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힘

애견에서 반려견으로, 말이 담는 마음의 무게

by 이효진
“사람은 이름을 붙이는 대로 사물을 대한다.”
— 벤저민 리 워프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가는 진이는

가위로 털을 다듬고 스파와 풋팩으로 관리를 받는다.


최근 다니던 미용실이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곳을 찾아야 했다.

동네를 돌며 간판들을 보니,

수십 군데 미용실이 모두 “애견미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새로 오픈을 준비하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개를 가족이라기보다 소유물처럼 느끼게 한다.


반면 ‘반려견’은 함께 살아가며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존재,

가족 구성원으로서 존중과 책임을 담은 표현이다.


한때는 ‘애견’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쓰였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식이 퍼지고,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반려견’이라는 단어는 점차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변화는 2023년, 표준국어대사전에 공식 등재되면서 확고해졌다.


나도 느낀다.

“애견”이라는 간판을 볼 때는

진이가 잠시 물건처럼 불려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반려견”이라는 표현 속에는

‘함께 살아간다’는 따뜻한 울림이 담겨 있다.


애견과 반려견.

뜻은 비슷하지만 단어 하나가 전하는 무게는 다르다.

간판 속 작은 글자 하나에도,

우리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드러난다.

‘주인’ 대신 ‘보호자’라는 표현을 쓰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단어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가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시작이 된다.

그 차이가 때로는 물건과 가족을 가르고,

소유와 동행을 나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반려견’이라는 단어를 쓴다.

사소해 보이는 단어의 차이가,

우리가 개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산책 중 만난 사람(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