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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un 17. 2023

폭탄을 피하는 법

곳곳이 지뢰다. 밟고 선 걸 알면 무섭고 두려워서 식은땀이 나지만 모르고 지나온 지뢰가 더 많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했던 순간은 다 터지지 않았다. 잠잠하게 묻히기도 했고 폭죽처럼 작게 터지기도 했다.


45년을 살았다.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았고 착한 남편이 있다. 11년 차 아줌마는 늘 이혼을 꿈꾸고 산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사이가 안 좋으냐? 문제가 있느냐 묻지만 우리 부부는 늘 손을 맞잡고 이혼을 꿈꾼다.

"10년 뒤에는 하겠지?"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서로의 물음에 우리는 늘 긍정의 답을 보낸다. 그럼 언젠가는 하겠지. 아이들 다 크면 늙고 병들어 필요 없어지면 할 수 있을 거라며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혼을 꿈꾸며 사는 부부다.


브런치 1등은 늘 이혼이야기

이혼해야 1등 하는 브런치

반찬 이야기, 유치원 이야기, 관심 없다. 치워라. 이혼이 최고다 한다. 난 아직은 애들이 어리고 돈벌이도 시원찮아서 못 하는 이혼인데 그들은 이혼하고 글을 쓰고 1등을 한다.


브런치는 이혼을 좋아해
자꾸자꾸 이혼하면 나는 어떡해
브런치는 이혼을 좋아해
자꾸자꾸 이혼하면 나는 어떡해
(따라 부르세요.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결혼 전 인생도 곳곳이 지뢰였다. 모르고 지나왔던 일들이 더 많았는지 이혼할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안 터지고 살았다. 이혼이 왜 폭탄이냐, 새 인생의 시작이다 하지 마시라. 누구나 터트리고 싶은 폭탄이 있다. 어느 날은 고이 안 터트리고 살고 싶지만 어느 날은 확 터트리고 싶은 폭탄이 있다. 45살에 11살과 5살을 키우는 아줌마는 계란찜이라도 터트려 본다. 확 터져라. 폭탄처럼 터져라. 최선을 다해 높이 높이 솟아올라라.

예상과 다른 폭탄이었다. 크게 터지지 못했지만 맛은 괜찮다. 우유를 조금 넣어서 부드러운 맛이 좋다. 11살과 5살은 계란찜을 밥에 비벼 다 먹는다. 손을 맞잡고 이혼을 꿈꾸는 남편도 맛있게 먹는다.


곳곳이 지뢰다. 당신이 밟고 선 그곳도 내가 있는 여기도 그렇다. 우리는 지금 당장 폭탄을 터트릴 수도 있고 계란찜을 퍼먹을 수도 있다. 나는 계란찜 퍼먹기를 택했다. 브런치 1등은 이혼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좋은 핑계도 생겼다. 계란찜을 퍼먹으며 곳곳에 깔린 지뢰를 살금살금 잘 피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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