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과 함께

by 이효진

계절이 바뀌면 진이는 털옷을 갈아입는다.


봄이 오면 겨울을 버티게 해 준 두꺼운 털을 벗어내고,

여름을 나기 위해 가벼운 옷을 입는다.

가을에는 다시 여름털이 빠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두툼한 털이 자라난다.


달력보다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건

언제나 진이의 털이다.


물론 계절과 상관없이 털은 늘 빠진다.

하지만 털옷을 갈아입는 이맘때가 되면

집안 곳곳에 굴러다니는 털뭉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처음엔 신기했던 털뭉치가

이제는 일상 속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털 에피소드 1]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어느 날,

옆에 있던 분이 불쑥 말을 건넸다.


"개 키우시죠?"


어떻게 알았냐는 듯 놀란 내 표정에

그분은 내 옷에 붙은 털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자기 옷을 툭툭 털며 말했다.


"저는 리트리버 두 마리 키워요!"


순간 서로를 보다가 빵 터져버렸다.

마치 둘 다 털옷을 걸치고 나온 동지 같았다.




[털 에피소드 2]

진이와 자주 가는 식당에는 '순돌이'라는 진도 믹스가 있다.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아기 강아지를 사장님이 입양해 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사장님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털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순돌이는 이제 10개월인데 털이 너무 많이 빠져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에요. 진짜는 한 살 지나야 찾아와요.”


그 말을 듣자 사장님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식당 안은 잠시 정적… 그리고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털 빠짐의 세계에 이제 막 입문한 동지가 하나 더 생긴 순간이었다.




털은 때로 불편하다.

집안 곳곳을 굴러다니고, 옷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든 흔적은 진이가 내 곁에 있다는 증거다.


매일 쓸고 닦아도 다시 나타나는 작은 털뭉치들은

어쩌면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따뜻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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