는 달고 심심한데 아이들은 밥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어묵은 3장 썼고 양파 반쪽, 당근 2쪽, 대파 1개 넣었다. 원가는 얼마일까? 내 인건비야 못 받는 거니 넣지 않는다. 싸게 잘 먹었다고 좋아하다 문득 언니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너무 열심히 해 먹이고 살림에 목숨 걸지 말라고 했다. 고학력 식모 노릇 그만하라고 나무랐지만 지는 나보다 더 고학력에 최고 시급 받으면서 식모 노릇하고 있다. 그러나 엄마는 이기적일 수 없다. 내 인건비나 고학력은 부엌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돈이 적게 들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한다. 밥만 잘 먹어준다면, 건강하게만 커준다면 식모 노릇은 얼마든지 하겠다는 마음은 아이들이 비운 밥그릇을 보면 자연스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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