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야 목욕하자."
평소 몸에 물 닿는 걸 싫어하는 진이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욕실에 들어온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입욕제를 풀고
10분 정도 반신욕을 한다.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지만 진이는 자꾸만 문쪽을 본다.
얼른 나가고 싶은 눈치다.
물로 몸을 헹군 뒤, 타월 드라이를 하고 드라이룸에서 몸을 한 시간 말린 뒤
덜 마른 곳은 드라이기로 다시 한번 구석구석 말려준다.
발바닥 보습제까지 발라주고 나면 두 시간의 목욕여정이 끝난다.
개와 함께 산다는 건 작은 일 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간다.
"진이야 엄마 나갔다 올게."
저녁을 먹이고 외출에 나섰다.
나는 대부분의 외출에도 진이와 함께하는데
이 날은 오랜만의 '혼자'가 조금 설렜다.
친구와 간단한 술자리 후 집에 돌아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면
꼬리를 흔들며 있어야 할 진이—
진이가 없다!
"진이야! 진이야!"
불안감에 급히 집안으로 들어오니
축 쳐진 몸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진이
가까이 다가가니 세상에.
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진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있었던 걸까
자책은 잠시
누워있는 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도착할 무렵,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고
내 눈에서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미안해 진이야"
도착한 병원에서 오늘 진이가 먹은 것들, 하루 일과에 대해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 물었다.
항상 먹었던 식사와 간식
유치원에서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는데—
입욕제!
오늘은 늘 쓰던 것과 다른 입욕제를 사용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원장님은 확실하진 않지만 입욕제 알레르기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며
주사 두 대를 맞히고, 사흘 치 약을 처방해 주셨다.
부기가 가라앉으면 다행이지만, 밤새 부기가 더 심해져 식도가 부으면
숨을 못 쉬어 위험하니 잘 지켜보고
부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오길 당부했다.
두 눈이 부어오르는 불편함에 진이는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부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밤새 진이 곁을 지켰다.
다행히도 부기는 서서히 가라앉았고, 진이는 평온한 얼굴을 되찾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목욕용품 하나까지도 두 번, 세 번 더 살펴본다.
사랑은 결국, 더 세심히 바라보는 일이라는 걸
진이가 또 한 번 가르쳐주었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