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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Jul 03. 2023

성격 좋은 미인이 되는 법

타고난 미인이라도 몇 마디 해보면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너무 미인이다, 아름답다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대화가 재미없는 미인은 그래서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던지 의외로 허당이라면 미모는 빛이 난다. 공주처럼 생겼는데 성격은 털팔이(경상도 사투리예요. 털털하고 살짝 푼수 같고 실수하지만 밉지 않은 나 같은 사람요)이라면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싶다. 설마 미인이기만 할까 싶어 이야기를 나누다 진짜 미인이기만 한 사람을 만나면 답답한 기분이 든다. 꼭 기름기 없는 소고기를 장아찌 없이 먹는 기분이란 말이다.


타고난 맛있는 고기라도 몇 조각 먹다 보면 이것만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치라도, 쌈장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의 맛을 살려줄 맛있는 장아찌만 있다면 나는 그 고기를 오래 먹고 싶다. 그러니 어쩌랴, 햇양파는 지천에 널렸고 저렴하다. 오이도 조금 넣고 매운 고추 몇 개 넣어서 장아찌를 담는다면 고기의 미모를 반짝이게 할 것이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간장을 끓이고 설탕과 식초를 1;1;1로 넣고 물은 눈대중으로 넣는다. 온 집안에 간장 끓인 냄새가 진동을 한다. 김치통 가득 장아찌를 담는다.

'며칠만 있어봐라. 어떤 고기가 와도 맛있게 해 줄 장아찌가 될 터이니'

뚜껑을 덮으니 장아찌가 내게 허세를 부린다.


남편이 좋아하는 소고기를 구웠다. 난 소고기 별로니까 많이 안 굽겠다고 했다. 맛있게 간이 밴 장아찌도 꺼냈다. 허세를 부리던 장아찌가 큰소리를 친다.

'내 뭐랬냐! 맛있다고 했지. 무려 햇양파란 말이다. 오이는 시원하고 고추는 매콤하단 말이다.'

나는 그 큰소리에 무릎을 꿇고 만다. 많이 안 구우려고 남겨둔 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많이 구웠다. 고기의 미모가 반짝인다. 기름기도 별로 없는 소고기인데 반짝반짝 빛이 나고  성격 좋은 미인이 되었다. 맛있는 미모에 빠져 허겁지겁 고기와 장아찌를 주워 먹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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