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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un 05. 2023

미원하는 미원하는 미원하는 마음 없이

수백만 그릇

미원하는 미원하는 미원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오징어 넣기만 하면

수백만 그릇 백만 그릇 백만 그릇 꼭 비우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방에 누울 수 있다면

(따라 부르세요)


"진짜 본인이 하세요?"

"조미료 쓰죠?"

"진짜 해 먹어요?"

"사진은 되게 맛있어 보이는데  맛은 어때요?"

오늘도 들었다. 얼굴에 반찬이 없고 글이 없다고 했다. 칭찬이겠지. 반찬 집 VIP처럼 생겼다는 건 그만큼 귀티 난다는 뜻이리라. (아무 말도 마세요. 나 본 적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상상하세요)

얼굴에서 글이 안 보인다는 건 책만 읽는 쫌생이처럼 안 생겼다는 뜻이리라. (오해하지 마세요. 책만 읽는 쫌생이가 다 외모가 별로란 건 아니에요. 부르르 떨고 있다면 본인이 그렇단 소리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라고요.)


나는야 반전의 아줌마.

반찬도 글도 없게 생긴 얼굴로 매일 밥을 짓고 글을 짓는다. 밥을 지어 식구들을 먹이고 글을 지어 독자들을(있는 거 맞죠?) 배부르게 한다. 그런데 그 반전이라는 게 별 게 없단 말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도 아니란 말이다. 오징어 볶음을 맛있게 하려면, 정말 맛있게 하려면 오징어를 많이 넣으면 된다. 나도 처음에 맛없는 오징어 볶음을 했다. 싱겁고 물이 많은 오징어볶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11년 차 아줌마는 이제 적당한 국물에 맵기도 잘 조절한 오징어볶음을 만든다. 비법은 오징어를 많이 넣는 것. 실패할까 두려워서 한 마리만 넣으면 맛이 없다. 오징어에서 우러나는 맛이 없다.


그러니 반찬초보들이여,

오징어를 두 마리 넣어라. 남을까 걱정 말고 두 마리 넣어라. 형편이 좋으면 세 마리 넣어라. 한 마리 넣고 맛없어서 버리는 것보단 맛있게 먹고 남아서 버리는 게 낫다. 고추장 간장 적당히 넣고 야채는 나중에 넣어라. 물이 많이 생기니까 나중에 넣으면 국물이 딱 맞게 된다. 맛있게 만들어진 오징어 볶음에 밥 한 그릇 뚝딱하면 된다.

매운맛을 진정시킬 계란말이를 해보자. 계란 2개? 3개? 짜게 굴지 말자. 5개 정도 깨서 계란물을 오래 풀자. 보들보들 계란말이를 원하면 우유를 살짝 넣어보자. 소금과 젓국으로 적당히 간을 해서 내어보자. 아무도 당신을 반찬 초보로 여기지 않을 테니까. 오늘 반찬 좋았다며 엄지 척을 받을 테니까.


얼굴에 반찬이 없는 아줌마의 반찬팁은 여기까지.

다음에는 얼굴에 글이 없는 아줌마의 글쓰기 레시피 공개를 해볼 참이니 원하면 좋아요를 팍팍 눌러달라. 오징어를 넣듯 좋아요를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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