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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un 11. 2023

가지가지한다.

작가올시다.

책이 나왔고 이제 겨우 두 달이 조금 지났지만 판매가 잘 되는지 모르는 애송이 작가올시다. 우리 동네와 내 주변인들이 작가라 불러주고 대단하다, 멋지다 해주는 작가란 말이올시다.


책을 써서 두 번이나 투고하고 계약을 했다. 내가 얼마나 글을 잘 썼으면 그렇단 말인가 들뜬 적 잠깐 있었다. 그러나 첫 책은 계약하고 1년 반이 지나도  출판사에 잡혀있다. 그저 출간만 해서 책으로만 엮어 나오면 좋겠다고 겸손해졌다. 두 번째로 계약한 책이 먼저 출간되어 책으로 나왔을 때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작가 증정용 20권 담긴 박스를 안고 엉엉 울었다. 이제 작가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출간 전과 후에 내 삶은 달라진 게 없다. 길을 가다

"어멋, 주머니 작가님 아니세요?"

"혹시 이번에 책 내신 그 작가님 이신가요?"

같은 질문을 받아보지 못했다.


가지올시다.

가지는 형광보라색이다. 그 색이 싫어서 안 먹는 사람들이 꾀 된다. 물컹한 식감이 싫다는 사람도 있다. 가지에 아린맛이 별로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가지를 튀기거나 구우면 맛이 새롭다. 색은 더 진해지고 부드러운 식감이 된다. 고소한 기름맛이 더해져 고기 같다는 착각도 하게 된다. 내 입에는 딱 맛있는 가지반찬이다.


무려 투고를 해서 책을 낸 작가라면 다음책은 출판사들이 알아서 척척 책을 내주는 줄 알았다. 이렇게 글 잘 쓰는 작가님이 여기 계셨냐며 책을 내자, 출간하자, 뭐든 써라 할 줄 알았다. 반찬 연재를 하며 조회수도 50만이 넘었으니 눈독 들여주는 출판사님이 있을 줄 알았다. 가지 같은 내 글을 몰라주다니. 튀기거나 구우면 얼마나 맛있는데 안 먹다니.

색이 별로냐?

식감이 별로냐?

아린맛이 나더냐?


포기하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그런데 작가로 살겠다고 너무 많이 지르고 다녔다. 기획 출판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며 너무 자주 말하고 다녔다. 참 가지가지했다. 조용히나 살지. 뭐 하러 말은 해서 포기도 못 하나 싶다. 그런 날 가지가 보인다. 앞서 가던 아줌마는 가지를 왜 먹는지 모르겠다며 가지 듣는 앞에서 말하고 지나쳤다. 그 소리를 들었을까 봐 얼른 3개를 담아왔다. '저런 소리는 흘려 들어라, 나는 가지 좋아한다' 가지한테 말하며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글은 좋다 꼭 책으로 내라.
우리 출판사와 결이 다르지만 다른 곳에서 많이 눈독 들일 원고다.
 이번 글도 진짜 좋지만 우리는 작은 출판사라 작가님 책을 못 내준다.


소리 좀 그만해라. 가지를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랑 다를 게 없으니까. 아무 말 없이 얼른 담아서 장바구니에 좀 넣어주면 좋겠다. 맛있게 구워지고 양념을 더하면 인기 있는 책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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